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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날의 구황삼치 Nov 07. 2022

나는 귀농인일까, 동향인일까? 1편

나의 위치를 찾아보자.

2세란, 외부인일까?


나야, 지금 살고 있는 이 곳이 '고향'이라지만, 나의 동반자는 외부인으로서 철저히 귀농인이다.

고향에 내려오고자 했지만, 내려오기도 싫었던 가장 큰 이유를 뽑으라면 단언컨대, 동네사람들과의 유대관계 형성과 마찰때문이었다.


수완이 좋은 부모를 두었더라면, 그런 유전 형질이 나에게 조금이라도 있었더라면 좋았을테지만

아는 사람을 만나도 먼저 인사하기까지 몇번 고민하는 나에게는 어려운 부분이었다.

(외향적으로 아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구태여 내 입으로 먼저 이런 이야기를 꺼내본적은 없다.)


그래서 도외지에서의 삶이 편했다. 누가 누군지 모르고, 관심도 없는 사람들끼리 모여 사는것이 나에게는 심신이 편한 일이었다. 하지만  편안함을 버리고 고향내려오기로 마음을 먹었을때부터 이미 고난은 예상되었던 것이다.


나와는 별개로 이미지도 좋고, 싹싹해보이는 남편에게는 그 부분은 별 큰문제가 되지 않는 듯 했다. 남편의 모습에서 가장 내가 부러워하는 점은 인사를 잘하는 점이다. 아직도 나는 먼저 아는척 하는 일이 굉장히 어색하고, 부끄럽고, 기빨리는 일이다. 어찌보면 서울촌놈인 남편은 시골생활에 적합한 천성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집안에 그만한 사위들어왔단 소리를 듣게 하지는 않는 듯 하니, 남편의 귀농생활은 이만하면 만점이라 할듯싶다. 하지만 이런 남편도 아직은 철저히 외부인이다. 이런 외부인을 보통 토착민들은 가만두려고 하지 않는다.(아닌 지역이 있다면 참으로 부럽다.) 하지만 이런 야생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친정부모가 아직 우리 옆집에 살면서 본인들의 위치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와칸다 포에버를 외칠 때 나타나는 3d 방패막처럼 나의 부모는 우리에게 그런 존재였다. 그래서 동네 행사 때마다 남편은 불려가지 않았고, 동네에 사는 젊은 애송이일뿐이었다.


정작 나의 부모가 이 곳에서 터를 잡고, 생활한지도 40년이 훌쩍 넘었건만 그 부모의 자식인 나는 외부인으로 간주해야할지 동향인으로 생각해야할지 헷갈린다. 아무래도 외부인을 들인 아녀자라서 이런 생각이 드는것은 내가 너무 편협한것일까? 혹은 성인지성이 떨어진 생각일까?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나와 남편의 위치가 어중간해질 것이라는 생각때문이다. 물론 우리의 위치는 동네 이장이 누구냐에 따라 불편한 존재냐 누구누구 자식의 존재냐로 바뀌게 되겠지만 말이다.  


동네에 있는 몇 안되는 젊은 사람을 편히 놔둘 것 같지 않는 괜한 노파심이 드는 것은 단순한 나의 사적 감정은 아닐 것이다. 그간의 누적된 경험 데이터들을 보면 말이다.



2세는 외부인이 맞나보다.


우리 앞집에는 누군가 살지 않는 꽤 오래된 집이 하나 있다. 하지만 이 공간은 돌아가신 부모를 대신해 관리하는 자식들의 시골 휴양주택이기도 하다. 봄이 왔다거나, 여름이 왔다거나, 가을이 왔다거나 여튼 좋은 계절이 왔다는 것을 이 앞집때문에 알게 되는 이유는 하나있다. 고성방가.


물론 무슨 마음인지 알겠다. 도시에서 생활하다 탁 트이고 공기 맑고(차도 옆이라 공해가 심하겠지만 지금 그들의 마음만은 헌드레드퍼센트 해피하니까)석양도 지는 이곳에서 귀한 주말을 보내는데 당연히 좋겠지. 나도월급쟁이로 무슨 맘인지 크게 동감은 되는데, 왜 자기네 집 아파트에서는 하지 못하던 것들이 여기서는 문제가 안된다고 생각하는것일까? 왜이렇게 노래는 크게 틀고, 왜이렇게 크게 이야기 하는건지..


그들은 이곳에서 스트레스를 풀고 가겠지. 가면서 아~다음에 날 좋을 때 또 한번 모이자고~ 하면서 아쉬움을 나누고, 차에 잘 쉬었다 간다고 생각하는 몸을 실어 30~40km주행해야만하는 주말의 꽉막힌 고속도로를 타고 본가로 돌아가겠지.


하지만 나는, 이곳이 내 본가다. 내 주터란말이다. 시골이라 탁 트여 좋다고? 그래서 더 시끄럽다. 더 잘들리고. 그때 알았다. 아, 2세도 외부인이다. 저딴식으로 행동한다면 더할나위 없이 외부인이다.

나는 그래도 도외지 물을 먹고온 반촌반도(반은 촌놈, 반은 도시놈)라고 생각하고 지냈건만, 철저히 나는 시골인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니, 이곳이 터요. 땅만을 보고 살아온 사람들에게 우리는 당연히 외부인이었을터이다.

 

[유현준 작가의 '공간이 만든 공간'이라는 책을 보면 시골에서 볼 수 있는 농촌인들의 시야와 사고방식이 어떻게 건축에서 비롯되었는지 건축주로서 설명을 아주 잘해주는데..그래서 인용하고 싶은데 책이 어디로 숨어버렸는지 보이지 않는다. 진짜 무릎을 탁치게 만들었는데...]


*글이 길어지는 관계로 1편은 여기까지, 2편으로 이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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