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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하나 GPT는 여러 개

이제는 정말 '일' 당 '백' 이 되는 시대

by 오르 Orr

AI가 있으면 일이 줄어들고 사람이 대체되고 로봇이 시장을 점령해서.. 일줄..

나도 내가 일이 줄어들고 일하는 시간을 비우는 비중이 더 늘어날거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AI가 있으니까 일이 훨씬 더 많아졌다. 시도의 허들이 확 낮아졌기 때문이다. 아예 접근도 못하던 일들을 다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건 정말 크다.


마케팅 업계에서 인공지능의 등장은, 단순히 업무를 줄이는 수단이 아니라 생각만 하던 것들을 빠르게 실현해낼 수 있는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GPT 기반 툴들이 대중화되면서, 이제는 누구나 전문가 수준의 인사이트를 실험하고 적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건 단순한 효율 향상의 문제를 넘어서, 실무자의 역량과 사고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예전엔 어떤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실행에 옮기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이게 정말 효과가 있을까?"라는 의심과, "어떻게 시작하지?"라는 막막함 때문이다.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검색을 해봐도 명확한 방법은 나오지 않고, 결국은 시도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기획서 하나 쓰려면 레퍼런스를 찾아 헤매고, 벤치마킹을 위해 며칠씩 자료를 수집했다. 카피 한 줄 다듬는 데도 동료들과 몇 차례 회의를 거쳐야 했고, 간단한 설문조사 하나 만드는 것조차 어디서부터 손을 댈지 막막했다. 그러다 보니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일단 다음에"라며 미루게 되고, 결국 그 아이디어는 서랍 속에서 잊혀지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AI는 '해보기까지의 거리'를 극적으로 줄여준다. 머릿속으로만 상상했던 캠페인 컨셉을 몇 분 만에 구체적인 기획안으로 만들어낼 수 있고, 타겟 고객의 페르소나부터 메시지 전략까지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 가설을 검증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줄어든다는 건, 그만큼 더 많은 시도와 학습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 변화는 실무자의 '결정력'과 '주도성'을 끌어올린다. 이런 경험을 통해 깨달은 건, AI가 단순히 작업을 대신해주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범위를 확장해준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이런 것도 가능할까?"라고 의문만 품었던 일들을 이제는 실제로 시도해볼 수 있게 되었다. 실패의 부담이 줄어들면서 더 과감한 실험이 가능해진 것이다. 마케팅은 본래 가설과 검증의 반복이지만, 그 사이클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


특히 마케팅과 같은 분야에선 더 그렇다. GPT에게 타겟 오디언스를 정리해달라고 하거나, CRM 메시지 변형을 요청하거나, 광고 스크립트를 짜달라고 하면 아주 그럴듯한 초안이 즉시 생성된다. 전에는 디자이너나 에디터의 손을 빌려야 했던 일들이, 이제는 '시도해볼 수 있는 범위'에 포함되었다. 이메일 마케팅 캠페인을 기획할 때도 예전에는 제목 하나 정하는 데 팀 회의를 몇 번씩 했는데, 이제는 AI와 함께 수십 개의 제목 후보를 만들고 각각의 장단점을 분석한 다음, 가장 임팩트 있는 몇 개를 선별해 테스트까지 설계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기본적인 수준만 겨우 채워내던 사람들은 정말 빠르게 대체될 것 같다. 반면, 방향을 제시하고 실력으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은 AI를 무기로 삼아 훨씬 빠르게 치고 나간다. 단순히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찾아내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AI는 답을 주지만, 질문은 여전히 사람이 해야 한다. 아무래도 걔는 뭘 시키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하니까.. 이제 중요한 건 '기본을 얼마나 빠르게 충족시키는가'가 아니라, '기본 이후에 무엇을 더할 수 있는가'다. 이건 단순히 기획자와 마케터만의 일이 아니다. 디자이너도, 개발자도, 데이터 분석가도 마찬가지다. AI가 할 수 있는 영역은 넓어졌고, 그 위에서 더 나아가는 사람만이 경쟁력을 갖게 된다.


그래서 이제는 정말 "일 당 백"이 되는 구조가 가능해졌다. 혼자서 기획하고,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데이터 흐름까지 분석하며 캠페인을 세팅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GPT 하나로 몇 명 분의 일을 해내는 실무자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물론 이건 단순히 업무량이 늘어난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더 높은 차원에서 전략을 세우고, 더 창의적인 솔루션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히 툴을 잘 쓰는 능력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GPT를 학습시키고 대화하는 능력이다. 같은 질문을 던져도, 맥락을 이해하고 적절한 프롬프트를 주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결과물은 천지차이다.


예를 들어, 나와 함께 오래 대화한 GPT는 내가 자주 쓰는 말투, 고민하는 포인트, 중요하게 여기는 KPI들을 익혔다. 이 GPT에게는 어떤 브리프를 줘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반응하는 성향이 있다. 마치 나만의 전문 어시스턴트가 생긴 것 같은 느낌이다.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사고방식과 작업 패턴까지 반영된 파트너가 된 셈이다. 이런 맞춤형 AI와의 협업 방식을 터득하면, 업무의 질과 속도가 동시에 향상된다. AI가 내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내가 놓칠 수 있는 부분까지 보완해주기 때문이다. 반대로 AI와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리 좋은 툴을 써도 평범한 결과물밖에 나오지 않는다. 결국 AI 시대의 경쟁력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트렌드를 읽고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부터, 콘텐츠를 제작하고 성과를 분석하는 것까지, 마케팅의 모든 영역에서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사람이 하나라도, GPT는 여러 개일 수 있다. 물론 AI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고객의 진짜 니즈를 파악하고, 브랜드만의 고유한 가치를 찾아내고, 감정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다. 하지만 그런 핵심적인 사고와 판단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AI가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작업들을 대신 처리해주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건, 얼마나 빨리 실행하고 학습하느냐는 것. 더는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AI가 당신의 "일"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 준비가 되어 있다. 이제 필요한 건 용기와 실행력뿐이다.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는, 그 변화를 내 것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 AI 시대를 살아가는 마케터의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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