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이강사 글로 말하다
실행
신고
라이킷
23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이한나
Jun 09. 2024
귓구멍에 피가 나도록 말해야 알아듣냐?
"왜 물어봐? 어차피 니 맘대로 할 거면서"
언니에게 이 말을 종종 들었다.
언니를 위하는 마음에
"언니 이거 먹어봤어? 먹을래?"
라고 물으면 언니는 단칼에
"괜찮아. 안 먹을래"
거절한다. 아쉬운 나는
"언니 한 번 먹어봐. 먹어보라니까"
라는 말로 다시 권유한다.
그때면 언니는 위의 말처럼
말하는 것이다.
"그럴 거면 왜 묻는데!!! 알겠어! 먹을게! 먹는다고!"
나는 언니를 사랑하니까! 언니를 위하는 마음이니까! 다 괜찮은 것이었다.
언제까지? 거울 치료를 당하기 전까지.
(여기서 거울 치료는 자신이 했던 행동을 상대방이 똑같이 하여 자신의 행동을 깨닫는 것을 말한다^^:;)
나의 거울 치료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다.
오후 5시 강의를 마치고 집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멀고도 먼 길, 퇴근 시간에 걸리지 않게 1분 1초라도 아껴야 하는 상황.
누군가 다가와
내게 아름다운 목소리로 속삭인다.
"
강사님, 커피 마시고
가요"
"아이고~~ 마음으로 벌써 한 잔 맛있게 먹었습니다. 제가 금요일 퇴근시간이 걸려서요."
나의 1차 거절이 끝나자마자 아름다운 목소리는 또 들려온다.
"강사님, 커피 마시는데 1분이면 돼요. 들고만 가요."
나는 그렇게 1분이라는 말에 수긍을 한다.
그러나 커피는 테이크 아웃이 아닌 매장에서 마시는 걸로 바뀌고, 1분은 10분의 시간으로 연장된다.
오후에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나는 티를 주문하지만
이곳은 라테가 유명하니 라테를 마시라고 종용한다.
우유를 못 먹는다고 게다가 오후라 커피를 못 마신다고 여러 차례 말했지만 끝까지 라테가 맛있다는 말을 하며 라테를 먹어야 한다고 한다.
케이크를 먹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한 숟갈만 먹으라는 말과 함께 티라미수가 주문되고
내 손에
포크를 쥐어 떠먹게 한다.
그때 알았다. 선한 의도가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상대의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선택을 빼앗고, 행동을 결정하는 것.
그것은 폭력이었다.
"싫다고! 싫다잖아! 왜 이렇게 내 말을 안 듣는 거야?
귓구멍에 피가 날 때까지 말해야 알아듣겠어?"
그렇다. 귓구멍에 피가 날 때 알아듣지 말고,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람이 되자.
그것이 상대에게 가장 큰 선물이 된다는 것을 기억하며.
keyword
언니
거절
이한나
오늘 어떤 당신이었나요?
저자
사춘기 딸아이와 젊은 아빠 엄마의 고군분투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구독자
910
제안하기
구독
매거진의 이전글
실수해도 괜찮아
누가 칼 들고 협박했냐?
매거진의 다음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