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했습니다.
일을 쉬이 그만두는 게 옳지 않은 결정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커리어적으로는 직원이 세명뿐이던 전 직장이 다른 회사에 인수되면서 1년을 채 다니지 못했기때문에 다음 회사까지도 그러면 안된다는 생각을 해왔고요. 저는 일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라 쉽게 무언가를 그만두고 포기하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실 이런 내용을 제 소중한 공간에 남겨놓는 것도 걱정이 됩니다. 어떤 사람은 이 글로 또 내 예상과는 다른 평가를 할 수 있으니까요.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를 모두 이야기할 순 없겠지만, 퇴사를 고민하면서 아주 다양한 방면으로 스스로를 긁어내고 상처주기도 했습니다. 긁어낸 과정에는 제 부족함이 조금 나아지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그래서 계속 아팠던 것 같습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아픈 건 충분히 필요한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그 아픔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건 또 다른 이유였어요. 그럼에도 퇴사를 계속해서 고민했습니다. 하지 않을래, 라고 결정한 모든 과정은 내가 그래도 조금 더 열심히 하면 낫지 않을까 라던가, 내가 이런 부분에서 예민하고 부족했던 건 아닐까 하는 원인전가로 이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개월을 더 다녔습니다. 그 과정이 고통스러웠냐고 한다면 아뇨, 그 와중에도 일은 즐거웠고 더 해보고 싶었고 욕심을 내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오랜만에 아주 즐겁게 '일'을 했어요.
하지만 그럴 수 없는 다양한 사건들이 생겼습니다. 일이라는 건 늘 그렇듯 내 뜻대로만 되지 않으니까요. 일을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일을 잘 하고 싶었는데 자꾸 많은 것들이 손쉽게 흩어졌어요. 흩어지는 걸 부여잡는 건 의미가 없으니 다시 다른 걸 열심히 찾아냈는데 그것 또한 흩어지는 과정이 반복되었습니다. 저는 그 안에서 많이 지치고, 많이 지치고, 많이 지치고 말았어요. 부여잡은 내 손과 의지가 잘못된 건지, 쉼없이 흩어지는 이 상황들이 문제인건지 더이상 분간이 되지 않았습니다.
일에 대한 애정을 잃어버릴 것 같아 두려워질 즈음, 결정적인 어떤 사건을 맞이했습니다. 저는 늘 명실상부 제 일을 좋아합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해오곤 했는데요. 이러다간 그런 자신을 잃어버리겠다는 강한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지키고 있던 게 내 자신이 아니라 흩어지는 무언가라는 점을 아주 쉽게 깨달았어요. 그럼에도 퇴사를 망설였습니다. 내가 약한거면 어떡해, 라거나 들어오는 월급을 걱정한다거나, 이직시장이 어렵다던데 따위의 수많은 외부환경들을 이야기하면서요. 하지만, (꽤 현실적으로 제 고민을 함께 해주던) 가족과 지인도 처음엔 이직을 말리다가 그 '사건' 이후로는 아주 단호하게 당장 그만두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겁에 질려 한마디도 못하던 저 대신 온갖 욕을 때려부어주며 당장이라도 회사에 찾아와 제 짐을 다 챙겨줄 듯 했어요. 저는 픽 웃고 말았습니다.
우습게도 퇴사를 망설이던 시점에 타인의 확신을 보고나니 용기가 생겼습니다. 그러니 저는 여전히 아주 약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를 외치며- 제 지인이였다면 절대 놔두지 않았을 상황에 스스로를 던져넣으며 끝까지 그러안은 망설임은 주변의 확신에 찬 응원으로 한 순간에 사라졌어요. 저는 이제 이 곳에서의 일을 그만 하겠다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그만둠'의 이유가 있을까요.
그렇게 많은 그만둠이 만들어지기 위해 얼마나 더- 많은 '망설임'이 있을까요.
그 망설임앞에는 또 얼마나 더 많은 긁어냄이 있었을까요.
저는 그런 결정을 하는 사람들과 스스로에게 무한한 응원과 확신을 보내고 싶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안되니까요.
사실 그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 글을 썼어요.
확신에 찬 응원이 제게 준 용기를 전하고 싶어서요.
그리고 여전히 저는 일을 참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