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에서 삶을 배우다
三人行(삼인행) 則損一人(즉손일인) 一人行(일인행) 則得其友(즉득기우)
삼인행(三人行)은 천지인(天地人)의 완전한 모습을 갖추어 나아가는 모습인데, 즉손일인(則損一人)은 그 와중에 한 사람을 잃는다는 말이다. 이는 철저하고 완전한 준비를 갖추고 투자에 임하더라도 결원(缺員)이 생기고 결국 손해가 날 수 있다는 뜻이다.
일인행(一人行)은 단독으로 투자를 진행함이며, 즉득기우(則得其友)는 친구를 얻는다는 말이니, 이는 준비가 부족하더라도 하늘과 땅이 도우면 뜻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다. 경제적인 활동과 성패가 사람의 노력과 준비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 서대원 《주역강의》 -
고전을 읽다보면 지나온 날들이 머릿속에서 영사기를 돌리는 듯 생생한 영화가 상영된다. 요 며칠 사이 미국 증시가 허리케인을 몰고 왔다. 물론 국내 증시 또한 제비가 친구 따라 강남 가듯 엄청나게 요동 쳤다. 아마도 파생상품을 하는 이들은 아마도 천당과 지옥 구경을 충분히 했으리라 짐작 된다.
내게도 주식 투자(투기) 경험이 세 번 있다. 그 첫 번째는 2000년이었다. 첫 직장에서 퇴직 할 때였다. 내게 할당 되었던 우리사주를 받았다. 당시 현금으로 100만 원 정도 되었다. 증권사에서 신규 계좌를 개설하고 주식이라는 것을 시작했다. 보름 정도 지났을까 100만원은 10만원이 되었다. 남은 주식을 모두 팔고 주식에서 손을 땠다.
두 번째는 2007년 즈음이었다. 펀드를 하다가 수익률이 좋지 않아 모두 해지하고 주식으로 돌렸다. 당시 현금으로 1000만원 정도 되었다. 매일이 일희일비(一喜一悲)의 날들이었다. 어느 날이었다. 동료가 파생상품(ELW)에 투자하는 것을 보았다. 상한선 하한선이 없는 아주 위험한 상품이었다. High Risk, High Return을 꿈꾸며 멋모르고 ELW의 늪에 발을 살포시 넣었다. High Risk, No Return을 맛보았다. 1000만 원이 허공에서 사라져 버렸다. 허탈한 마음에 주식에서 손을 땠다.
세 번째는 2010년이었다. 두 번의 이직을 통해 세 개의 직장(중소기업, 벤처기업, 대기업)에서 15년 동안의 직장생활과 이별하고 홀로서기를 시작한 해다. 당시 과거의 허랑방탕한 생활 덕분에 수천만 원의 빚이 있었다. 헛된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 했다. 하지만 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과거의 허물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과거 두 번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퇴직금에서 다시 1000만원을 꺼내어 주식의 늪 속으로 들어갔다. 그것도 위험천만한 파생상품(ELW)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헛된 욕망은 악마에게 미소를 선물할 뿐이었다. 또 다시 인생무상을 맛보고 주식에서 손을 땠다. 그 이후로 주식은 내 곁에 다가오지 못하고 있다.
주역에서 말하기를 “철저하고 완전한 준비를 갖추고 투자에 임하더라도 결원(缺員)이 생기고 결국 손해가 날 수 있다.”라고 했다. 내 경우 ‘경제’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주식에 손을 댔으니 손해를 보는 것은 강 건너 불 보듯 뻔한 것이었다. 간혹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식으로 멋모르고 주식에 투자했다가 큰돈(?)을 만지는 이가 있다. 그들은 대부분은 큰 욕심 없이 용돈 벌이로 재미삼아 투자한 이들이 많다. 물론 내 주변에는 그런 이가 없지만 말이다.
최근 가상화폐가 세계 경제를 혼돈 속에 빠뜨리고 있다. 전세 돈을 허공에 날리고, 학자금이 담배 연기처럼 사라져 망연자실한 이들이 속출했다. 그 이유가 어찌되었던 절신한 마음에 소중하게 모아왔던 자금을 투자할 때는 희망에 부풀었을 그들. 결국 희망을 절망으로 보상 받은 그들. 나 또한 지난 날 비슷한 경험이 있기에 약간이나마 그들의 상처를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과연 그들은 모두 ‘가상화폐’에 대해 자세히 공부하고 사전에 준비를 하고 투자를 결심하게 되었는지 말이다.
내 비록 지금 가진 것은 없지만 설렁설렁 책을 읽고 고전을 공부하며 헛된 욕망을 분리수거하여 폐기처리 하니 그 어떤 때보다 속이 편하고 홀가분할 수가 없다. 일확천금을 꿈꾸고 비루한 성공을 꿈꾸는 이들이 모두 헛된 욕망을 일장춘몽(一場春夢)으로 여겼으면 좋겠다. 또한 지금 현재의 환경에 만족하고 주어진 삶에 충실하며 착실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명심보감에서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가난하고 비천해도 즐겁게 살고,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부유하고 고귀해도 근심스럽게 산다. 知足者(지족자) 貧賤亦樂(빈천역락) 不知足者(불지족자) 富貴亦憂(부귀역우)”라고 했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