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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o Jan 28. 2020

[충북의 로컬 크리에이터] #1. 공간, 문화를 팔다

카페 레체, 복합문화공간 광순 / 김승범 대표

  카페와 음식점이 무수히 생겨나고 그 가운데 맛으로, 분위기로 성공하는 사례들이 있다. 그러나 카페 레체와 복합문화공간 광순은 그 결이 다르다. 커피를 팔고 사진 찍기 좋은 공간을 팔지 않는다. 대화를 나누기 좋은 공간 속에 맛있는 커피를 곁들이고 문화예술을 만날 수 있는 문화 자체를 판다. 미술관에 가지 않아도, 공연장에 가지 않아도 일상 속에서 쉽게 예술을 접할 수 있다. 이렇게 일상에 녹아든 문화예술을 접한 사람들이 미술관과 공연장을 찾게 되는 또 하나의 문화적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카페 레체에 관한 소개 부탁드려요.

  카페 레체는 수암골에 거의 처음으로 생긴 카페에요. 카페 레체의 이름은 어학연수 기간에 만난 이탈리아 친구가 살고 있는 도시 이름이에요. 저는 거기서 생전 처음으로 에스프레소를 먹어보았는데, 그 향이 너무 좋아서 아직도 잊히지가 않아요. 그러다 카페를 차리게 되었을 때, 아버지가 특정 국가나 도시의 이름으로 하면 좋겠다고 하셔서 레체라는 이름이 딱 생각나게 되었어요. 

  그리고 레체에는 로고가 있는데, 제 누나의 얼굴이에요. 누나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는데, 그런 누나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친구분이 그려주셨고 로고로 쓰이게 되었어요. 그래서 레체의 곳곳을 보면 ‘I will always remember you’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누나를 기억하겠다는 의미인데, 이제는 레체를 찾아주시는 손님들을 기억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청주 수암골에서 카페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수암골은 수동과 우암동이 합쳐진 신조어예요. 제가 어렸을 때 이곳은 달동네라고 불리던 곳이었어요. 그래서 제 기억에는 불빛도 없는 무서운 곳이었는데, 우연히 아버지를 따라 여기에 올라와서 정말 깜짝 놀랐어요. 청주시가 한눈에 다 보일 정도로 전망이 좋았거든요. 원래는 주택을 지으려고 했는데,  좋은 풍경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카페를 짓게 되었어요.



카페 레체는 전망이 좋은 카페로 유명해요

통유리창루프탑 등의 공간 디자인은 직접 구상하고 기획하신 건가요?

  사실 처음부터 이런 모양으로 만들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여기 필지가 독특하게 생겼어요. 그래서 땅의 모양에 맞게 건물을 구상하다 보니 테라스를 만들게 되었고 그래서 지금의 카페 레체 모양이 된 거죠. 그런데 테라스에 의자 몇 개를 가져다 놓았는데 사람들이 그 공간을 좋아하는 거예요. 사람들이 테라스에서 인증샷을 찍고 SNS에 올리는 모습을 보면서 테라스의 역할을 더 강조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아마 카페 레체가 전망이 좋은 카페가 된 것이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테라스의 장점은 바로 옆에서 대화를 하더라도 소리가 들리지 않아요. 탁 트인 곳에서 대화를 하니까 소리끼리 부딪히지 않는 거죠. 그래서 굉장히 편안한 대화가 가능해요. 거기에 날씨도 좋고 그에 맞는 배경음악만 있다면 완전 환상의 공간이죠. 그래서 테라스가 사람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게 되었던 것 같아요.




수암골에 생긴 독특한 카페들이 카페 레체를 롤 모델로 삼은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처음에 수암골에 카페를 열면서 어려웠던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카페에 루프탑을 하려고 했는데, 루프탑 시설이 불법이라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어렸을 때 소풍 가서 도시락을 먹는 것이 너무 당연한 것인데 밖에서 먹는 게 금지된다는 거죠. 환경위생법에 위촉되어서 안된다는 거예요. 제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또 많은 사람들이 전망을 보며 행복감을 느끼는데, 왜 불법일까 생각했죠. 

  그래서 지역민들과의 단합된 한 목소리를 내야했죠. 그전에는 얼굴만 알던 사이였지만 깊은 관계를 형성하려고 노력했어요. 저는 항상 생각하는 게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그 사람과 나의 관계부터 생각하거든요. 관계부터 형성이 되어야지 일이 맞는지, 안 맞는지를 결정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관계부터 새로이 만들어나가고 상인들을 규합하고 상인회를 만들었어요그리고 조금씩 불합리한 제도들을 개선해 나가는 중이에요.



카페레체의 공간은 쉬지 않고 계속 변하는 중인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키고 싶은지 궁금해요.

  결국은 고객 니즈죠. 예를 들어, 고객이 많이 찾는 섹션이 있다면, 왜 그럴까 고민해보고 탐구하면서 그것에 맞춰서 공간을 강화시키고 인기가 없는 것은 생략하는 방식이죠. 아이 엄마들이 아이를 데려와서 쉴 수 있는 공간도 만들게 된 이유가 있어요. 여기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데이트를 했던 젊은 대학생들이 이제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도 있어요. 20대 중반에 만났던 친구들이 그때 여기에 대한 추억을 갖고 다시 왔을 때 불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이를 데리고 와도 편하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항상 고객이 먼저 무엇을 원하느냐에 맞춰서 가꾸게 되었고 제가 무언가를 선도해본 적은 없어요.




