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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소 Mar 26. 2023

23.3.25일의 기록

저녁 8시에 집에 돌아와 반신욕 욕조에 따듯한 물을 한가득 받아 피곤이 가득한 몸을 푹 담근다. 대학 동기의 결혼식에 다녀온 길이다.


10년 동안 간간히 연락을 이어가며 만날 때마다 참 즐거운 친구들이다. 20대 때는 시답잖은 이야기들로 깔깔거리면서 놀았는데 지금은 대화 주제가 사뭇 어른스러워졌다. 아파트 대출 이야기와 결혼, 아이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아직도 너무 웃기고 재미있는 친구들이지만 오늘따라 조금 생경한 기분이 들었다.


그건 아마 내 나이가 30대 중반이 되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동기 10명 중 나 포함 3명만 연애를 하지 않고 있었는데 다른 친구들은 결혼해서 아이도 있는 친구들도 있고 연애라도 하고 있었다. 뉴스 기사에는 결혼과 출산율이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졌다고 하는데 내 주위에는 모두 결혼과 출산을 연이어 하는 모습이 보인다. 지금 나의 일상이 만족스럽고 안정적이지만 이런 주위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조금은 혼란스럽다.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잘못 들어선 길 같은 기분이 든다. 얼른 결혼 상대를 찾아야 하나, 빚을 잔뜩 내서라도 더 오르기 전에 아파트를 사야 하나 생각이 들면서도 지금 내가 만족하면 됐지 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고 미래의 내가 지금처럼 만족하면서 살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고..


20대때는 희망과 미래가 보였는데 30대가 되고 보니 큰 기대도 없고 희망도 없는 것 같다. 왜 이렇게 염세적이 되어버렸냐는 친구의 말에 인생은 고통 그 자체라고 농담 반 진담 반 건너며 안부인사를 건넸다.

인생에 답은 없고, 한 사람의 인생이 모두 천차만별인 세상이니까 이런 나 하나쯤 있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잠을 청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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