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할 줄 아니까 프리랜서로 살아볼까? 회사, 안 다니면 가고 싶은 곳
다섯 번째 보고서는 프리랜서의 이야깁니다. 회사생활은 아니지만, 프리랜서 생활은 다시 회사생활을 하고 싶게 했거든요. 프리랜서 생활의 장단점이 이야기하다 보면, 왜 다시 회사생활이 하고 싶었는지 이해하실 수 있을 거 같네요!
1. 프리랜서의 장점
1) 직무와 관계없이 자유로운 프로젝트 설정
프리랜서의 가장 큰 장점은 자유로움이겠죠. 일하는 시간,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큰 장점일 겁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은 흔하게 이야기되는 부분이니 생략할게요.
제가 생각했던 최고의 장점은 직무와 관계없이 일할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지금까지 제 회사생활보고서를 읽어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정해진 직무대로 일하는 사람도 아니고, 직무의 구분을 굳이 지키려 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서비스를 만드는 것뿐만이 아니라 마케팅 프로젝트라던지, 사업계획서 작성이나 공모전 참여, 정부 수주사업에 참여하는 등 재미있는 일들이 많았고 이렇게 직무의 경계 없이 자유롭게 일하는 즐거움은 회사에서 느낄 수 없는 즐거움이겠죠. (결국 자유롭게 일한 다는 건 똑같네!)
2) 서비스의 일관성 형성
하나의 서비스(홈페이지, 마케팅을 포함해서 모든 서비스)는 하나의 일관성과 하나의 관점으로 만들어져야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R&R로 나뉘어있다 보니, 실제 업무에서는 하나의 관점을 만들어내는 것이 어려웠어요. (끔찍한 혼종) 특히 지난 회사의 경우 맨먼스를 기반으로 일정에 맞춰 일해 야하기 때문에 팀원들과 하나의 관점을 만들기 어려웠죠. (환경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인 부족함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똑같은 환경에서도 남다른 사람은 항상 존재하니까요.) 예를 들면 반응형 디자인은 반응형 레이아웃이 어떻게 움직이는 이해하고, 어떤 기준에 따라 정렬할 것인지가 합의되어 있어야 좋은 디자인이 나오고, 사용자 입장에서 UX가 일치되고, 편의성도 높아져요. 하지만 반응형 디자인에 대한 이해도가 좋지 못해서 PC버전과 모바일 버전을 따로 만들곤 했어요. 이것은 계속해서 맨먼스를 해쳤고, 개인적으로는 통일성 있는 UX를 제공하지도 못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프리랜서로 일할 때는 혼자 모든 걸 하기 때문에 노력하지 않아도 관점의 일치를 맞출 수 있었죠. 또 마케팅에 대한 유입 계획이나 관리 계획 역시도 마찬가지였어요. 제가 고려해야 하는 건 오직 스스로 개발할 수 있는 기능인가? 만 고민하면 되는 부분이었고, 개발이 불가능한 기능이더라도 외부 소스를 사용하는 기준도 제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일관성 있으면서도 서로의 기능에 영향을 주지 않는 독립적인 개발이 가능했습니다. 이렇게 하나의 관점으로 만들어지는 서비스는 프리랜서로의 즐거움이 분명했죠.
2. 프리랜서의 단점
1) 돈 받기 쉽지 않아!
사실 프리랜서의 가장 큰 고통은 돈을 받지 못하는 것일 거예요. 처음에 계약한 내용대로 금액을 받지 못하거나, 일만 해주고 돈을 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어요. 일이 끝나고 유지보수, 추가 작업은 받은 것보다 못 받은 게 더 많을 거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이게 가장 큰 고통은 아니었던 거 같은데, 사람들에게 가장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는 아무래도 이것이라고 생각해요. 돈을 받아낼 자신도 필요하고 악착같이 받아내려고 하는 성미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저는 이 부분에서 좀 무른 편이어서 프리랜서가 안 맞다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어쩌면 프리랜서로 일할 수 있는 역량보다, 돈을 잘 받을 수 있는 역량이 더 중요할지도...)
최근에 돈을 확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들이 활성화되고 있어서 도움이 될 거 같긴 합니다. (하지만 수수료가 작지는 않아요!) 또 한편으로 눈에 띄는 경력과 깊은 포트폴리오가 없었죠. 업계 평균의 관점에서 보자면 실속 있는 편이었지만, 누구나 아는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주변 지인의 소개나 전 직장의 외주가 중요했어요. 프리랜서를 꿈꾸시는 분이라면, 1) 돈을 받을 수 있는 각오(?) 2) 많은 일을 수주받을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는 게 꽤나 중요하지 않을까 해요.
2) 사용자와 교감의 부재
물론 그런 경제적인 부분도 프리랜서 생활의 고통이었지만, 사용자와 교감하는 서비스를 만들지 못한다는 것도 컸어요. 큰 서비스에 참여할 실력이 되지 못해서 일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받아오는 일들은 대부분 사용자가 그리 많지 않은 것들이었죠. 가장 활성화되어있는 곳이 하루 500~1,000 명 정도의 접속자가 있었으니까요. 그 사용자들과 교감하는 것도 결국 클라이언트지, 저는 아니기도 했고요.
3) 협업에 목마르다
한편으로 항상 협업에 목말랐어요. 앞에서는 거창하게 혼자 만드니 잘 만들어졌다는 듯이 언급했지만, 아 이 부분에서 더 전문가가 있으면 좋겠는데, 아 내 역량으로는 여기까지 밖에 못 만드는구나라는 아쉬움도 있었거든요. 한 때나마 서비스에 삶을 내걸었던 사람으로, 이런 부분들은 쉽게 견딜 수 없는 것이었죠.
3. 소고 :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나는 서비스 기획자였다.
서비스를 제대로 만들지 않는 스타트업에 실망해서 스타트업을 떠났고, 에이전시에서 일했지만 서비스를 기준으로 홈페이지를 만들었죠. 디자인 에이전시였기 때문에 사용성이나 구조보다 디자인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적응하지 못하고 그동안 일했던 관성으로, 서비스의 완성도를 추구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서도 실제로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서비스에 목말랐어요. 서비스 기획자는 자신이 만드는 서비스로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켜간다고 생각해요. 옛말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하지요. 서비스 기획자는 자신의 이름이 아니라 서비스를 남긴다고 생각해요. 영혼불멸의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서비스의 기초를 잘 닦고 관점을 수립해 놓으면 좋은 서비스가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서비스 기획자가 사는 법이 아닐까 싶어요. 내가 이 서비스의 기초와 관점을 만들었고, 그 뒤로 사람들이 여기에 얼라인 해서 서비스를 개선해 나가고 있어! 라는건 서비스 기획자로 최고의 즐거움이 아닐까 싶어요.
프리랜서는 서비스를 만들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어요. 만드는 사람으로의 욕구는 충족되어도, 만들어진 것에 대한 상호작용이 없으면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리하여, 다시 취업을 생각하게 돼요.
이때 다음 회사를 생각하는 건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를 가야겠다고 생각하게 돼요. 하지만 여전히 스타트업은 싫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제대로 서비스를 만드는 스타트업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한 스타트업의 연락을 받고 면접을 보게 돼요. 로봇, AI를 하는 스타트업이었죠. 사실, 프리랜서로 살면서 가려고 했던 회사들과 좀 달랐지만, 그래도 이 회사를 선택하게 됐는데요.
이 로봇 스타트업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이야기하기로 하고,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회사생활보고서 6. 눈부시게 성장하는 로봇 스타트업 회사로 돌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