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면허 학원을 등록하고 나서야 나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1종 대형면허를 따더라도 버스 면허를 따기 위해서는 1년간 자격증을 묵히거나, 1년간 경력을 쌓아야 운수업계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법이 바뀌었다고 나와있었다. 또 나는 용인에서 거주한 지 3년이 되지 않았으므로 운전직 공무원 시험에 도전할 수가 없었다.
현실을 확인한 후 의욕이 한풀 꺾였고 수업을 받으며 나는 자신감을 급속히 잃어갔다.
'내가 너무 만만히 봤구나. 쉬운 게 없구나.'
누군가 나에게 잘하라고 압박하지도 않았고 오빠가 합격해야 한다고 재촉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나는 마음의 불안이 점점 커졌다.
"합격 못하면 어쩌지?"
교육 마지막 날이라 교육이 끝나면 시험을 칠 수 있었다. 하지만 내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내가 너무 잘 알았다. 운에 맡기지 않기로 결심했고 교육을 연장하며 운전학원을 빠져나왔다. 교육을 몇 차례 더 받은 후 시험에는 합격할 수 있었다.
합격통보를 받았는데 그 순간 공허함이 찾아왔다.
"이 길이었어야 했는데.... 이 길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아닌 것 같아. 어쩌지?"
가족과 친척들이 운전으로 밥벌이를 하기 때문에 더 쉽게 봤던 것 같다. 하지만 쉬운 건 하나도 없었다. 그 사실을 70만 원을 투자한 후에야 깨달았다.
딱 일 년 전 2019년 8월 26일, 버스기사를 준비하며 나는 나에게 편지를 썼다.
1년 뒤에 나는 무슨 변화를 주고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미래의 나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나는 행복을 위해서 치열하게 고민했어. 그러니까 도전하든, 도전하지 못하든지 간에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주라. 사랑하고 늘 응원해.
그런 뒤 가만히 있자니 불안해서 산책하듯 여러 군데 면접 문을 두드렸다. 그러다 한 기관과 이야기가 잘 통했고 나에게 좋은 제안을 하셨다.
"실장으로 오시는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런데 나이가 조금 어리셔서 마음에 걸리기는 하네요."
나는 그 말을 듣는데 망설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고 바로 어필했다.
"잘할 수 있어요."
곧 연락을 주겠다고 하셨고 잘될 것 같은 예감도 왔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는 길 이상하게 망설임이 찾아왔고 하루 종일 생각에 잠겼다.
'치료사가 아닌 관리자, 그 일 진짜 네가 하고 싶은 일 맞니? 있어 보여서 하겠다고 한 거 아니야?'
내가 가진 의문을 풀려고 노력했지만 마음에 와 닿지는 않았다.
"글쎄, 치료사 일이 사실 보람되고 재밌기는 해. 그런데 도전과 기회는 날마다 오는 게 아니잖아."
나는 살면서 사람이든, 기회든 놓치는 것이 불안했다. 가끔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이상하게 쉽게 놓지를 못했다. 버리는 게 무서웠고 내가 버려지는 게 무서웠다. 내면의 불안이 원동력이 되기도 했지만 버겁기도 했다.
'일단 해보고 후회하자'
이 마음으로 여러 가지 시도해보다 보니 많은 것을 얻기도 했지만 잃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고민 끝에 욕심을 버리고 기회를 놓쳐보았다.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았고 마음이 가벼웠다.
이직의 기회는 놓쳤지만 새로운 가치관을 얻었으니 그것으로 충분했다.
'놓쳐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