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nsoo May 27. 2020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이유

스타트업 vs 대기업의 신사업

나는 대기업에서 10년간 4개의 신사업을 개발했었고, 이 중 3개는 계획대로 되지 않았고, 1개는 잘 진행된 경험을 가지고 있다. 현재는 스타트업 투자를 하고 있고 스타트업 옆에서 스타트업의 성장방식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예전에 내가 했던 대기업의 신사업개발과 스타트업의 사업에 대하여 계속적으로 비교하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대기업의 신사업개발 방식과 스타트업의 사업방식을 비교해 보려고 한다.

(제가 가진 대기업의 신사업 개발 경험과 주위의 경험을 일반화 할 수는 없을 것 같아, 매우 주관적인 관점에서 내용을 쓴다는 점을 고려하여 내용을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최근 골치 아픈 일이 많아, 글을 쓰면 머리가 맑아지는데, 그냥 무념무상으로 막 한번 써본다.




스타트업의 사업 vs. 대기업의 신사업


스타트업 업계에 있다보니, 가끔 대기업이 스타트업이 하고 있는 시장에 들어온다고 “스타트업이 큰일이 날것이다”, “결국 경쟁에서 질것이다”라고 말하는 분을 가끔 본다. 하지만, 나는  그말이 100% 맞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분명 고려해야 할 거대한 경쟁자임은 맞지만, 스타트업이 무조건 적으로 두려워 할 대상은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기업의 성취를 정의하는 RPV(Resource, Process, Value) 관점에서 한번 설명해보면 좋을 것 같아 글을 써본다. 




1.    Resource : 스타트업의 인력, 투자금액 등 Resource는 대기업 신사업에 투입된 Resource와 비교하여 절대 적지 않다.


최근 스타트업의 환경이 매우 좋아지면서, 정말 훌륭한 인력과 수십억원에서 수백원의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우선, Resource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인력을 판단하는 요소는 열정, 몰입, 전문성, 경험, 경력, 학력 등이 있을 것 같다.


특히, 인력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인 열정과 몰입은 스타트업이 대기업 신사업팀보다 높을 수 밖에 없다. 사실 최근에는 대기업을 못가서 스타트업에 있다기 보다는 좀더 주도적인 삶을 살고 싶어 스타트업에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열정과 몰입하는 정도가 매우 높다. 또한, 스타트업을 통한 비젼 달성, 부의 실현 등 인센티브가 있기 때문에 완전 몰입할 수가 있다(물론 리스크도 매우 크다). 예전에 어떤 대표님이 하신 말씀이 있는데, “팀장님 저희 이 사업하려고 다 포기하고 목숨을 건 사람들입니다.” 이 말이 참 계속 기억에 많이 남는다. 대기업도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분이 많지만, 스타트업의 인력 대비해서 동기부여는 낮을 수 밖에 없다.


스타트업의 전문성과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인력의 조합을 통한 시너지 또한, 대기업에서 성장한 인력들의 부족한 다양성에 비교하여 큰 장점을 가진다. 스타트업은 그 분야의 Deep dive한 전문가들과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게 된다. 다양한 지식과 경험에서 나오는 시너지는 스타트업의 가장 큰 성장동력이다. 대기업의 인력들은 큰 부서내에서 다양한 사업을 하지만 결국 대기업 내의 공통적인 경험과 전문성을 가질 수 밖에 없고, 시장과는 상대적으로 거리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대기업의 울타리가 있기 때문이다. 예전 경험이지만, 신사업을 개발할 때 시장의 소리보다는 윗분의 소리에 더 민감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가졌었다. 또한 앱을 만들때도 전체적으로 기획, 설계, 개발, 운영의 전체를 한다기 보다는 보통 전략, 기획, 설계 정도를 진행하고 나머지 개발은 외주사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서비스를 만들면서 시장과의 거리가 점점 더 생길 수 밖에 없다.


인력의 투입시간 측면에서도 스타트업은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면 되지만, 대기업은 정말 다양한 잡무가 많다. 주간보고, 월간보고 등 다양한 보고/리뷰, 수시로 떨어지는 검토/분석 등 인력의 20~30%는 본연의 업무를 진행하지 못한다.  


