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무르익어 갑니다.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지요. 우리 동네, 옆 동네 가리지 않고 플래카드와 먹거리 장터, 스피커 소리가 웅웅 거립니다. 도비가 근무하고 있는 작은도서관 옆 잔디광장도 예외가 아닙니다. 게다가 국화꽃 피는 계절이니 꽃 보러 온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평일 아침에 출근하다 보면 노란 버스들이 쪼르륵 줄 서 있는 모습을 보는 것도 이 축제기간입니다.
아직 기저귀를 착용 중인 듯한 뒤태의 작은 어린이부터 조금 컸다고 인솔 선생님의 말은 뒷등으로 듣고 있는 큰 어린이까지 모두 축제장으로 집결합니다. 그 나이대 어린이를 건사하는 일이 얼마나 긴장되고 힘든지 알기에 선생님들이 지나가시면 꼭 인사를 해드립니다. 아이고 선생님들 애쓰시네요! 제 인사에 아주 잠시라도 그분들이 웃을 수 있다면 다행이지요.
축제기간 주말 오후엔 가족 단위 방문자들이 많아집니다. 아빠들은 들어오자마자 대부분 지친 표정으로 구석 소파 자리를 찾아갑니다. 책정리를 하러 가보면 눈을 감고 깊은 명상에 빠져 계십니다. 유모차에 돗자리 까지 들고 아이들을 건사하느라 힘드셨을 테니 조용히 백스텝으로 물러납니다. 아직 기운이 남아있는 그 집 어린이는 책을 좋아하나 봅니다. 서가마다 돌아다니며 책을 찾는 것 같네요. 어린 고객님께 스테디셀러인 <엉덩이 탐정>이나 <고양이 해결사 깜냥>을 권해볼까 하고 다가가보니, 아픈 손목을 참아가며 줄 맞춰 세워둔 책등을 모조리 뒤로 밀어 넣고 있는 중이었군요. 영화 대사를 읊조립니다. '나는 관대하다'.
평소엔 공원 속에 섬처럼 조용하게 웅크리고 있는 작은도서관이라 오늘처럼 방문자가 많은 날이면 마치 대박 맛집 사장이 된 것처럼 흥이 납니다. 사실 책을 읽기보다는 꽃구경, 사람구경 하다가 잠시 앉거나 태양을 피하기 위해 오는 경우가 많기는 합니다. 그래도 1년에 며칠이라도 도서관에 이렇게 많이 와주시니 도비는 죽습니다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