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채 May 24. 2023

'왜 이 업무를 해야 하나요?'


업무를 세심하게 잘 전달만 해도 절반은 성공이다.



중간관리자나 팀장으로 스타트업에서 일하게 되면 자주 마주하는 순간들이 있다. C-LEVEL 과의 대화를 통해 결정된 업무를 우리 팀원들에게 설명하고 R&R 을 분배하는 순간이다. 팀원들을 불러 모으기 전에 C-LEVEL과 업무의 필요성에 짧게 얘기하고 끝내고 싶지만 대게 그렇지 않다. 지금 이게 우선순위에 맞는 일이니, ROI 가 나올 수 있는 일이니 등 열이 오르는 길고 긴 토론 끝에 정해지는 일들이 다반수다. (토론이라는 격식 차린 단어가 있어 다행이다.)



근데 문제는 이렇게 격조 높은 토론을 마치고 팀원들을 불러 모아서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말이야..' 라며 운을 띄울 때, C-LEVEL과 일의 당위성에 대해 열을 올린 나머지 섬세하게 말할 힘이 소진 돼버린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상당히 업무 전달을 압축적으로 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이때 듣는 팀원들은 겉으론 "넵" 하겠지만 머릿속으론 '읭?' 할 거다.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은 어떻게 할 것이며, 우선순위는 어찌 되며.. 아니 근본적으로 왜 해야 하는가?! 와 같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닐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의 결과물이나 속도나 뭐 하나 제대로 되지 않으리라는 것은 뻔하다. 그래서 이렇게 되지 않도록 내가 노력하는 것들이 있다. 첫째로는 C-LEVEL과 업무에 대해 논할 때 서로 생각이 달라 격하게 토론했을지언정 팀원들에게 업무를 들고 가기 전까지는 그 일에 대해 99% 공감을 끝내야 한다. 아직도 뭔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태로 팀원들을 조우한다면 나의 표정이나 말투에서 이미 일의 중요성에 대한 신뢰도는 산산조각이 난다.



둘째로는 이렇게 까지 말한다고? 할 정도로 진심을 다해 업무를 설명해 준다. 근데 이때 가장 강조하는 것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이다. 이 일을 어떻게 잘할지와 같은 방법론은 당장 구체화하기 힘들다면 팀원들과 '왜'에 대한 공감이 끝난 후에 후속 미팅을 통해서 디벨롭하면 된다. 당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한 방향에 대해 공감하고 같이 나아가는 것이다. 말은 쉬운데 진짜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어느 순간 '이 일이 지금 필요해. 언제까지 디벨롭할 수 있어?'라고 팀원에게 말하는 냉소적이고 불친절한 팀장이 돼버릴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는, 새로운 일과 별개로 기존의 하던 일의 끝맺음은 확실히 하는 것이다. 일의 체계가 없다는 말의 원인을 들여다보면 그중 하나는 일을 벌여놓고 흐지부지 되면서 새로운 일에 돌입하는 것 때문이다. 기존 일의 성과를 보고 계속할지 아니면 그만할지 명확히 정하고, 새로운 일과의 접점이 있다면 잘 조합시키는 것도 매우 효율적인 일처리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고객을 위한 가이드 노션 문서를 제작하고 있었는데, 자동 CRM 툴로 바꾸기로 결정했다면 기존에 노션에 써두었던 매뉴얼 글을 CRM 툴 챗봇에 입히는 것과 같은 일 말이다.



아무튼, 조그마한 조직에도 중간관리자가 있고 팀장이 있는 것을 보면 결국엔 필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잘 해낼 수밖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