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린 Apr 12. 2022

2022년 4월 11일 - 퇴근길

가만있으면 되는데 뭘 자꾸 그렇게 할라 그래


또다시 영감이 샘솟는 퇴근길, 오늘도 하루가  지났네. 아니, 사실 업무 시간이 끝난 것뿐이고 아직 하루의 끝까지는 여섯 시간 정도 남았지만, 하루 종일 업무에 시달린 나로서는 내일 다시 출근해서 사무실 책상에 앉기까지 아무런 생각도 하기가 싫어. 그래서 밤이  끄고 침대에 들어가 눕는 것처럼  퇴근 후에  뇌의 전원을 끄고 알고리즘의 노예가 되어버릴 거야. 그런 의미에서 오늘 하루는 이미 끝난 거지.


오늘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월요일로 시작을 했어. 출근하기 싫어서, 조금이라도  자고 싶어서 재택근무를 해버릴까 잠시 고민했지만, 겨우겨우 나를 설득해 침대에서 끄집어내어 씻기고 준비시키고 제시간에  밖으로 내보냈단 말이지. 저번 주에아침마다 5분만, 10분만, 하다가 매번 계획보다 조금 늦게 출근했었어. 우리 회사는 출근 시간에 그렇게까지 엄격하지는 않은 편이라 5분이나 10 늦는 건   아닌데, 뭐랄까 나는 내가 정한 시간을 지키고 싶거든. 그러다 오늘은 오래간만에 시간 맞춰 집을 나섰고 그래서 기분 좋은 출근길이었단 말이지. 날씨도 만에 다시 보드라운  날씨에,  기분 좋아져라 상쾌한 노래를 들으면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길을 나섰는데 말이지


요즘  도시는 한창 공사 철인가 . 여기저기 공사를 시작해서 트램이 제대로 가는 일이 없어. 아니나 다를까 회사로 가는 트램은 내가  타는 정거장 오지를 않고, 그나마  근처로 가던 트램마저도 10 거리를 아주 뱅뱅 돌아 30분은 걸리더라도. 그래도 어쩌겠어, 이미 트램에 올라 타 버린걸. 그냥 단념하고 단톡방에 조금 늦는다고 알리고, 괜찮다는 답변에도  초라도 일찍 도착하고 싶어서 발걸음을 재촉했어. 겨우겨우 오전 회의에 늦지 않게 도착했고, 반쯤 빠진 정신으로 오전을 어떻게 보냈나 몰라. 그러다 보니 자잘한 실수가 있었고 오후엔 실수하기 싫어서  많은 신경을 쏟아야 했어. 세시에는 어김없이 텐션이 떨어졌고 그때부터는 또다시 스스로를 밀어붙여서 겨우겨우 퇴근시간까지 엉덩이를 붙잡아둬야 했지. 월요일이니까, 라는 말에  어울리는 하루였어. 상쾌하고 기분 좋은 월요일이라는  직장인에게 존재하지 않는 건가 .


그래도 퇴근하고 나니 기분이 좋다. 날씨도 좋고, 아직 해도 중천에 떠있고. 집에 가서 저녁으로  먹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얼른 집에 가서 옛날 예능 하나 틀어놓고 저녁 먹으면 기분이  좋아질  같아.


요즘  그럭저럭 살아. 별일 없이. 고작 트램때문에 몇 분 지각한 게 별일이 될 정도로. 그렇게 벗어나고 싶던 회사도 예전보다는  괴롭고 (그렇다고 출근이 즐겁지는 않아. 그건 불가능한 일이야.)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보내는 저녁도 나쁘지는 않아. 뭔가를 해내고 싶어서 아둥거리던 지난  해가 있어서였을까, 당분간은 이렇게 존재감 없이 살아도 평생을   있을 것만 같아. 물론 이게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행복하지는 않아. 근데 괴롭지도 않아. 즐겁고 설레는 일은 없지만 힘들고 버거운 일도 없어. 그냥 이렇게 수많은 먼지 중에 하나로 살아가는 것도 하라면   있을  같아. 그게 좋지는 않지만 그게  운명이라면 그냥 그럭저럭 받아들이고  수도 있을  같아. 이렇게 살다 세상을 떠나면  허무하고 후회되는 것도 많겠지. 그건 진짜 싫은데근데 그냥 이렇게 하루하루를 버텨 내다 보면 끝이  것만 같아.  지금  하는 걸까?


 웃긴  이렇게 별일 없이 사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하면서 머릿속으로는 무얼 해볼까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다는 거야. 1 1 사진을 찍을까, 새로운 취미를 만들어 볼까, 어디로 여행을 가볼까. 지금 쓰는  글도 그 다양한 생각의 결과의 하나지. 시리즈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했으니까.  나는 이렇게 계속  하고 싶은 걸까. 아무것도  하고 살면 편할 텐데. 그런 욕구 자체가 없으면 힘든 일도 없을 텐데. 가만있으면 되는데 뭘 자꾸 하려고 드냐는 장기하의 노래 가사가 귓가에 맴돌아. 나는 그냥 가만히는 못 사는 사람인가 봐. 끊임없이 나를 증명하고 싶어 하고 내 속에 쌓인 이야기를 어떻게든 분출하고 싶어 해. 나는 아직도 사춘기인가 봐.


작년 한 해를 바쁘게, 나름 욕구 충족을 하며 살아본 결론은,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거야. 하고 싶은 게 있고, 머릿속에 맴도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게 너무나 초라한 것이라 걱정이 되고 준비가 반도 안되었다 해도 일단은 시작해야 한다는 것. 이게 모두에게 진리는 아닐 테지만, 적어도 나의 삶에는 적용이 되는 것 같아.


물론 오늘 저녁도 아무 생각 없이 지낼 테지만, 이런 생각을 하고 이렇게 글을 쓴다는 게 이미 회복이 되고 있다는 뜻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언제 어른이 되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