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상회 / 이상창 대표
충주 관아골의 자그마한 골목에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도 멈춰 서게 하는 카페 세상상회가 있다. 오후만 되면 사람들로 북적이는 이곳은 세은·상창 부부의 꿈이 녹아있는 장소이다. 버려진 오래된 가옥을 개조해 사람들과 나눔의 기쁨을 누리고 싶었던 이들은 사라져가던 골목에 생기를 불어넣는 중이다. 동네 사람들이 모여 여유를 되찾고, 관광객들이 찾아와 설렘을 느끼는 곳, 세상상회. 지역의 창작자들을 위한 공간을 내어주고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며 지역의 문화적 구심점을 만들어가고 있다.
카페 세상상회에 관해 소개해주세요.
저희 부부는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했어요. 제 아내는 구두 관련 디자이너였고 저는 도시재생 컨설턴트로 일을 했어요. 2016년도에 제가 충주의 도시재생사업 총괄계획자로 있으면서 충주시와 인연이 되었고 애정을 갖게 되었어요. 그리고 부모님이 엄정에서 복숭아 농사를 지으시는데, 그런 농산물을 활용해 디저트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지역의 농산물 이용하는 지역 내의 공간을 만들게 되었어요.
세상상회는 충주 성내동 골목에 있는 카페로 유명해요.
골목을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도시재생 사업을 할 때 만났던 청년들과 같이 해볼 만한 것이 없을까 고민하다 공모사업을 했어요. 우체국 안에 청년 창업가를 위한 공간을 만들기로 했었는데, 그 사업이 엎어지면서 흩어질 뻔한 위기가 있었어요. 그때 우리끼리 모여서 스스로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한 팀씩 들어온 게 벌써 1년 반 정도 되었어요. 정말 자연스럽게 이 동네에 스며들게 된 거예요. 사실 결정적인 계기는 공간이 저렴하잖아요. 매입을 해서 공간을 마련해야 하는데, 서울이었다면 엄두도 못 냈을 거예요. 이 동네는 시내이지만 젊은 친구들은 다 떠나고 폐허나 다름없던 곳이었어요. 뭔가 하면 되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세상상회의 방문객들이 모두 공간을 보고 감탄을 해요.
대표님이 직접 설계하고 구상하신 건가요?
다른 지역의 카페를 많이 보러 다녔어요. 그런데 트렌드를 너무 따라가기보다는 이 공간의 본래 모습을 살리면서 이곳답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여기는 공간이 두 개거든요. 13년 동안 비어 있었던 곳인데 하나는 일제시대 때 일본인이 살던 집이고 또 다른 하나는 첫 한국인 입주자가 엄마를 모시려고 지은 집이에요. 카페를 열고 난 후, 이 공간을 지으셨던 분, 거주했던 분, 하숙하셨던 분 등이 방문하시기도 했어요. 모두 한참 앉아있다가 가셨는데, 좋아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세상상회에는 다양한 굿즈도 함께 판매하고 있어요.
이곳에는 직접 제작한 굿즈도 있고 다른 디자이너들의 작품도 있어요. 그런데 저희가 이런 굿즈를 판매하게 된 이유는 지역에는 20~30대의 감성을 건드릴만한 굿즈가 별로 없다는 거예요. 사실 굿즈는 많아요. 주로 사과와 복숭아 같은 농산품이죠. 특히 충청도, 충주와 청주를 헷갈리는 이런 도시에서는 굿즈가 굉장히 절실하더라고요. 또 제가 봤을 때 10대와 20대가 지역 굿즈에 가지는 자부심이 많이 없어 보였고 자랑할만한 요소가 많이 없다고 생각하더라구요. 외부자의 시선으로 봤을 때 이런 굿즈들이 진짜 필요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진열장 한 칸 채우는 것도 힘들었는데 반응이 좋아지면서 점점 늘어나게 되었고 지금은 뺄 수가 없는 하나의 공간이 되었어요.
카페 안에는 굿즈를 전시하고 판매하는 공간뿐만 아니라
전시와 문화 프로그램도 다양한 것 같아요.
지역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지만 자신의 공간이 없어서 전시나 판매를 하지 못하는 작가들도 있어요. 그래서 지역 작가들을 위한 전시를 하게 되었고 충주에 있는 건국대학교, 교통대학교 등의 학생들도 참여했어요. 물론 자체적인 검증을 하기도 해요. 지역과 연관이 되어있는 작품인지 아니면 이 지역에 없거나 또는 여기 충주에서만 살 수 있는 작품인지 판단해서 꾸리고 있어요.
세상상회는 지역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사랑을 받는 공간인데,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이곳에 오게 하는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지역 사회에서는 개인 카페가 대형 프랜차이즈보다 잘 되기 어려운 구조에요. 제가 바리스타 대회 나가서 1등을 한 사람이면 굉장히 성공할 수도 있겠지만, 그 정도가 아닌 이상은 힘들어요. 그래서 저는 주변에 있는 다른 사업장들하고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공동체를 만들어 지역 내의 민심을 얻고 외지인들에게는 ‘이 장소 특이하다’, ‘우리 지역에 없는 게 여기에 있네’ 이런 것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고, 그런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공동체라면 플리마켓 담장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저희가 작년 5월에 오픈하고 6월부터 담장이라는 마켓을 시작했어요. 처음 시작은 이 골목에 세상상회와 패브릭 공방인 제이플래닛 두 곳 밖에 없었을 때, 제이플래닛 대표님이 우리의 두 공간을 오픈해서 골목길을 연결하고 마켓 한 번 해 보자고 제안하셨어요. 막연한 생각에서 시작했는데 점점 커져서 전국에서 셀러 분들이 찾아오시게 되었어요. 그리고 담장으로 골목이 홍보되고 브랜딩이 되었어요. 마켓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해준다고 했지만 저희는 지원 기관의 이름이 들어가는 순간 우리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셀러 분들에게도 우리의 취지가 건전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도 그랬어요. 우리가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골목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전달해드렸어요. 그랬더니 청주에서, 서울에서, 대전에서 많이 찾아오시는 것 같아요. 셀러가 즐기는 마켓이라고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세상상회의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초심 잃지 않고 꾸준하게 하고 싶어요. 거대한 목표는 없어요. 충주의 좋은 이미지를 잘 만들어서 다음 세대에게 잘 전해주고 싶어요. 인기가 있던 골목이 어느 한순간에 사라지는 이유가 유명했던 가게가 갑자기 빠져나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정말 무섭다고 생각해요.
이런 일들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에게 골목과 협업의 중요성을 잘 알려주고 싶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 골목이 오래 유지되고, 이런 골목이 더 생겨나길 바라고 있어요.
충북 충주시 관아5길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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