또한, 투자금액 측면에서도 최근 시장의 투자금이 많아지면서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펀딩을 받는 스타트업들이 급증하고 있다. 대기업의 신사업팀에게도 내부에서 수십억원을 승인받기는 매우 어렵다. 대기업에서도 검증이 되지 않은 사업에 수십억원을 인력과 계획만 믿고 지원해주기는 쉽지 않다. 기존 사업에서 수백억원/수천억원은 상대적으로 의사결정이 쉽지만, 신사업에서 수백억원은 오히려 의사결정이 매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결국 CEO의 의사결정이고, CEO의 의사결정을 받기 위해서는 정말 오랜 준비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최근의 스타트업이 받는 투자금액이 대기업 대비 작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스타트업이든 대기업 신사업이든 사업의 성공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인력과 돈이다. 이 두가지 측면에서 대기업 신사업이 스타트업 대비 결코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대기업이 신사업을 한다고 대기업 전사가 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소수의 팀이 진행을 하고 사업이 커지면, 대기업의 여러 리소스(IT, 마케팅, 인사 등)을 Share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인력의 양과 질, 투자금 규모면에서 스타트업 대비 많다고 보기 어렵다.




2.    Process : 스타트업은 프로세스가 없어 매순간이 의사결정이지만, 대기업은 주력사업을 위한 프로세스를 신사업에 적용하기 때문에 빠른 의사결정과 유연함을 갖지 못하게 하고 본질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결과를 만든다.


스타트업은 프로세스가 없다. 성장하다 보면 많은 문제에 직면한다. 특히, Hyper-scale 할 경우, 조직, 인사 등 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성장을 하면서 이런 문제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하나하나 개선해 나가려고 한다. 그리고 사업의 성장을 위한 해결책을 찾는다. 매순간이 의사결정이다. 보통 빠른 의사결정과 유연함은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점을 잊어버린다면, 결국 나중에 어려움을 맞게 된다.   


그에 비해, 보통 대기업은 시스템/프로세스가 잘 갖추어져 있다. 그들의 주력사업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때까지 필요한 프로세스를 잘 구축해 놓았다. 하지만, 신사업은 그들의 주력사업과는 매우 다른 사업구조를 가지기 때문에 기존의 프로세스를 이용할 수 없다. 이런 점을 간과하기 때문에, 신사업 팀을 만들면 자동으로 기존의 프로세스로 신사업을 이해하고, 해석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신사업도 결국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기 때문에, 프로세스도 만들어 나가야 되고 결국 계속되는 시행착오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 기존의 프로세스에 맞추기 보다는 새롭게 플레이할 수 있는 공간과 구조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대부분의 경우는 그러지 못한다. 한정된 기간, 예산, 변하지 않는 KPI 등 One shot, one kill 이 필요하다. 결국 신사업의 경우, 사업을 진행하는 인력이 제일 중요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대기업의 구조상 인력은 얼마든지 대체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의사결정 체계는 신사업일수록 더 빠르고, 계속되는 변화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한번 세팅된 KPI, 전략 세부방향 등은 쉽게 바꾸기가 어렵다. 이미 Top management에서 컨펌을 했기 때문이다. 예전에 대기업에서 스핀오프하신 대표님이 하신 말씀이 있는데, 시장에 직접 나와보니 다양한 기회가 보인다 것이었다. 그것을 그냥 하면 되는데, 대기업에 있으면 연초에 설립한 계획을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못했는데, 지금은 그런 이점들을 잘 활용하고 있어 좋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기업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는 시장의 기회에 따른 유연한 전략을 가지게 어렵게 만든다.




3.    가치(Value) : 스타트업은 사업의 본질(성장, 수익, 규모)에 맞는 가치를 세팅하는 경우가 많고, 대기업의 스타트업은 다양한 이해관계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어떠한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것인지는 매우 중요하다. 사업을 하는 중에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에 대한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기업이 현재 보유중인 부동산 활용관점에서 공유오피스를 접근하게 되면, 공유오피스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Location이라는 요소를 간과하게 된다.

스타트업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명백하다. 매출과 수익, 이를 통한 M&A, IPO를 통한 Exit이다.(비젼 실현 이런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Exit일 것이다). 이런 기준을 바탕으로 성장에 All-in 한다. 물론 다양한 의사결정과 전략이 있겠지만, 의사결정은 훨씬 본질적일 것 같다.  

대기업의 경우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순수하게 설정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신사업의 목적 자체가 기존의 주력사업을 강화하거나, 주력사업을 이용해서 확대하거나, 기존의 역량을 활용하여 사업을 하거나 등등 다양한 조건이 붙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조건은 기존사업과 결합하여 엄청난 시너지를 만들기도 하지만, 사업의 성공에 방해가 되는 의사결정을 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기존의 사업을 갉아먹는 Cannibalization을 걱정하여 제대로 추진 못하거나, 보유한 기술력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신사업을 개발하여 시장과 동 떨어진 사업을 한다든가 하는 예이다.


