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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o Jan 28. 2020

[충북의 로컬 크리에이터] #2. 도시와 농촌을 잇다

촌스런 / 안재은 대표

  젊은 청년이 시골로 내려간다고 했을 때, 모두가 쉽게 포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촌스런의 안재은 대표는 도망치기보다 시골에 가지고 있는 막연한 편견을 버리고 그들의 문화를 배우려고 했다. 그렇게 도시의 직장인은 시골의 농부가 되었고 농촌의 생태계를 위해 콘텐츠를 기획하고 발굴했다. 사람들이 사라져가던 농촌에는 생기를 불어넣고 도시의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오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촌스런에 관한 소개 부탁드려요.

  촌스런은 촌스learn의 의미에요. 어법에는 맞지 않지만, 촌은 배움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촌에서 살면 많이 뒤처지고 느릴 것이다라는 편견이 있는데, 사실 촌에서는 자연과 사람에게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참 많아요. 그래서 저는 제가 촌에서 얻은 배움들을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알리고 나누고 싶어서 농업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들도 만들고 있어요.


충북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다른 분야의 일을 하다가 농업인이 되셨다고 들었어요

이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청주에 있는 반도체 회사를 1년 정도 다니기도 했고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5년 동안 일하기도 했어요. 그러면서도 저는 늘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라는 자아 찾기를 정말 많이 했어요. 그러다 부모님이 살고 있는 문의면으로 들어오게 되었는데, 비록 시골이 저의 고향은 아니지만 촌의 섭리가 저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더라고요. 이곳에서는 버릴 게 하나도 없는 거예요. 식물이 자라고 다시 거름으로 돌아가는 그 모든 과정과 순리들이 제가 추구하는 생각과 딱 맞는다고 생각했고 문의로 들어오게 되었어요.




상대적으로 젊은 청년이 문의로 들어와 전혀 모르던 농사를 짓는다는 게 

많이 힘드셨을 것 같아요.

  처음 문의로 이사 왔을 때는 불편했죠. 친구를 만나러 청주 시내를 가려고 하면 30분이나 걸리고 하물며 술 한 잔도 못하고 돌아와야 하는 상황들에 다시 청주로 나갈까 생각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집 밖을 나왔는데 온 세상이 초록 초록하고 소음도 없이 새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너무 좋았어요. 그때부터 시골에게 받은 좋은 감정들을 어떻게 하면 다시 돌려줄까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촌을 알리려 시도했던 것 같아요. 물론 청년이 작은 시골 마을에 들어왔을 때 많은 배척을 당하기도 해요. 그래서 탈 농촌을 한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 저도 가끔은 어른들과의 갈등이 있지만, 오히려 그런 사소한 갈등들을 어떻게 스토리텔링하고 콘텐츠로 풀어낼까를 생각하는 것 같아요. 우리가 같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잘 극복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농업 콘텐츠농촌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 배경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처음 농촌 관련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던 건 농업인의 날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동네 어르신들에게 떡을 돌리고 사진을 찍어서 페이스북에 올렸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빼빼로 데이로 알고 있는 11월 11일이 농업인의 날이다, 우리 쌀을 많이 소비하자는 이야기를 하면서 농촌을 외부에 알렸어요. 그때가 촌스런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그다음으로 진행했던 프로젝트가 십세끼였어요. tvN의 예능프로그램<삼시 세끼>를 변형해서 열 끼 먹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어요. 서울 사람들이 시골에 온다는 자체가 마을 어르신들의 큰 관심을 끌게 되었어요. 그래서 그 이후에 마동리, 지금 이 과수원의 농장주 분들과 인연이 닿게 된 거예요. 시골은 한번 인연이 닿으면 그 인연이 다른 인연으로 이어지고 돈독해지더라고요. 그래서 그 이후부터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는 시골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어요.


촌스런에서 제작한 잡지도 있다고 들었어요.