얼마 전 시내에 복합문화공간 광순도 기획하고 만드셨어요.

이전부터 미술음악 등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저는 제가 단순히 커피를 파는 사람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카페를 운영해보니 사람들이 커피 때문에 카페에 오는 게 아니었어요. 그때 생각했어요. 그럼 나는 커피를 파는 사람이 아니구나. 사람들이 나한테 돈을 지불하는 이유가 커피가 아니구나. 그럼 그게 뭘까 생각해봤을 때 문화를 사러 온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저는 커피를 판다고 하지 않고 문화를 판다고 이야기하거든요컬처 셀러라고.

  사실 커피만을 팔아서는 롱런할 수 없어요. 그들에게 문화를 판매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주고 그들에게 삶으로 다가올 수 있게 해야 해요그래야 내가 그들의 삶과 함께 할 수 있고 롱런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래서 그 문화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복합문화공간 광순에 관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지역마다 그 지역에서 부각이 될 수 있는 장점이라는 게 달라요. 예를 들어, 수암골이라고 하면 루프탑, 테라스, 전망 같은 것들이 있죠. 그런데 시내 구도심은 그런 장점이 없죠. 그러면 우리가 거기를 왜 갈까를 생각해 봐야 해요. 저는 시내를 찾는 연령층이 되게 어릴 줄 알았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그렇게 어린 친구들만 오지 않더라고요. 다양한 나이대가 오고 가는데 그러면 그들이 쉼을 위해 카페를 갔을 때 쉼에 무엇을 더해야 이들이 이 공간들을 찾아올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무려 50년간 죽어있던 공간을 사람들에게 개방하는데 어떤 식으로 보여주어야 그 공간의 정체성을 잘 녹일 수 있을까 생각했죠.

  사실 사람들에게 미술관이나 전시관을 일 년에 몇 번이나 가느냐고 물어봤을 때 한두 번 간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대다수죠. 그래서 저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쉼의 공간에 작품을 전시를 하면 그들은 자신이 평소 생활하는 공간 안에 문화에 대해서 접할 수 있게 되고 그들의 의식 수준이 올라갈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그리고 그게 사람들에게 생각보다 기분 좋은 일이거든요.

  문화라는 건 우리가 계속 뭔가 경험하고 싶고 체험하고 싶지만 시간적, 공간적 제약 때문에 쉽게 접하지 못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관심도도 떨어지게 되죠. 그런데 내가 문화생활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충족되는 순간 그건 그들에게 굉장히 기분 좋은 일이에요. 사실 문화는 사람들에게 절대 강요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그 사람 삶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강요해버리면 굉장히 부담스러워지는 거죠. 그래서 광순 같은 경우도 최대한 고객들에게 강요하지 않는 선을 생각해봤어요. 섹션 별로 나눠서 그들이 그들 나름대로 작품도 편하게 보라고 자리 앞에 작품이 있어요. 커피 들고 돌아다녀도 돼요. 보통의 다른 전시장에는 음료 반입 금지잖아요. 떠들면 눈치 보이잖아요. 그런데 광순은 눈치 보지 않아도 돼요. 아무 곳에나 앉아서 대화하고 작품에 대해서 편하게 이야기하고 즐길 수 있도록 했어요.





운영하는 다양한 공간을 비롯한 활동이 지역에 어떤 영향을 주었으면 하세요?

  제가 26살 때 카페 사장이 되었어요. 얼마나 어렸겠어요. 그러다 보니 의도치 않게 유명해졌어요. 엄청 어린 사람이 카페 사장이라고 하면서 저라는 사람을 제 자신이 아닌 카페 레체로 인식을 하더군요. 카페 레체가 곧 제 자신이 되었어요. 이 공간이 욕을 먹으면 제가 욕을 먹는 거예요. 이 공간이 칭찬을 받으면 제가 칭찬을 받고요.

  그래서 나중에는 청주를 대표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청주가 욕을 먹으면 내가 욕을 먹는 거죠. 물론 청주가 사랑받을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싶어요. 무엇보다 청주의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고 그 사람들이 사랑하는 축제 등을 만들고 싶어요.


충북 로컬 크리에이터로서 앞으로의 목표 또는 계획을 알려주세요.

  앞으로 저는 기획자가 될 생각이에요. 기획자가 되고 싶은데 많은 분야에서의 기획이 될 수 있을 거 같아요. 우리들이 현재 잘 못하는 부분에서 잘하고 싶거든요. 그래서 축제, 공연 등 쉼의 공간에 대한 것을 많이 만들고 싶어요. 그렇게 지역 내에서의 많은 사례들을 만들고 싶어요.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해 다양한 곳에서 ‘김승범’이라는 사람과 함께 작업을 하면 깨인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실효성 있는 사업을 할 수 있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게끔 하고 싶어요. 

  충북 로컬 크리에이터 사업 과정에서 제가 재미있었던 것은 제가 잘하지 못하는 것들을 다른 로컬 크리에이터의 도움을 받을 있다는 부분이었어요. 물론 제가 잘하는 부분은 도움을 주면서요. 제가 큰 기획은 세울 수 있지만 작은 세부계획을 세우는 것에는 많이 부족할 수 있거든요. 그런 부분들을 많이 보완할 수 있어서 같이 작업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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