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도비의 짧은 업무일지
준비실 냉장고 한편에 절반 정도 남은 롤케이크가 보였다. 뭐지? 전날 근무하신 선생님이 가져오셨나?
알고 보니 올해 여름이 지나고부터 매일 도서관에 나오던 남학생 두 명이 사 왔다는 것입니다.
그 남학생들이라면 나도 근무일마다 봤기에 속으로 '참 성실한 젊은이들이구먼.'하고 생각하던 터였죠.
낮 12시 무렵이면 도서관에 들어와서 정수기 물을 한 잔 마시고 카운터에 앉아있는 우리들에게 인사를 한 뒤 거의 그들의 지정석이 된 열람실로 들어가곤 했습니다.
그런데 왜? 예상보다 수능을 잘 봐서 답례품으로 사 왔다고.
뭐, 수능? 난 대학생이라서 자격증 공부하는 줄 알았는데 재수생였다니.
엥, 쌍둥이? 난 친구들끼리 키도 분위기도 비슷하네라고 생각했는데.
헐, 대박! 케이크도 맛있네.
평소에 우리 도서관은 이용자가 적어서 조용한 편입니다. 간혹 어린이를 동반한 부모님이 오셔서는 아이들이 말을 할 때마다 '쉿, 조용히 해야 해'하며 말리곤 하시는데, 다른 이용자가 없을 땐 이것저것 질문하는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들뜬 목소리가 너무 귀하기까지 합니다. (오히려 말리는 부모님의 목소리가 더 큰...아닙니다.)
아무튼 쌍둥이 남학생은 재수기간 동안 조용한 우리 도서관에 와서 공부를 했고, 이번 수능에서 흡족한 점수를 얻었고, 그 기쁨을 나누고자 장소를 제공(?)한 우리 도비들에게도 케이크를 전했다는 스토리죠. 내가 근무하던 날까지 케이크가 남아 있어서 한 조각 먹을 수 있었으니 모두에게 해피엔딩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