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소 Jan 03. 2021

[넷플릭스] 겨우, 서른 (6)

한걸음 한걸음 착실하게 나의 삶을 사는 것

"초가집 한 채를 위해 내 전부를 쏟아부었는데, 이제는 바람에 다 날아가 버렸어."


천하의 나쁜 량졍셴은 만니의 친구들이 대신해서 벌을 주고 (여기서 량졍셴의 인격이 낱낱이 밝혀진다.)

만니는 눈물로 밤을 지새우며 삶을 버티어낸다.


"유니폼은 내게 갑옷이었고, 매장은 나의 전쟁터였어. 출근할 때마다 안정감도 느낄 수 있었어.

나의 청춘과 희망, 열정을 모두 쏟아 몰두한 곳이었고. 하지만 그 열정은 나와 남을 모두 속이는 환상과 집념이었나 봐. 그래서 이제 내려놓으려고."

만니는 결국 미실에서의 퇴사와 실연의 아픔, 감당할 수 없는 월세 때문에 고향으로 내려가게 된다.


일을 그만 두면 다음 달부터 어떻게 먹고살지 고민하는 사람과 일을 그만두더라도 부모님 집에 가면 따듯한 밥이 기다리고 있는 사람.

우리는 이 간극 사이에서 형용할 수 없는 외로움을 느낀다.


나 또한 회사의 거리 때문에 서울로 자취를 하고 있고, 1억이 넘는 전셋값에 이자를 갚는 것이 꽤 큰 부담이다.

집값이 치솟고 있는 현 시대에 곧 계약이 끝나가는데 어디로 이사를 가야 할지도 고민하고 있다.

상하이와 서울의 대도시에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기회와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만니는 고향으로 떠나기 전 자신이 산 비싼 구두와 옷을 모두 헐값에 팔아버리고 눈물로 마지막 상하이 밤을 보낸다. 친구들과의 마지막 저녁식사에서도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며 친구들에게까지 상처를 준다.

(다행히 친구들과는 고향에 내려가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에게 위안이 되어준다.)


@pixabay 화려하게 빛나는 도시의 삶, 하지만 때때로 그 빛이 무섭기도 하다.


"나는 상하이가 정말 좋아. 진짜 엄청 커.

근데 어떨 때는 말이야. 여긴 너무 큰 것 같아."




고향에 내려가니 모든 사람들이 만니에게 인사를 하고 부모님도 만니가 돌아온 것에 걱정을 하지만 자신들의 곁에 있을 거라는 만니의 말에 금방 얼굴이 환해지신다. 공동체 생활을 중요시하는 고향에서 만니는 30살의 생일을 모든 사람들과 함께 지내고 축하를 받는다.

상하이에서는 야근을 하며 생일을 챙기지 못할 때가 많았는데 말이다.


고향에서는 옆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모두 꿰고 있고, 작은 일도 서로 도와가며 살아간다.

하지만 상하이처럼 맛있는 커피도, 자신의 넓은 개인 공간도 없다. 어느 한 곳도 완벽한 곳은 없었다.


이후, 부모님이 신경 써준 선자리에서 장즈라는 남자를 만나게 되는데 그는 정을 중요시 여기고 작은 마을의 문화를 계승하는 것에 큰 책임을 가지고 있다. 마을 사람들도 그에게 큰 신뢰를 가지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사람은 허황 된 것을 좇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의 신념. 친분이 곧 재산이기 때문에, 좀 더 손이 가고 귀찮더라도 사람들과의 관계를 위해 그런 부분들을 감내하는 그를 보며 만니는 복잡한 심경을 느낀다.


하지만 장즈는 만니를 굉장히 마음에 들어하고(역시 매력적인 만니!) 만니를 위해 사무직 자리까지 알아봐 준다. 그 회사는 장즈가 다니는 회사였고 그 작은 회사 안에서 장즈와 만니가 곧 결혼할 사이라는 소문까지 퍼지게 된다. 결국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얘기를 부모님에게 하지만 부모님은 결혼 이야기뿐이다.


"결혼을 하면 행복할까? 그렇다고 결혼을 하지 않아도 행복할까? 자신에게 없는걸 타인과 비교하게 되면 평생 불행하겠지. 고향에 돌아올 때는 마음도 같이 돌아와야 해."


만니를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이발소 아저씨의 말에 만니는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pixabay 서른 살이 지나고 나면 한 번의 분수령을 맞이한다.

"저는 서른이 되면 평범한 사람을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상하이에서는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데, 고향에 돌아오니 오롯이 나의 행복만을 추구하기가 어려워요.

상하이가 저의 집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집으로 돌아왔는데 여기가 더 나의 집이 아닌 것 같아요."


아저씨는 자신이 만난 선원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누군가 고향을 떠나 살기로 했다면 집 밖을 나오는 순간 앞으로는 자기 자신이 바로 집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해준다.


그 무렵, 고향에 사업 때문에 잠깐 내려온 대기업 회장님이 만니와 마주치게 되는데, 회장님은 예전 량졍셴과 재테크 강의를 들을 때 안면을 튼 사이였고 만니를 조금 특별하게 본 사람이었다.

회장은 자신의 회사에서 미실을 인수했다고 명함을 주었고 만니는 더 깊은 고민에 빠진다.

(회장님과 만니의 사이는 다음 편에서 더 자세하게 다루도록 하겠다. a.k.a 만니의 고생 스토리..!)


큰 고민 끝에 만니는 자신이 최소한 원치 않는 게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고, 다시 상하이로 돌아갈 결심을 한다. 만니의 집을 도와주고 부모님이 결혼하기를 원하는 장즈와는 결국 이별을 고하게 된다.


그런데, 장즈는 상하이로 돌아가게 되면 생기는 현실과 현 생활에서의 안정감으로 만니를 잡으려 하고 심지어 만니의 미모가 세월이 지나면 빛을 잃게 될 거라는 막말도 쏟아낸다.

남자복이 없어도 너무 없는 만니.. 헤어지기를 잘한 것 같다.


짐을 싸고 떠나기 전 부모님과 인사를 하려는데 엄마는 눈물을 흘리며 떠나는 만니를 끝까지 만류한다.

"아이가 크고 장래가 밝을수록 부모와 볼 날들은 적어지는 것 같아."

만니가 상하이에 있을 때도 만니의 SNS를 하루도 빠짐없이 보며 만니의 안위를 걱정하고 곁에서 함께 지내고 싶어 하는 부모님을 떠나자니 만니도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pixabay 이유 없이 무한한 사랑을 주시는 부모님


하지만 만니는 자신의 꿈을 위해 건강하라는 말과 함께 고향을 다시 한번 떠나게 된다. 부모님은 마지막까지 만니를 위해 자신들이 모아둔 작은 돈을 건네며 눈물을 훔친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부모님의 굽은 등과 깊이 파인 주름을 마주하게 된다. 부모님의 곁에서 함께 지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일 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것인가, 부모님이 원하는 삶을 살 것인가. 물론 부모님이 원하는 삶도 안정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꿈과 생활을 위해 살아가는 것도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삶을 살 수 있다. 그 누구도 내가 선택한 삶을 평가할 수 없는 것이다.


어쨌든 다시 상하이로 돌아가는 만니, 이번에는 자신이 꿈꾸는 바를 이룰 수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넷플릭스]겨우, 서른 (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