  제가 계간지 <촌>으로 촌스런 사업자등록을 하게 되었어요. 계간지 <촌>은 일본의 <다베루 통신>처럼 농산물이 부록인 잡지에요. 창간호는 이곳 자두 밭에서 시작했는데, ‘촌,철,살,인’이라는 네 가지 테마를 담았어요. 촌은 자두가 살고 있는 마동리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철은 가을 자두니까 가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살은 자두가 살아가는 이야기, 자두의 생산 과정을 담고 인은 자두의 생산자의 이야기를 담았어요. 그렇게 가을에 창간호를 내고 겨울호를 내야 하는데, 육지는 농한기거든요. 그래서 육지와 반대로 농번기인 제주도로 내려가 당근 농사를 지었어요. 그렇게 겨울호 <당근>까지 나왔죠. 

  그런데 지금은 제가 농사에 집중해야 하고 전국화를 무대로 하니까 힘든 부분이 있어서 잠시 중단을 한 상태에요. 그래도 촌스런이 생기게 된 계기가 되었으니까 앞으로도 소비자와 농민을 이어주는 프로그램을 더 기획하려고 해요.




이번 가을에 개최한 촌스런 콘서트는 어떤 프로젝트인가요?

  촌스런 콘서트는 도농상생 콘서트예요. 마동리 자두 밭을 찾아오시는 분들이 자두를 따고 더 할 거 없는지 많이 물어보세요. 그래서 농가 체험 이외에 팜파티(Farm party)를 하기로 결심하게 되었어요. 도시 사람들에게 농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보여주고 싶어서 과일 적재 박스를 의자로 배치하려고 구상도 하고 옛날 초가집에서 쓰이던 문짝을 전시해두기도 했어요. 올해 태풍이 두 번이나 와서 숲을 보여드리지 못해 너무 아쉽지만, 다음에 더 정비해서 자두를 따고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해요. 그래도 마을 분들이 오셔서 공연도 보고 젊은 사람들이 시골을 찾아오는 걸 보시면서 마을에 활기가 돌았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촌스런 콘서트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려고 해요.






끊임없이 다양한 농촌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으세요

그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제가 기획한 프로그램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줄 때 살아간다고 느껴요. 그리고 시골 또는 청년농업인에 대한 선입견들이 하나, 하나 변화되는 모습을 볼 때 많이 뿌듯해요. 많은 사람들이 청년농업인이라고 하면 도시에서 실패한 사람이 들어온 걸로 생각하고 실제 농촌 안에서도 사람들이 수군수군하기도 해요. 또 저처럼 여자 혼자 들어왔다 그러면 결혼 여부부터 시작해서 사생활을 많이 물어보세요. 

  그런데 이런 부분들이 제가 시골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인해 한 사람씩 개선이 된다면 시골에 들어와도 괜찮아시골에 들어와도 누구나 먹거리를 찾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거죠. 예전에는 어르신들이 저만 보면 시집이나 가라, 여자가 무슨 농사냐고 하셨는데 요즘에는 인사를 하고 얘기를 나누면 농사 잘 짓게 생겼다고 하세요.




충북 로컬 크리에이터로서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세요.

  저는 도시와 시골의 매개체 역할을 하고 싶어요. 저희 농장은 생산물을 판다고 생각을 하지 않아요. 환경을 판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농장에 오셔서 자두 따기 체험을 하면서 좋아해주시고 자연에서 위로를 받아 가는 모습에서 앞으로도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겠다고 늘 생각해요.

  그리고 농촌 콘텐츠를 기획하면서 젊은 청년들이 농촌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고 더 나아가 농촌 콘텐츠를 저만 만드는 게 아니라 또 다른 젊은 청년들이 만들어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고령화된 농촌 사회에도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 믿거든요.

  농부는 환경을 유지시켜 주는 사람인데, 사람들이 시골로 들어올 수 있는 요소를 하나씩 만들어 주는 것도 농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어떻게 활동하느냐, 어떻게 이 시골을 도시 사람들에게 노출시키느냐가 저의 최대 관심사인 것 같아요. 장기적이든, 단기적이든 젊은 사람들이 농촌으로 들어와 지내며 농촌 마을이 활성화되고 시골이 사라지지 않게 만들고 싶어요.





충북 청주시 상당구 마동 1길 282-47

0507-1324-1918

www.chonslearn.modoo.at

chons.learn@gmail.com

인스타그램   @pro.chonyeon

페이스북       @Jae-eun 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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