또한 사업의 성공을 바라보는 규모의 차이도 매우 다르다. 스타트업의 경우, 매출 10억, 100억이 매우 크고 의미있는 결과이지만, 대기업의 기준으로는 어떻게 보면 이걸 꼭 해야되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 수 있다. 스타트업은 월 1억원을 만드는 것이 매우 의미있는 순간인데 비해 대기업은 사업의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순간일 수 있다. 대기업의 경우,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키워나가는데 가치를 둔다면 훨씬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상장사의 짧은 성과 도출, 비상장사의 장기적인 성장 구현의 차이로 인한 구조로 발생할 수 있을 것 같다.



쓰다보니 대기업의 신사업에 대해 상대적으로 안좋은 점만 쓴 것 같은데, 사실 장점도 많다. 전략을 잘 만들고 전사의 역량을 결집한다면 정말 엄청난 신사업을 만들수 있을 것 같다. 예전의 반도체, 자동차, 조선업 등이 전부 전사의 역량을 집중 투자하여 성공한 케이스로 말할 수 있다. 또한, 대기업은 시장에 대한 분석과 전략방향 수립 등은 정말 잘하는 것 같다. 내가 예전에 개발했던 클라우드데이터센터, E-Book, Mobile Healthcare, 에너지 사업 등 신사업들은 사실 지금 매우 큰 시장규모를 만들었다. 그때 당시의 시장에 대한 분석과 방향성은 지금 생각해보면 맞았던 것 같다. 다만 실행의 이슈가 있었지만.. 나의 경우 실행, 결국 Detail에서 항상 부족했던 것 같다. 고객의 마음은 Detail에서 결정나는 경우가 많았던 점을 잘 몰랐었다.


끝으로, 요즘은 스타트업의 시대라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이 날개를 펼 수 있는 환경이 정말 좋아지고 있다. 좋은 인력들이 점점 시장에 들어오고 있고, 투자금 또한 점점 많아지고 있다. 결국 시장의 파이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점점 대기업이 스타트업의 사업영역에 들어와 싸울 수 밖에 없다. 가끔 내가 스타트업 대표님께 하는 말이 있는데, 스타트업이 100억원 이상 펀딩을 받아서 대기업과 붙어서 시장에서 진 적을 보지 못했다고 자신감을 가지시라고 한다. 결국 스타트업의 빠르고 유연함을 잃지 않는다면 항상 기회는 있고 시장을 리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기업 신사업팀도 만나보면 아직도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리드하고 이끌어 준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대기업도 스타트업을 인정하고 동반자로서 받아 들이면서 기술을 받아들이고 같이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면 훨씬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결국 이렇게 빠른 시대에는 대기업의 스피드로는 한계가 있고, 시장의 변화를 감지하기 느리기 때문에 스타트업과 항상 소통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Win-win 할 수 있는 구조가 대기업의 성장을 이끄는 "Open innovation"을 이끌지 않을까 한다. 



그냥 드는 생각인데, 대기업이 신사업 개발을 할 때 이런 점을 보완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1) 사업의 본연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 2) 시장과 의사결정의 거리를 가깝게, 3) 신사업 인력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4) One shot one kill 이 아닌, 여러 번의 시장 Tapping과 유연한 기회 발굴, 장기적인 관점 등을 하면 좋지 않을까 한다. 구조만 잘 만들어 주면 대기업에서도 정말 잘할 수 있는 훌륭한 인재와 역량들이 많은데 이러한 부분을 잘 활용 못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이런 부분을 잘 활용하면, 구글, 아마존, MS 처럼 계속 무지막지하게 성장하는 대기업이 될 것이고, 아니면 신성장동력 발굴에 어려움을 겪게 되지 않을까?


최근에 포트폴리오 대표님이 하신 말이데 참 인상에 남는 말, "싸움은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서 해야한다. 그 지점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싸움을 한다면 분명히 기회가 있다. 그렇지 않고, 남들이 좋아하는 지점에서 싸운다면 아무리 돈과 인력을 써도 질수밖에 없다." 결국, 스타트업이나 대기업이나 그 지점을 먼저 발견하고 그곳에서 싸우는 회사가 이기지 않을까 한다. (물론 대기업의 지점과 스타트업의 지점은 완전히 다를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CES2020 스케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