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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소 Jan 31. 2021

오늘 같은 날에는,

아무런 걱정 없이 그저 걷고 싶은 마음뿐이다.

1월의 마지막 날을 위로해주고 싶었던 걸까.

아직도 끝나지 않는 각자의 외로움을 날씨로나마 위안을 주고 싶었던 건지,

쾌청하고 기분 좋은 나무 냄새가 스멀스멀 콧잔등으로 들어온다.


오랜만의 환기에 5일 내내 집 밖으로 나가지 않은 찌뿌둥한 몸이

큰 소리로 기지개를 내었다. 어디로든 나가고 싶은 마음에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나가본다.


그간 서먹했던 길거리의 표정들이 조금은 밝아진 것 같다.

아이들의 꺄르르 소리에 나까지 마음이 동요된다.


'그렇지. 이게 사람 사는 소리지.'

마스크 속 넘실대는 웃음을 감추며 동네 동산으로 슬슬 산책을 시작한다.

공원 곳곳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가끔씩 주인을 보며 헥헥거리는 강아지들의 모습을 보며 기쁘면서도 조금은 울적해졌다. 혼자라는 외로움 때문인지, 그럼에도 혼자가 편한 이 이중성은 나 자신조차 이해하기 힘들다.


오늘은 새로운 산책로를 발견했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든 곳인데 입구가 잘 보이지 않는 터라 나도 처음 발견하는 공간이었다. 어울리지 않는 해먹이 있어 주위를 잠시 두리번거리다 슬쩍 누워본다.

"와아-" 나무 사이사이 얼굴을 빼꼼히 내민 하늘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 공간을 나 혼자 차지한 것이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이 공간이 조금 더 숨겨져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산책로를 올랐다.


나를 반겨주는 낙엽소리와 시원한 솔향, 나무 뒤에서 수줍게 바라봐주는 구름과 함께

1시간의 산책을 가볍게 끝냈다. 몸안과 밖에 쌓여있는 먼지가 조금은 털어진 기분-


한동안 이 날씨가 지속됐으면 좋겠다.

이제는 마스크 속 표정이 편해져 버린 나를 위로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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