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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 Mar 21. 2022

물 올림이 필요한 시간이야

발목 수술 후 기나 긴 회복의 시간을 마치고 한 복직이었고, 그래서 내게 주어진 시간들이 더 귀하게 느껴졌다. 운동도 다시 시작했고 퇴근하면 스터디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누구보다 에너지 넘치게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 확진으로 이주 만에 다시 멈춰야 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또 강제로 일을 쉬어야 한다는 게 참 받아들이기가 싫었다. 그래도 발목 수술했을 때는 오른발로 바퀴 의자를 밀면서 집안을 자유로이 돌아다녔는데 이제는 방문 밖을 나갈 수가 없게 되었다. 모든 게 참 불완전하고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인생이다.


격리 첫날은 해열제를 아무리 먹어도 열이 잡히지 않아 미칠  같았는데 격리 삼일차 되자 언제 그랬냐는  열이  떨어졌고  상태가 조금씩 돌아오고 있다. 회복 기념으로 오빠는 내가 좋아하는 꽃을  안에 넣어주었다. 봄이 찾아왔구나. 허우적거리는  상황과 관계없이 어김없이 봄은 돌아왔다.  끼니를 챙겨줘야 하는 오빠도,  안에 갇혀있는 나도 서로서로 지치는 상황이지만 이것도 며칠 뒤면 끝날  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려 한다. 나는 몸상태가  나빠지지 않고 회복될  있도록 오빠가 주는 물을 끊임없이 마시고 있다. 학창 시절  별명은 하마였는데 정말  먹는 하마가   같다.


나는 원래 돌아다니는 것을 참 좋아하는데 이번 연도는 집순이 생활을 제대로 체험 중이다. 집순이 생활도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시간의 흐름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다. 처음 발목 수술로 집콕 생활을 했을 때는 뭘 해야 할지 몰라 우울해서 눈물만 났다. 그런데 그동안의 집콕 경험치가 누적되었는지 이번 코로나 격리기간은 시간도 빠르게 흘러가고 생각보다 잘 버티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잘 참아내다가도... 가끔 철없이 짜증을 부리곤 한다.


예쁜 꽃을 오래오래 보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정이 필요하다. 큰 잎은 떼어내고 줄기는 대각선으로 자른 뒤 열탕 처리 후 물 올림 과정이 필요하다. 꽃 하나를 관리하는데도 이런 노력과 기다림이 필요한데 우리 인생은 더 인내가 필요하지 않을까? 인내의 시간이 우리를 더 단단하고 튼튼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나에게 얘기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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