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걸이
뒷 산에 올라가면 늦가을 가지치기한 나무가 산 중턱 한 켠에 쌓여 있다. 곧게 뻗은 가지 옆으로 잔가지를 가진 나무를 골라 적당한 길이로 자른다.
잔가지가 튀어 나온 쪽의 반대쪽을 도끼로 평평하게 자른다. 그 다음은 손 가는대로 칼의 흐름에 맡긴다.
나무 후크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가지를 이용하는만큼 굉장히 튼튼하다. 잔가지는 사실 옹이이다. 옹이는 사람으로 치면 굳은살이다. 굳은살에서 잔가지 나온만큼 튼튼하고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
나는 그저 자연의 기하학을 그대로 취해 조금 다듬을 뿐이다.
살고 있는 원룸은 겨울이면 더 좁아진다. 겨울옷을 둘 곳은 더 적어지고 쌓여만 간다. 이때 나무후크는 진가를 발휘한다. 나무 뒷편에 글루건을 바르고 벽에 붙이면 롱패딩을 걸어 놓아도 떨어지지 않는다. 벽에 나사를 박지 못하는 달팽이 신세라 글루건은 나사를 대신하는 아주 좋은 도구이다.
오래 방치되어 있던 나무로 후크를 만들면 간혹 검게 변해버린 나무를 만난다. 색칠하지 않고 그냥 두는 것이 가장 이쁘지만 이렇게 검게 변해버린 나무를 만나면 어쩔 수 없다. 색칠한다. 유화물감에 건성유(호두기름, 린시드오일 등)를 적당량 섞어 바르면 색이 나무에 스민다. 아크릴물감도 사용이 가능하다. 각 물감은 바르면 각자 다른 개성을 갖는다.
산벚나무
180 * 35
유화물감 마감
생활 속 필요한 물건을 스스로 만들어 보는 것은 즐겁지만 대체로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