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aesar Choi Oct 09. 2024

황제가 자기를 짐. 이라고 하는 이유

큰 거래처 중 하나가 전주에 있다. 커피 포장지가 예상보다 하루 늦게 왔다. 제품을 늦게 보내드리게 되었다. 오늘 한글날은 휴일이다. 예상하신 일자보다 늦게 받으실 거 같기도 하고, 정말 많이 구매하시는데 그동안 인사도 못 드린 게 내내 마음에 걸린 차에 나름 먼 길을 운전했다.


오후에는 작은 계약도 했다. 계약 상대방이 새로운 일을 할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었다. 중개사 분이 ‘이렇게 준비를 안 하시고 공간만 준비하셔서 괜찮겠습니까?’ 걱정할 정도였다.


나이가 나보다 22살 더 많은 분에게 식품 관련 일을 하실 때 뭘 하셔야 하는지 말씀드리면서 일을 진행했다. 놀랍지는 않았다. 생각보다 이런 분들이 많다. 그냥 식당을 차리면, 카페를 만들면 일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을 그동안 많이 봤었다. 의외로 무서운 식품위생법 내용도 잘 모른 채.


하이얼 창업자 장루이민張瑞敏의 이야기를 무척 좋아했던 시절이 있었다. 판매한 제품을 갖고 고구마를 씻는 고객들을 보고 고구마 세척 전용 세탁기를 만들었다거나, 배송이 어려운 지역에 직접 제품을 업고 몇 십리를 가서 직접 전달했다는 이야기들. 창업자의 스토리는 언제나 사람을 뭉클하게 만든다.

하이얼 창업자 장루이민張瑞敏의 이야기를 무척 좋아했던 시절이 있었다. 판매한 제품을 갖고 고구마를 씻는 고객들을 보고 고구마 세척 전용 세탁기를 만들었다거나, 배송이 어려운 지역에 직접 제품을 업고 몇 십리를 가서 직접 전달했다는 이야기들. 창업자의 스토리는 언제나 사람을 뭉클하게 만든다.


근데, 그런 이벤트들로만 회사를 잘 되게 만들기는 어렵다. 노자가 그랬다. 최고의 왕은 백성들이 왕이 있는 줄만 알고 있는 왕. 太上下知有之 이라고. 사건/사고가 터지고 이를 해결하는 사람은 영웅이다. 왕은 사건/사고를 미리 예견하고 일어나지 않게 하는 사람이다. 영웅은 왕이 되기 어렵다. 말안장 위에서 천하를 다스리기는 어려운 법이다.


황제가 자기를 칭할 때 짐朕. 이라고 하는데 이는 조짐兆朕의 줄임말이다. 찐 리더는 무슨 일이 일어날 낌새를 먼저 알고 준비하는 사람이라는 거다.


큰일이 미리 방지되니 일하는 사람은 매일의 일에만 집중하면 된다. 일상적인 일만 했는데 조직이 계속 발전한다. 구성원들 각자가 ‘지가’ 잘해서 우리 조직이 잘 되는 줄 알게 만드는 게 진짜 리더다.


내가 포장지 수요를 잘 예측했다면 전주까지 올 필요는 없었을 거다. 계약 상대방 분이 잘 준비하셨다면 내가 계약 자리에서 강의를 할 필요는 없었을 거다. 크게 되돌아봐야 할 일이다. 이제 돌아가면 다시 일하는 평일이 시작된다. 아무 일도 없지만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매일매일 잘 살펴봐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버지를 잘 만난 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