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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소 Jan 25. 2021

[넷플릭스] 겨우, 서른 (7)

산 넘어 산인 인생이지만 나는 그 산을 넘어보기로 했어.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으려면 그만한 각오를 해야지."


상하이로 돌아온 만니, 이전과는 다른 각오가 있었고 앞으로는 정말 실전 중 실전이다.

떨리는 마음으로 미실을 인수했다던 대기업 회장님에게 전화를 하고 찾아갔는데 회장은 만니를 본체만체한다.


몇 시간 동안 기다리게 하고 어떠한 눈길도 주지 않는 회장.

만니는 결국 눈치를 보며 회장을 만나지도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간다.

이후 다시 점심을 먹자며 연락이 왔고 만니가 갔을 때 회장은 이미 식사를 거의 끝마치고 있었다.

거하게 한상 차려놓고 대부분의 음식들을 다 먹은 상태에서 만니에게 같이 먹자고 하는 회장의 모습에

목 끝까지 욕이 차올랐다.

'대기업 회장이면 다인 건가. 돈 없는 사람한테는 무시해도 된다는 거야?'

만니의 풀 죽은 모습이 마치 나의 모습과 같아 짜증이 솟구쳤다.

왜 저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는 건지, 만니의 손목을 끌고 나오고 싶었다.


"무슨 생각으로 나한테 전화를 걸었지?

다시 질문하지. 나를 원하는 건가, 아니면 일자리 얻기를 원하는 건가?"


치욕스러운 질문에도 만니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미실의 부점장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자신은  그 누구보다 미실에 진심이고 직급을 준다면 자신이 적합하다고 치기 어린 공수표를 날리며 말이다.


"나한테 부탁하러 오는 사람은 많은데 내가 왜 자네를 믿고 기회를 줘야 하지?"

회장은 지금까지 만니의 행동을 보며 그래도 꽤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니 3개월의 수습기간을 준다고 말한다.

(좋게 말하면 어디가 덧나나. 나 같으면 이미 자리를 박차고 나갔을 거다.)

만약 3개월 동안 버틴 후 우수한 성과를 내면 미실의 점장 자리를 주고, 반대로 실패하면 자신의 비서를 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부르면 즉시 와야 하고, 회장이 자르기 전까지 그만둘 수도 없는 자리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으려면 그만한 각오를 해야 하지."


만니는 산을 넘어보기로 한다.




떨리는 마음으로 첫 출근을 한 날, 만니는 영업부서의 미수금 담당이었고 몇 년 동안 해결하지 못한 악질의 사람들로만 구성해서 리스트를 정해주었다. 지정된 자리도 없고, 노트북도 줄을 서서 써야 하는 최악의 상황.


콧대가 높은 영업팀은 회식자리에서 자신들의 전통을 강조하며 술을 잔뜩 권하고,

회장실에서 계약을 했다는 소문이 돌자 영업부서의 실세인 본부장은 만니를 아니꼬운 눈빛으로 보게 된다.


살아남기 위해서 강해져야 하는 만니.

강해야 살아남는 것인가, 살아남기 위해 강해지는 것인가.


 만니는 이런 따가운 눈총 속에 미수금을 받기 위해 동분서주 뛰어다니고 부도가 난 건물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생활하고 있는 대표 때문에 밤까지 새 가며 그의 뒤를 밟는다.

결국 곯은 배를 움켜쥐며 몰래 나와 밥을 사고 있는 남자를 잡는 데 성공했지만 뒤에서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있는 아들을 보고 만니는 오히려 밥을 사주며 위로하게 된다.

그런 만니에게 남자는 고맙다며 지금 집을 내놓은 상황이고 집이 팔리면 만니의 미수금을 제일 먼저 갚겠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하지만 만니는 출근 이후 10일 동안 아무런 실적을 내지 못한 상황이라 본부장은 만니를 자르려 한다. 


궁지에 몰린 불쌍한 만니, 닦달하는 만니에게 집을 팔려면 복비가 필요하다며 남자는 오히려 돈을 사정하게 되고 만니는 결국 자신의 전재산을 빌려준다. 


@pixabay 절망은 눈 앞의 모든것을 흐릿하게 만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왜 이런 사기에 당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왜? 이렇게 빤히 보이는 사기에 도대체 왜 속는 거야??"

하지만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은 실수로 쏟아버린 커피 얼룩으로 제대로 된 세상을 보지 못한다.

절실할수록 사기를 당할 가능성은 수백 배로 뛴다.


알고 보니 그 대표는 재산분할 때문에 아내와 위조 이혼을 했던 거였고, 쫓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아내가 일부러 돈을 주고 건물에 진을 치도록 사람들을 시킨 것이었다. 도망칠 생각은 애초에 없었던 것이다.


만니의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회장은 만니를 부르고 회장식(?) 위로를 한다.


"다들 영업으로 전설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가장 쉽게 자수성가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미수금 담당이야말로 영업보다 더 사람을 단련시킨다는 건 잘 몰라."

이 말이 만니에게는 큰 위로가 되었나 보다. 이후부터 만니는 독을 품고 미수금을 받아내기 시작한다.


회사로 찾아가 하루 종일 앉아서 돈을 받아내고, 말을 못 바꾸도록 몇 년 전의 서류들도 다 뒤져서 보여준다.

그중 세일즈맨과 미수금 담당이 짜증 나게 해서 돈을 갚지 않는 소위 금수저 어린 여자를 만나서 만니의 새로운 시작이 펼쳐지게 된다. 이전 미실에서의 사람을 다루는 스킬이 발동된 것이다.


기분이 안 좋을 때나 무언가 필요할 때 자신을 언제든 부르라고 하고 만니의 진심 어린 도움에 어린 여자는 점차 마음을 열게 된다. 우리의 만니, 정말 사람 대하는 기술은 끝장난다.

사실 기술이랄 것도 없다. 

그저 묵묵히 그 사람의 옆에서 진심으로 대해주는 것.
아부나 가식이 아닌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소신 있는 의견을 말하는 것.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솔직하게 자신의 패를 까보이는 것.


쉽지만 매우 어려운 이 일을 쉽게 하는 것이 만니의 장점이다.

슬슬 조금씩 풀리는 만니의 상하이 생활. 만니는 회장님의 마음에 제대로 들 수 있을까? 

할당된 미수금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지 다음 편에서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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