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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경 Jan 16. 2023

그래픽디자이너 커리어 전환하기

UXUI디자이너가 되자!

3일 동안 집에도 못 가고 늘 퇴근은 새벽 2시, 3시에 했던(택시비가 월급의 50% 이상 나온 적도 있다) 지옥 같던 디자인 회사를 탈출? 해 결국 난 퇴사를 했다.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나의 포트폴리오를 찬찬히 뒤돌아보게 되었다. 굵직한 프로젝트부터 작은 프로젝트까지, 브랜딩부터 사인 디자인 등 다양한 작업물들을 보며 나름 꽤 열심히 살았구나 하고 스스로를 자위했다.


사실 이 포트폴리오로 더 좋은 그래픽 회사를 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은 있었다. 하지만 언제든 나를 버릴 수 있는 클라이언트에게 비위까지 맞춰야 하며, 디자이너의 노동과 시간은 제일 아래에 두고 가격을 후려치는, 항상 세상에 없는 디자인을 외치는 이 거지 같은 디자인 산업 구조를 벗어날 테다! 하고 당당하게 외쳤지만.. 그래픽 디자이너의 포트폴리오로는 UXUI디자이너가 될 수는 없었다.


디자인 에이전시 구조에 질린 이유도 있지만, 신입 때부터 나는 디자인만 하는 것엔 재미가 없었고 내가 생각하고 고민한 대로 기획하고 디자인까지 결과물을 이어가는 게 재미있었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좋았다. 사실 UXUI가 처음은 아니었다. 대학생 때 아이폰이 보급화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앱들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나는 여행에 대한 앱 아이디어가 떠오른 참이었다. 타이밍 좋게 네이버에서 모바일 디자인앱 공모전을 개최해 밤을 새워 디자인을 해 상을 탄 적도 있었다. 모바일 공모전 마감 시간이 이미 지난 줄 알고 아빠를 붙잡고 엄청나게 울기도 했던... 그렇기에 더없이 값진 경험으로,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순간 중 일부로 남아있다.


짧았던 그 경험으로 UXUI 디자인을 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나에겐 있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지금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풉, 어림도 없다라고. 당신의 생각이 정확하게 맞다. 기획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코딩 중심으로 기획되고 제작되는 UXUI는 그래픽 디자인과는 결 자체가 다르다는 걸 처음엔 몰랐었다. 어쨌든 업종을 전환하기로 했으니 나는 이것저것 시도해 보기로 했다. Sketch 프로그램도 다운로드하여 포트폴리오 용으로 쓸 앱을 디자인하기도 하고 강의도 들으며 전반적인 모바일과 웹 분야에 대해 배우기 시작했다. 동시에 버스에서 항상 들었던 광고의 그린컴퓨터아트학원(가지 마세요..)에서 html과 css를 시도하기도 했다.


어느 정도 포트폴리오가 만들어졌을 때(솔직히 지금 봐도 누가 날 뽑을까 싶은) 나는 로켓펀치에서 여러 회사를 살펴보았다. (로켓 펀치나 원티드도 이때부터 성장한 커리어 스타트업으로 이전에는 사람인이나 잡코리아에서 구직을 했었는데 말이다.. 흠) 전공자도 아니며 UXUI 디자이너로서 커리어가 전무한 나를 뽑아줄 회사는 극히 적어 보였다. 그래 나도 처음이니까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만이 날 뽑을 수밖에 없을 거야.라는 현실 자각을 하게 되었다. 그중에 가장 눈이 갔던 스타트업이 있었는데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다. 현재까지 아무도 서비스하지 않는 분야였고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여기에서 내가 디자인으로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보였다. 이력서를 접수하는 곳에 쓰여 있는 이 문구도 좋았다.


"커피 한 잔 하실래요?"


딱딱한 분위기가 아닌 서로 알아가 보자는 느낌이 좋았다. 회사에 할 말이 있냐고 묻는 인풋란에 나는 있는 사실을 그대로? 에 살짝 msg를 쳐서 제출했다.


"바보 온달과 평강 공주 이야기 아시죠? 저는 UXUI가 처음입니다. 이미 잘하고 있는 사람은 금방 떠나갈 수도 있지만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은 빛을 발하지 못할 수 있지만 귀사에서 성장해 오래 머물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나중에 대표님께서도 해주신 말이지만, 회사에 하고 싶은 말에 적은 저 글이 아주 인상 깊었다고 하셨다. 그래서 만나보고 싶었다나? 하하.. 실제로 이 말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근속한 지 이제 6년 차.. 엄청나다. 지금까지 1년, 2년씩 잦은 이직을 했던 나로서는 아직도 놀라운 사실이다. 이직을 해야 연봉도 높이는데 나는 왜 6년째 이 회사를 떠나지 않고 근무하고 있는 것일까?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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