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수술 후 기나 긴 회복의 시간을 마치고 한 복직이었고, 그래서 내게 주어진 시간들이 더 귀하게 느껴졌다. 운동도 다시 시작했고 퇴근하면 스터디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누구보다 에너지 넘치게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 확진으로 이주 만에 다시 멈춰야 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또 강제로 일을 쉬어야 한다는 게 참 받아들이기가 싫었다. 그래도 발목 수술했을 때는 오른발로 바퀴 의자를 밀면서 집안을 자유로이 돌아다녔는데 이제는 방문 밖을 나갈 수가 없게 되었다. 모든 게 참 불완전하고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인생이다.
격리 첫날은 해열제를 아무리 먹어도 열이 잡히지 않아 미칠 것 같았는데 격리 삼일차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열이 훅 떨어졌고 몸 상태가 조금씩 돌아오고 있다. 회복 기념으로 오빠는 내가 좋아하는 꽃을 방 안에 넣어주었다. 봄이 찾아왔구나. 허우적거리는 내 상황과 관계없이 어김없이 봄은 돌아왔다. 매 끼니를 챙겨줘야 하는 오빠도, 방 안에 갇혀있는 나도 서로서로 지치는 상황이지만 이것도 며칠 뒤면 끝날 걸 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려 한다. 나는 몸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고 회복될 수 있도록 오빠가 주는 물을 끊임없이 마시고 있다. 학창 시절 내 별명은 하마였는데 정말 물 먹는 하마가 될 것 같다.
나는 원래 돌아다니는 것을 참 좋아하는데 이번 연도는 집순이 생활을 제대로 체험 중이다. 집순이 생활도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시간의 흐름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다. 처음 발목 수술로 집콕 생활을 했을 때는 뭘 해야 할지 몰라 우울해서 눈물만 났다. 그런데 그동안의 집콕 경험치가 누적되었는지 이번 코로나 격리기간은 시간도 빠르게 흘러가고 생각보다 잘 버티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잘 참아내다가도... 가끔 철없이 짜증을 부리곤 한다.
예쁜 꽃을 오래오래 보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정이 필요하다. 큰 잎은 떼어내고 줄기는 대각선으로 자른 뒤 열탕 처리 후 물 올림 과정이 필요하다. 꽃 하나를 관리하는데도 이런 노력과 기다림이 필요한데 우리 인생은 더 인내가 필요하지 않을까? 인내의 시간이 우리를 더 단단하고 튼튼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나에게 얘기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