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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esar Choi Feb 10. 2024

흔히들 말하는 신神이라고 하는 건.

로스팅 기계가 고장 났다. 부품 수명이 다 되었다고 했다. 최근에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오래 돌리긴 했다. A/S는 빨라야 다음날이었고 부품비도 드려야 했다. 출장비도.


부품만 교체하는 거면은 내가 하면 되지 않겠나 싶어 이야기했더니 부품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부품 받고 직원과 영상통화 하면서 알려주는 대로 했다. 단순 교체였지만 수천만 원 되는 기계를 자가수리 했다는 게 뿌듯했다.


예비군 가면 좋았다. 하라는 대로 하고 밥 먹으라면은 밥 먹으면 되니까. 집에 와보니 묵혀둔 이케아 가구들이 좀 있었다. 설명서를 보며 가구 조립하는 걸 재미있어한다.


잘 되든, 잘 안되든 항상 하는 생각은 ’앞으로 어떻게 하지?‘였다. 설명서가 없는 일들을 주로 하다 보니 알려주는 대로 뭔가를 하는 게 마음이 편했었나 보다.


흔히들 말하는 신神이라고 하는 건 세상과 우주, 사람과의 관계를 관통하는 원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자신만의 일을 해 나가며 그 원리를 하나씩 알아가는 게 신을 만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믿었고 그렇게 살아가려고 나름 애썼다.


새해가 되고 벌써 한 달이 지났다. 40살이 되면 요령을 아는 사람이 될 줄 알았는데 아직 잘 모르겠다. 만 나이로 바뀌었으니 시간이 좀 더 있다고 해 두자. ㅎㅎ


겸손과 공경으로 물어보면서 하다 보면 뭐든 잘 아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못다 한 일을 처리하고 주말에 시간이 남는다면 서랍장이나 조립해 봐야겠다. #2024_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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