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하지만 무척 매력적인 책
꾸준히 무엇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괜히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을까.
나는 예전부터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게 작심삼일을 진심으로 소화해내고 있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내 마음속에서는 꾸준히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산다.
그런데 작년에 우연히 봉현 작가를 알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인스타를 보다가 알게 된 그림 그리고 글 쓰는 봉현 작가. 그녀는 매일의 일상을 그리고 있었다. 특별히 2022년 마지막 즈음 봉현 작가는 '100일 프로젝트'이라는 주제로 프로젝트를 열었고 나는 그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100일 프로젝트'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자신의 목표를 정하고 100일 동안 정해진 곳에서 인증을 하면서 꾸준함을 연습하는 것이었다. 내게는 많은 계획들과 목표들이 있었지만 그림 그리기를 선택했다.
인터넷에서 찾은 스케치들을 따라 그리는 것으로 아주 짧은 시간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은 운동을 하거나 음식을 챙겨 먹거나 독서를 하거나 공부를 하는 등 여러 가지 목표를 실천하고 있었다. 매일 밴드에 인증 사진을 올리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작심삼일이면 끝나던 내 의지는 40일이 넘게 유지되었다. 물론 그 후로는 바쁜 일정 때문에 100일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40일이 넘는 날 동안 그림을 그렸다는 것 자체가 내게는 큰 의미가 있었으니까.
그렇게 봉현 작가의 책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일까? 단정한 반복의 그 큰 의미를 아는 사람. 그 의미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하는 사람.
'단정한 반복이 나를 살릴 거야'
이 책에는 위대한 삶의 성공 방식이 쓰여있는 것은 아니었다. 누구나 다 아는 그 사실, 꾸준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를 다시 괜찮은 사람으로 만든 건 나였다. 외로워도 글을 쓰고, 힘들어도 그림을 그렸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었다.
-어느덧 습관이 들면서 저녁을 먹고 난 후 혹은 잠자리에 들기 전에 책상에 앉아 그리는 게 하루 일과로 자리 잡았다.
-아무리 피곤해도 하루에 20~30분씩 시간을 쪼개 그림을 그렸다.
-반복해서 노력하면 무엇이든 남는다는 확신이 있었다.
소소하지만 다부진 그녀의 일상을 보는 것이 참 즐거웠다. 특별히 꾸준히 반복해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작가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다시 용기를 얻었다.
그렇게 2023년에는 아는 지인들과 함께 '100일의 약속'이라는 이름으로 같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0명 밖에 안 되는 작은 인원이었지만 각자가 꿈꿨던 작고 사소한 꿈들을 나누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어떤 사람은 플랭크 1분 하기, 어떤 사람은 스쿼트 100개, 나는 그림 그리기 그리고 10분 개인기도.
이렇게 여러 가지 작은 꿈들이 모이자 모두 어린아이들처럼 기뻐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을 함께여서 할 수 있었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아마 튼튼한 자신을 만날 것이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좋은 추억들이 그림으로 모일 것이었다. 그리고 작고 소소한 우리들의 꿈이 모여서 우리를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잠자기 전, 시간이 있을 때 그림을 그린다.
때로는 화가처럼, 때로는 그림일기를 그리는 초등학생의 마음으로.
이 작은 반복이 내 삶을 이렇게나 풍요롭게 해 주다니.
봉현 작가의 말이 백배 맞다.
'단정한 반복이 나를 살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