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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소 Jan 02. 2021

[넷플릭스]겨우, 서른 (5)

나 스스로를 위해, 우리 스스로를 위해 건배하는 삶

"당신과의 관계에서 처음부터 비참해지고 싶지 않아요."


관계를 확정 짓고 싶어 하는 만니에게 량졍셴이 근사하게 고백을 하고 사귀기로 한 1일 차,

잠시 머뭇거리다 그가 갑작스러운 고백을 한다.


"난 결혼 안 해요. 비혼 주의자거든요. 관계가 명확해지면 당신이 내심 기대할까 봐 걱정이 되어서였어요.

결혼이 영원한 사랑을 보장해주나요?  결혼을 통한 경제적 보장은 대부분 이혼할 때만 이루어지죠."

자신은 경제적인 자유가 있고 만니를 좋아하고 있으니, 그 두 가지가 가장 큰 보장이라는 그의 발언.


만니는 30살이라는 자신의 나이에 하루빨리 결혼을 하고 싶었지만, 량졍셴은 만니와는 다른 길을 가는 사람이었다. 그와 만니는 사실 처음부터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pixabay 결혼은 축복일까 또 다른 시련일까



하지만 만니는 그저 그 사람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만약 그가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 자신이 옆에 있다면 그 결혼 상대는 나일 거라는 흐릿한 희망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자신의 절친인 구자가 량졍셴이 돈이 많아서 헤어지지 못하는 건 아니냐고 했을 때 심하게 화를 낸걸 보니 경제적 보장도 무시하진 못한 듯하다. (하지만 사랑은 현실이니 그녀를 비판하지는 말자.)


결국 만니는 그와 관계를 이어나가며 구자의 생일에도 같이 가고 와인바에 가서 재테크 강의도 듣는다. 특별한 VIP 들만 초대받는 전시회에도 가서 유명 디자이너와 직접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만니의 자주적인 성격으로 량졍셴이 자신을 무시하면 거침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며 주도적인 연애를 한다. 그 무렵, 미실에서도 사고를 수습하는 데에 만니의 센스가 기지를 발휘해서 홍콩 본사에 있는 매니저의 눈에 들어온다.


량졍셴은 홍콩에 거주하면서 사업을 하기 때문에 그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자 자신의 직급을 낮춰서라도 홍콩에 갈 수 있도록 본사 매니저에게 부탁을 해서 긍정적인 답변을 얻지만 그는 만니가 홍콩에 오는걸 탐탁지 않아한다. (그 이유는 조금 후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니 각오하시라.)



@pixabay 결혼은 서로가 서로의 손을 잡아주는 것


어느 날 우연히, 만니는 카페에서 전 남자 친구를 만나게 된다.

"내가 원했던 건 앞에서 날 이끌어줄 남자야. 옆에 붙어서 옷과 밥을 챙겨주는 남자가 아니라."

경제적인 문제에 부딪혀 헤어졌던 전 남자 친구는 아직도 만니를 좋아하고 있었고 근사한 커피 향을 풍기는 번듯한 카페 사장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만니는 량졍셴을 운명의 남자라고 생각하고 전 남자 친구와는 친구 사이를 유지하며 커피를 마시러 종종 카페를 방문한다.






만니는 미실에 출근 전 량졍셴이 끊어준 비싼 헬스장을 들러 운동을 하고 가는데, 거기서 한 여자가 기계를 잘 다루지 못해 도와주게 된다. 그런데 그날 그 여자가 미실로 방문한다. 또 한 번 만니의 선행이 빛을 발하게 되는 순간이 온 걸까.


여자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헬스장에서 만난 인연으로 만니에게 서비스를 받길 원했고, 처음 입은 옷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수십 벌의 옷을 갈아입는다.(?) 그렇게 2-3시간 동안 만니를 붙잡아놓고 다른 손님을 받지 못하니 만니의 영업실적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어 다른 직원이 도와주겠다고 하지만 여자는 단호하게 거절한다. 새로운 빌런 등장인가.


"재미없네요."

여자는 결국 넥타이 하나를 구입하고 훌쩍 떠나버린다.


자, 여기서 대부분 감이 올 텐데- 우리의 가엾은 만니.

떠나는 여자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한다. 다음날도 여자는 찾아와서 넥타이 하나만을 구입하고 카드를 내미는데 카드엔 역시나 우리가 예상했던 이름이 적혀있다. 'LIANG ZHENG XIAN'


알고 보니 그 여자는 량졍셴의 홍콩 여자 친구였고 7년 동안 만나며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주변에서 모두 부부 사이로 알고 있는 커플이었다. 여자는 일도 하지 않고 그가 주는 카드로만 생활을 하고 있었다.  


충격에 빠진 만니는 그에게 울며 따지지만 여자를 정리하겠다고 하며 자신만 믿어달라는 파렴치한 그의 말을 믿는다. 그런데 다음날, 여자가 찾아와 미실에서 난동을 피우고 어이가 없게도 만니의 뺨을 후려친다.

알고 보니 량졍셴은 홍콩에서 그 여자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미실 안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고 충격에 빠졌던 만니가 판매해서는 안 되는 상품에 표시를 해두지 않은 치명적인 실수를 한 것으로 만니는 미실을 그만두게 된다.

만니를 좋게 본 점장이 조금 쉬다 복귀하라고 했지만 만니는 끝내 사표를 내게 된다.



@pixabay 왜 불행한 일은 한 번에 덮치는 걸까


인생이란, 도미노와 같이 한개가 쓰러지면 열심히 쌓았던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진다.

그것이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만니는 그가 여자가 있을 것 같은 의심 때문에 사전에 몇 번 확인을 하고 만났는데 홍콩에 여자 친구가 있을 거라곤 전혀 알지 못했다. 그저 행복한 가정을 꿈꿨을 뿐이다.

상하이에서 점장이 되고, 멋진 남편과 결혼 생활을 하고 싶다는 꿈이 너무 큰 욕심이었을까.


만니는 량졍셴에게 헤어지자고 말하며 그한테 받은 옷을 레스토랑에서 하나씩 벗기 시작한다.

그는 심지어 홍콩과 상하이 두 곳을 오가며 두 여자를 다 사랑할 수 있다고 회유한다. (진짜 미친 건가)

옷 속 끈나시가 드러나자 만니는 주저하게 되는데, 여자 직원이 다가와 자신의 옷을 준다고 말하며 도와준다.

만니는 서럽게 울며 집으로 돌아간다.


량졍셴의 돈으로 생활하며 그가 바람을 피우면 여자가 스스로 떨어지게 하는 여자와,

그저 그와의 행복한 삶을 꿈꿨지만 사랑에 배신을 당해버린 만니,

둘 중 누가 더 비참할까.


며칠 동안 폐인 생활을 하는 만니에게 전 남자 친구가 도와주며 만나자고 하지만 만니는 거절하고, 마음을 추스르고 다른 매장에 취직하려고 하지만 이미 세일즈 직종은 포화상태인 데다가 나이가 많은 만니에게 남아있는 자리는 없었다. 우리의 가엾은 만니, 그녀는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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