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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소 Oct 24. 2021

그럴 때가 있다.

갑자기 물 밀듯이 내 마음에 들어오는 문장들

타고난 운명론자는 아니다.

내 운명은 나의 행동에 따라 바뀌고, 그래서 앞으로 더 힘을 다해 살아내면 된다고 믿었다.

미리 운명이 정해진 세상이라기엔 너무도 생각지 못한 어려움들이 범람했다.


그런데, 요즘따라 나에게 다가오는 것들이 낯설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으로 받아들이기엔 그 우연의 연속들이 수차례 다가왔다. 마치 운명처럼.

최근엔 김민철 작가님의 책이 그랬고,

우연히 가족들이 있는 동네로 이사를 한 것도 그랬고,

갑자기 문득 공부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도 그랬다.


그리고 특히, 갑작스러운 불행이 터질까 행복이 다가오면 그저 즐길 수가 없던 나에게

마치 그 상황을 아는 것처럼 현재를 더 깊이 살아가 보라는 문장이 온 것도 우연이 아닌 것 같았다.

그 문장 하나로 나의 음습한 그늘에 아주 작은 빛이 들어온 것 같았다.


회사 아니면 집에만 있는 내가 얼마나 큰 일들이 있겠는가

가족들과 친구들의 죽음을 벌써부터 걱정하고

평화로운 날들이 깨질까 봐 걱정하는 건 미래의 나에겐 너무나 가혹한 형벌이다.

만약, 내가 감당하지 못할 일이 벌어지면 그때 가서 생각하자.


사실 이전에도 이런 다짐들을 자주 했다.

나에게 온 평화를 그저 즐길 수 있도록 다짐을 복기했지만

그 생각들은 온전히 내 안에 흡수되지 않고 겉을 맴돌았다. 그러다 금세 사라져 버렸다.


그런데 갑자기,

어느 순간 그 생각들이 천천히 내 몸안에 흡수되고 있었다.


그럴 때가 있다.

나에게 다가온 많은 것들이 마치 누군가가 내 손안에 쥐어준 것 같은 때가 있다.

많고 많은 갈래들을 지나 나에게 온 것이 너무 신기할 때가 있다.

외로운 나를 달려주려 조심스레 와 준 문장들이, 햇살들이 너무나 감사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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