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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 Mar 23. 2022

어떤 도구를 선택할까?

Frame of Reference

이론의 틀이라고 불리는 FOR을 학부생 때 하나의 과목으로 배웠는데, 사실 그때는 FOR이 왜 중요한지 알지 못했다. 특히 우리 학교에서는 FOR을 영어 원서로 가르쳤기 때문에 뭐라고 적혀있는지도 모르겠는 꼬불랑 거리는 글자를 번역하기 바빴다. 그 과목 성적은 A+을 받았는데 성적이 정말 다가 아닌 것을 새삼스레 느끼게 된다. 나는 임상에 나와서 그 과목의 중요성을 알고 즐기면서 했던 친구들보다 더 오랜 시간 길을 헤맸을 것이다. 내 기억상 1~2년 차 때까지만 해도 치료도구를 다양하게 세팅하는데만 급급했고 키즈카페처럼 열심히 꾸몄다. 경력이 쌓이다 보니 자연스레 의문이 들었던 것 같다. 

'나는 키즈카페 사장이 아니라 작업치료사인데 이 방향이 맞는 건가?'

뒤늦게 알게 된 정답: 나름대로 노력은 했으나 방향이 틀렸다. 


가장 기본 중 하나, 아이에게 맞는 이론의 틀을 골라야 했다. FOR은 정말 많이 있는데 소아 작업치료에서 가장 대표적인 건 감각통합, NDT  이론인 것 같다. 그 외에도 ABA, 동적 체계, developmental approach, motor learning skill, 부모교육, biomechanical 등 다양한 FOR이 존재한다. 


그럼 FOR이 대체 뭘까? 

아이의 작업 수행을 (밥 먹기, 세수하기 등 모든 일상생활) 잘 돕기 위한 도구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강의를 들었을 때 안 교수님께서는 볶음밥을 비유해서 표현이 하셨다. 볶음밥 하나 먹는데도 칼, 도마, 프라이팬, 당근, 계란 등 5가지 이상의 재료가 필요한데 사람을 대하는 일을 하는 우리 작업치료사는 여러 가지 도구를 가져야 한다고 신신당부하셨다. FOR은 치료계획을 세울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요소이고 평가 전 FOR을 정해야 그것에 맞는 평가를 할 수 있다. 나는 감각통합이라는 도구를 매우 많이 좋아하지만 감각통합이라는 하나의 도구만 사용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공부를 하지 않더라도 경험이 쌓이면서 무의식 중에 여러 FOR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정확히 알고 쓰는 것과 모르고 쓰는 것은 천지차이다. 어떤 접근이 더 필요할지는 아이마다 다르고 나에게 온 아이에게 적합한 도구를 고르는 것도 치료사의 역할이다. 이제는 FOR의 중요성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플로어 타임, ABA 같은 타 분야의 교육을 시간 날 때면 듣는다. 수박 겉핥기라도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 것이 치료사의 시야를 확장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서다. 


마지막으로 OT FOR CHILDREN 책에 나오는 FOR 사례를 들려주고 싶다. 이 사례들을 살펴보면, 같은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한 아이의 어려움을 FOR들마다 어떻게 다르게 설명하는지, 그에 따라 치료계획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Brian 아동을 위판 평가 및 중재> 

1. 감각통합 : Brian은  잘못된 감각 시스템으로 감각 입력 및 통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촉각, 

    전정,  고유감각 입력을 통해 적응 반응을 촉진한다.

2. 보상/과제 : Brian의 대처전략이 비효율적이고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과제 적응이 필요하다. 

    따라서 교과서마다 색을 정하여 시간표를 작성해 책상에 붙이도록 하고 글을 쓸 때 줄공책을 

    사용하도록 한다.

3. 인지 접근 : Brian은 적절하고 효율적인 전략을 알지 못한다. 따라서 일반화 전략을 가르쳐야 한다. 

    외출복을 입는 순서 등 절차를 아이에게 안내하고 행동의 순서가 필요한 과제들을 조직화하도록 

    중재를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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