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나비 노래에는 청도 있고 춘도 있고 청춘도 있다 !!!!!!!!!!!!
작년 여름이었다. 잔나비에 미쳐있는 친구가 티켓을 예매했다며 같이 가자길래 동행했다. 그게 얼마짜린데 같이 가쟤,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그냥 ‘잔잔한 노래 부르는 인디밴드’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래서 딱히 기대도 없었고, 노래나 들어야지 했었던 기억이 있..
을 뻔... 첫 곡이 나오자마자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다.
기타 사운드는 곧바로 귀를 잡아챘고, 조곤조곤하던 목소리는 무대에선 폭발처럼 쏟아졌다. ‘그냥 잔잔한 노래’ 부르던 밴드가 아니라, 진짜 락밴드였다. 내가 편견을 갖고 있었구나 싶을 정도로. 무대 위에서는 가사가 스크린에 같이 띄워졌는데, 소리와는 또 다르게 그 문장 하나하나가 너무 예뻤다. 비유나 표현이 과하지 않고, 되려 담백하게 삶을 이야기하는데 그게 너무 예술적이고 시적이어서 순간순간 감정이 휘몰아쳤다. 그러니까.. 청도 있고 춘도 있고 청춘도 있다. 푸르기도 하고 봄이기도 하고 청춘이기도 하다. 분노도 있고 사랑도 있고 삶도 있다. 그냥 뭔가.. 콘서트를 다녀오면 삶을 한번 살아낸 느낌.
그날 이후로 나는 그냥 잔나비를 셔플로 틀어놓고 사는 삶을 사는데, 그걸 몇 달을 반복해서 들어도 지겹지 않았다. 내 기분에 따라, 계절에 따라, 같은 노래가 다르게 들리기도 하고.. 아무튼 그렇게 작년에 한 번 갔던 콘서트를 시작으로, 올해는 앵콜까지 포함해 두 번을 더 다녀왔다. 이미 거의 모든 곡을 알고 있었고, 응원법도 익숙했다. 그래서 더 신나게, 더 몰입해서 즐길 수 있었지만 그래도 스포일러는 싫어서 세트리스트나 후기 같은 건 일부러 안 찾아봤다. 그 무대에서 처음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어서. 사실 여전히 안 본 눈 사고 싶어....
무대는 여전히 너무 좋았다. 멤버들도, 팬들도, 다들 음악을 너무 진심으로 좋아하는 게 느껴졌고 그게 무대를 꽉 채우는 공기 같은 느낌이었다. 같은 걸 좋아하는 사람들의 감정적 공명은 이런거구나. 가끔 공연장에서 감정이 툭 터지는 순간이 있는데 이번에도 그런 순간이 있었고, 나도 모르게 울컥한 채로 박수를 치고 있었다.
사실 잔나비는 ‘잔잔한 발라드’ 이미지로 유명해졌지만 내가 좋아하게 된 건 오히려 더 강하고 날것의 감정이 담긴 곡들이었다. 무대에서는 그런 곡들이 훨씬 더 강렬하게 다가왔고, 내가 그 음악을 좋아하는 방식도 거기서부터 달라졌던 것 같다. 여러분, 그러니까 음원은 진짜 뭣도 아니예요...........................
아무튼 좋아하는 게 하나 생겼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 그리고 잔나비 하면 다들 최정훈을 떠올리시는데 전 사실 김도형님을 좋아합니다. 뭐요 왜요 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