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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한 사람은 많았는데, 가입한 사람은 없었다

앱설치 후 가입을 만들어내기까지

by 오르 Orr

- 모든 수치와 크리에이티브는 실제 수치가 아닌 조정된 수치입니다.



앱 설치는 고관여 행동이다. 단순한 웹뷰 방문이나 배너 클릭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기기의 저장 공간을 내어주고, 수신 알림을 허용하며, 홈 화면에 아이콘을 추가한다는 것은 단순한 흥미 이상의 기대와 신뢰를 전제로 한다. 우리 서비스는 앱과 웹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앱 설치 후 가입하지 않은 비율이 약 70% 수준이었다. 이 중에는 웹에서 이미 가입한 뒤 앱에서 로그인하지 않은 유저도 일부 포함되어 있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였다. 나는 이 전환 구간에서 브레이즈(Braze)를 통해 푸시 알림과 인앱 메시지를 발송하고, 사용자의 행동 흐름에 따라 가입을 유도하는 분기 시나리오를 운영해왔다. 하지만 가입 전환율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초기 접근 방식

처음엔 전통적인 방식에 가까웠다. **가입 시 제공되는 금전적 혜택(5,000엔 쿠폰 + 15% 할인)**을 전면에 내세운 푸시 알림을 브레이즈 캠페인을 통해 정기적으로 노출했다.


"지금 등록하면 특전 � – 오늘만 5,000엔 쿠폰 + 15% 할인"

"지금 가입하지 않으면 5,000엔 손해보고 계신 거예요 �"

"이 화면을 보고 있는 당신에게만 드리는 한정 혜택 �"


결과와 한계

전달 방식은 AOS/iOS 푸시를 중심으로 구성되었고, 한 회차당 발송 규모는 수십만 건 단위였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오픈율: 안드로이드/iOS 모두 1% 미만

가입 전환율: 0.02% 내외


단편적인 혜택 제공만으로는 앱을 설치한 사용자의 행동을 유의미하게 변화시키지 못했다. 푸시 메시지는 노출 자체가 제한적이며, 설령 전달되더라도 사용자의 맥락에 맞지 않는 경우 쉽게 무시된다. 게다가 할인 메시지는 이미 시장에 과도하게 노출된 상태였고, 사용자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마케팅 메시지'로만 인식될 가능성이 높았다.




전략 변경

다음 시도는 할인 금액이 아니라, "이 앱이 당신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이 앱은 당신의 취향을 알고 있다

당신이 본 상품을 저장할 수 있다

당신에게 어울릴 만한 상품을 직접 고르고 있다


새로운 메시지 예시

취향 중심:

"지금 당신의 취향, 맞춰볼게요" → 회원가입하면 당신에게 맞는 추천을 바로 보내드려요

"어울릴지 고민되나요?" → 당신 취향에 맞는 아이템만 골라드릴게요 – 지금 등록하세요


저장 욕구 활용:

"이 상품, 내일이면 사라질 수 있어요"

"지금 등록하고 위시리스트에 담아두세요"


결과

이러한 메시지는 사용자의 '자기중심적 맥락'에 직접 연결된다. 단순한 보상이 아니라 '지금 이 시점의 나'에 맞는 이유가 생긴 것이다. 특히 '저장'이라는 키워드가 흥미로웠다. 이런 문장은 가입 자체를 '이득'이 아닌 '안심'과 연결시킨다. 사용자는 당장의 혜택보다, 놓치지 않고 보관하고 싶은 욕구에 더 쉽게 반응했다.



정교한 시나리오 구성

이후 시도는 단일 메시지 전략이 아닌, 사용자 상태별 분기 기반의 퍼널 설계였다. 앱을 설치했지만 가입하지 않은 고객의 행동 흐름을 세분화하고, 각 단계에 맞는 메시지를 제공하도록 시나리오를 재정비했다.


주요 분기 기준

앱 설치 후 푸시 수신 동의 여부

앱 설치 후 특정 상품 열람 여부 (view item)

장바구니/위시리스트 담기 행동 여부

다음날까지 회원가입 유무


시나리오별 메시지 예시

설치 + 미가입 + 상품 조회 없음
→ "아직 상품을 보지 않으셨네요. 지금 관심 있는 아이템을 찾아보세요"

설치 + 미가입 + 상품 조회 + 위시리스트 없음
→ "다시 보고 싶다면, 회원가입 후 저장해두세요"

설치 + 미가입 + 장바구니 담기 후 미가입
→ "장바구니에 담긴 상품이 곧 초기화됩니다. 지금 등록하고 저장하세요"

설치 + 미가입 + 푸시 비동의
→ "새 소식을 누구보다 빠르게 받고 싶다면, 알림을 켜주세요"


각 메시지는 푸시, 인앱 메시지, 캔버스 등 채널을 다르게 구성했고, 유입-조회-저장-구매 전환의 흐름에 맞춰 메시지 노출 타이밍도 세분화했다. 단일 CTA를 반복하는 대신, 유저의 현재 위치에 맞는 안내를 제시하면서 메시지 자체의 신뢰도를 높이고 피로도를 낮췄다.



인사이트

회원가입은 본질적으로 선택이다. 어떤 기술이나 캠페인이 사용자의 클릭을 '강제'하는 일은 없다. 특히 가입이라는 행위는 단순 전환이 아니라 신뢰, 기대, 그리고 개인의 데이터를 넘기는 일종의 거래다.

그렇기 때문에 가입을 유도하는 메시지에는 '당위'가 아니라 '이유'가 필요하다. 이번 실험의 핵심은 거창한 기술이나 복잡한 로직이 아니다. 사용자가 이미 앱을 설치했다는 사실 자체에 집중하고, 그 순간 사용자의 입장에서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정리해 보여주는 것이었다. 단순한 비용혜택보다 분명 더 소구할 수 있는 메시지가 있다. 비용혜택을 소구하는 빈도가 줄어드는 플랫폼은 분명히 더 강한 브랜딩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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