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두미 Jan 10. 2024

감기에 걸렸다

새삼스레 감사

감기에 걸렸다. 

먼저 몸이 으슬으슬하더니 두통이 오고 몸살이 시작됐다. 한 이틀은 약을 먹지 않고 견디겠다 했는데 나중에는 코감기까지 와서 결국 오늘 우리 캠퍼스에 있는 병원에 갔다. 

도로티 의사는 동정 가득한 얼굴로 나를 맞았다. 도로티 의사는 사실 내가 아픈 것을 알고 있었다. 어제 오랜만에 피자를 만들었다며 우리 집에 가져다주면서 내가 아픈 것을 본 것이었다. 나는 도로티 의사의 눈을 보는 순간 울컥 눈물이 날 뻔했다. 꼭 아이들이 혼자 넘어져 울다 엄마를 보면 더 크게 울게 되는 것처럼. 왠지 모르게 도로티 의사의 표정은 내게 위로를 주었다.

도로티 의사는 말했다. 

요즘 유행하는 감기의 시작유형과 같다고. 그녀는 약을 처방해 주고는 따뜻한 목소리로 기도까지 해주었다. 새삼 환자가 되어 병원을 방문해 보이 이렇게도 따뜻하고 감사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감기약을 먹으니 일단은 몸살 기운이 사라지니 밥도 할 수 있고 생각도 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렇게 새벽에 일어나 페이스북을 쓰고 있을 정도이니)

그런데 코감기가 심해졌다. 코가 꽉 막히니 코로 쉴 수가 없어 입으로 숨을 쉬고 그러다 보니 입은 마르고 목은 아팠다. 

새삼스레 창조주가 만든 나의 코가 얼마나 위대한 일을 하고 있었는가 생각했다. 평소 코로 숨을 쉴 때 한 번도 숨 쉬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느낀 적이 없으니 말이다. 코와 점막들 그리고 이 기묘한 코털의 가습효과까지. 

아마 '아니 저 코털은 도대체 무슨 이유로 존재하는 거야?'하고 생각하던 내 몸의 다른 부분들은 오늘 제대로 느꼈을 것이다. 코털도 정말 중요한 일을 하는구나 하고. 

코가 막혀 숨쉬기가 힘들어 밤새 자다 깨다 자다 깨다 하던 나는 새벽 3시에 일어나 코를 뻥하고 뚫기 위해 유칼립투스를 듬뿍 넣어 스팀 인할레이션을 했다. 그리고 미지근한 물에 소금을 섞어서 코에 주입했다.(어렸을 적 엄마가 바가지로 소금물을 코에 넣었던 기억을 더듬어) 

그랬더니 그나마 꽉 막혀있던 코의 한쪽은 약간 뚫렸다. (언제 다시 막힐지 모르지만) 하지만 여전히 내 몸은 불편한지 무의식적으로 코 대신 입으로 숨을 쉬는 나를 발견한다. 막상 누울려니 다시 코가 막힐까 봐 앉아서 뜨거운 마법의 물(생강을 푹 끓인 물에 지라(인도 마살라)와 통후추 세 알 그리고 강황 가루와 마늘이 섞은 물)을 홀짝홀짝 마시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예전에는 이런 생각을 했었다. 

혹시 내가 아프게 된다면 나는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나의 아픈 것에 대한 글을 쓰고 그곳에서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며 시간을 보내리라.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은 나의 오만이었다. 

나는 이렇게 감기 하나에도 며칠을 아파하며 코막힘 증상 하나에도 숨쉬기가 힘들다고 발버둥을 치고 있으니. 

'네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그리던 내일이다.' 

중학교 때 처음 듣게 된 이 말은 정말 매 순간을 어떻게 살아 나가야 하는지를 다시 알려주는 명언이다.

2024년은 그렇게 살고 싶다. 힘들고 어려운 장애물을 보기보다는 지금 살아가는 이 순간에 감사하면서 말이다. 

코가 막혔으나 입으로 숨을 쉴 수가 있어서 감사.

감기에 걸려 잠을 잘 자지 못하였지만 이렇게 인생을 생각하는 글을 쓰며 감사할 수 있어서 감사. 

뭐 이렇게 감사를 찾아본다면 샐 수 없을 정도가 되겠지. 

그렇게 감사한 일들을 찾아 기록하는 2024년이 되고 싶다. 

글을 쓰다 보니 어느새 마법의 물이 다 끝나버렸다. 

감기 회복을 위해 다시 잠을 청해 봐야겠다.

아직 날이 밝지 않아서 감사.

작가의 이전글 40대, 이제 시작하는 나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