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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나 Jun 11. 2024

누가 칼 들고 협박했냐?

고된 일정이었다.

첫째 날

용인-광명-청주공항-제주도-제주도 중문-다시 공항 근처 호텔

다음날

제주도-청주-부여-구미

그리고 구미에서 집으로 복귀.


3일의 일정 가운데 나는 한없이 나약해질 수 있었지만, 굳건하게 버티고 해내었다.

이런 나를 자랑하고자 글을 써 본다.


나는 방향 감각이 없는 사람으로 목적지까지 버스를 타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꾼다.

버스 정거장도 잘 못 찾거니와 어떻게 도착을 하긴 해도... 돌아오는 버스를 찾는 것은 더 끔찍하다.

그런 내가... 제주도에서 중문까지 버스를 탔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공항 바로 앞에 리무진이 있다고 쉽게 말할 수도 있으나... 난 리무진 정거장을 찾는데 15분 이상을 헤맸다.

그런데 굳이 버스는 왜 탔냐고 묻는다면.... 경비라도 줄여 돈을 아끼고 싶었다.

버스에서 내려 한 손에는 핸드폰 지도를, 한 손에는 캐리어와 짐백을, 등에는 백팩을 메고 말이다.

그러나 나는 내 신세를 한탄하지 않았다.


목적지를 찾고 나니 배가 고파왔고, 꽤나 비싸 보이는 식당이었지만 택시비를 아낀 나에게 선물을 주고자 당당하게 들어갔다. 그러나 식당 사장님은 혼자라고 말하는 내게 다른 식당을 권했고, 소개받은 식당이 문이 닫혀 있다는 것을 알기까지 10초나 걸렸을까...

그러나 나는 내 신세를 한탄하지 않았다.


그렇게 호텔에 입성해 편의점에서 컵밥을 하나 사 호텔 밖 주차장을 서성이며 밥을 먹었지만 내 모습이 살짝 부끄러울 뿐

나는 절대로 내 신세를 한탄하지 않았다.


투덜이, 징징이의 아이콘인 내가 이렇게 감정에 동요되지 않을 수 있었던 비결은 한 가지였다.

조금 서러워질 때면 남편이 알려 준 줄임말을 중얼거리는 것.

"누칼협"

"누가 칼 들고 협박했냐?"


맞다.

-강의 일정을 받고 스케줄을 조정한 것.

-돈을 아끼겠다고 버스를 타고 어깨가 빠지도록 걸어간 것.

-식당에서 평소처럼 2인분 시켜 먹음 될 것을 굳이 편의점에서 컵밥을 사 와 주차장에서 서서 먹은 것.

모든 일은 나의 선택이었다.

'돈을 아껴야 되는 상황이었다고?'

'돈을 벌어야 해서 빡빡하게 스케줄을 잡아야 했다고?'

'편의점에 자리가 없어 어쩔 수 없어 주차장에서 서서 먹어야 했다고?'

솔직해지려 한다. 분명 다른 선택지는 있었다.

모든 것이 100% 나의 선택이었고, 칼 들고 협박한 자는 없었다.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이 되지 않고자 노력한다.

모든 것이 나의 책임이라는 '누칼협' 앞에 서니 이상하게 서럽지도, 서글프지도, 초라해지도 않았다. 오히려 당당하게 이 모든 것을 해내고 있는 내가 존재했다.


이제!!!

제발 '저 인간 때문이라고' 남탓하며 살지 말자!

'저 인간도, 하기 싫다는 그 일도, 가기 싫은 회사도, 자식새끼마저도...'

심지어 '중성지방이 높아진 것도, 체중이 늘어난 것도'

모든 것이 나의 선택이다.

내 삶은 나의 것이다.


다시 기억한다!!!

누칼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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