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영어교육
우리 아이 영어공부, 언제부터 시작해야 할까?
영어강사를 거쳐 영어교육회사에 근무를 하고 있기 때문일까, 필자에게 사람들이 종종 물어오는 질문이다. 사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이런 것을 물어볼 때 대답은 이미 마음속에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소위 말하는 '답정너'다. 지금 당장, 혹은 이미 늦었으니 어서 빨리 시작해야 한다는 답을 원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에 시작해도 늦지 않다, 혹은 공교육에서 영어를 시작하는 시기인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해도 괜찮다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이다. 아이가 아직 어리고 한국어도 잘 못하는 것 같은데 영어교육 광풍에 휩쓸려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일 것이다.
참고로, 아주 어린 나이부터 영어교육을 시키고 있거나 그러려고 마음먹은 학부모들은 이런 질문 자체를 하지 않는다. 영유아를 위한 영어교육 학습법이나 교수법에 대해 묻거나, 혹은 아주 구체적으로 학원과 학습지 이름을 거론하면서 그쪽의 프로그램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무튼, 영어교육, 혹은 외국어 교육의 시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아주 오래된 이론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결정적 시기 가설'(Critical Period Hypothese)이다.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결정적 시기 가설'은 1967년에 하버드대학의 언어학자 에릭 레네버그가 촘스키의 이론에 근거하여 언어 습득은 만 2세부터 뇌의 성장이 완료되는 사춘기 사이에 이루어지며, 이 시기를 언어 발달의 결정적 시기라고 규정한 데에서 시작된다.
이 '결정적 시기 가설'은 원래 모국어 습득이 언제 어떻게 이루어지는 가를 밝히기 위한 연구에서 비롯된 이론인데, 한국에서 원어민 강사니 몰입교육이니 하는 영어 광풍이 불던 시기에 엉뚱하게 소환되어 영어를 제대로 배우려면 아주 어릴 때부터 배워야 한다는 굳은 믿음을 주는 데 근거가 되기도 했다.
물론 결정적 시기 가설이 외국어 습득에 있어서 아주 의미 없는 것은 아니고, 실제로 어린 학생들이 성인들에 비해 언어 습득의 속도가 빠른 것은 어느 정도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정 시기를 지난 사람은 외국어 자체를 배우는 것이 아주 어렵고 힘든 일인가 하면 또 그렇다고 수긍하기 어려운 경우가 또 상당히 많이 있기도 하다.
이제, 다시 원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영어교육은 언제부터 시작하는 것이 적절한가? 솔직히 시기만 놓고 본다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본다. 엄마표 영어공부, 학원이나 학습지 등의 사교육, 초등학교의 방과 후 등 방식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전제가 되어야 하는 것이 있는데, 부모가 자녀의 영어교육에 대한 비전과 플랜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 비단 영어교육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자녀 교육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비전이니 플랜 같은 뜬구름 잡는 얘기 말고, 좀 더 알기 쉽게 설명해 보자. 부모는 자녀의 영어교육에 대해 생각해볼 때 먼저 다음의 몇 가지 사항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1. 자녀의 영어공부가 왜 필요한가?
2. 아이의 영어실력이 어느 수준까지 가기를 원하는가?
3. 아이의 영어공부를 위해 얼마만큼의 시간과 돈을 쓸 수 있는가?
부모들은 이러한 질문에 대해 스스로가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의 명확한 답변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사교육 시장의 경쟁은 매우 치열하고 정보는 넘치다 못해 과잉상태이기 때문에, 아이를 가장 사랑하고 자녀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부모가 중심을 잡고 아이에게 제일 좋은 방식이 무엇인가 고민해야 한다. 그런 이후에는 직접 영어를 가르쳐도 되고 학원이나 교습소, 학습지를 이용해도 된다.
우리 아이 영어공부는 언제부터 시켜야 할까? 위의 질문에 막힘없이 답할 수 있다면 지금 바로 시작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