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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C Feb 11. 2020

기생충 해외 반응, 로컬을 벗어나자

막상 한국은 로컬에만 시야를 가두는 현실

너 오스카 시상식 봤어? 한국 기생충(parasite)이 작품상 받았더라! 이번 주에 영화관 가서 보려고!


내가 출근하기를 기다렸다는 듯 회사 동료가 월요일 아침에 나에게 건넨 말이다. 기생충이 해외에서도 반응이 있는 것을 보니 한국 영화가 미국 영화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것이 유럽 사람들 에게도 특이한 일인가 보다. 물론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현지인들도 많겠지만 1 년 넘게 유럽 현지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본 결과 미국을 포함한 서구 쪽 문화에 비하면 아직 동양권 문화는 마이너 한 게 사실이다. 아기 상어 노래는 알면서 아기 상어가 한국 출신이라는 것은 거의 모른다. 오히려 이런 비주류 문화권에서 각종 메이저 영화 시상식에 계속해서 상을 타는 걸 보니 더 신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나도 오래간만에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을 것 같아서 본격적으로 동료들에 대화에 참여해서 이야기를 하였다. 근데 대화를 하다 보니 주된 주제는 기생충뿐만이 아니라 오스카에 노미네이트 된 영화들과 그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예를 들면 조커를 연기한 호아킨 피닉스와 아이리시맨 이야기 그리고 1917 시대적 배경 등이었다(그나마 아이리시맨을 봐서 대화를 그나마 이어 갈 수 있었다).


그리고 몇 분이 지났을까 한국 친구들, 이전 회사 동기들이 있는 단톡 방에 오스카 상에 대한 뉴스가 비슷하게 올라오고 페이스북에도 기생충이 상 받는 장면이 있는 각종 포스팅을 올리는 것을 보고 뭔가 약간 기생충에 만 편향된 글들과 뉴스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실제로 공유된 뉴스를 몇 개 보니 기생충과 봉준호 감독에 대한 이야기만 기사로 작성되어 있고 다른 상을 받은 배우 혹은 영화에 대한 내용과 의미 같은 것은 거의 언급되어 있지 않았다. 아마도 처음으로 한국 영화가 오스카 상에서 수상을 한 것에 대한 기쁨이 너무 크다 보니 이해가 되긴 하였지만 한국 영화가 작품상, 감독상을 수상 한 것에만 너무 집중되고 다른 상을 수상한 경쟁 작품에 대해서는 모두들 정말 관심 없이 로컬(?)작품 대하듯 하고 있는 것을 보니 한국은 다양한 의견을 중요시하지 않는 문화 인가라는 물음이 생겼다.


실제로 정보를 접하는 방향에 대해서도 한국과 이곳과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는 네이버나 블로그 혹은 유튜브에서 누군가 번역한 자막을 넣은 영상 혹은 중요한 시점의 사진을 모아놓은 짤들 위주로 정보가 흘러서 공유가 되다 보니 하나의 결론 혹은 모두 비슷한 생각(기생충이 짱)을 갖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근데 여기는 반대로 공중파에서 실제 오스카 시상식을 라이브로 중계하고 영화 전문가들이 나와서 각 영화에 대해 배경이라던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들을 코멘트해주는 형태로 정보를 습득하다 보니 하나의 결론이 아니라 모두 각자만에 기준을 가지고 영화를 판단하게 되고 그것을 서로 공유하다 보니 풍성한 대화와 다양한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역설적으로 한국 영화가 시상식에 많은 상을 휩쓰는데 한국에서는 종편에서 중계를 하고 유럽에서는 공중파에서 중계를 하는 현실이다.


이것은 비단 기생충 영화와 오스카 시상식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출근길에 오늘자 하이라이트 뉴스를 보고 유명 블로그에 비슷한 결론까지 정리된 내용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것과 전체 내용을 보고 듣고 본인이 생각하고 그 내용을 자유롭게 나누는 것과는 분명히 창의적인 사고방식과 다양한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해 차이가 날 것이다. 한 미국 매체에서 봉준호 감독에게 한국 영화가 오스카에 노미네이트 된 적이 없는 이유는 무엇인지 질문한 것을 오스카는 로컬이지 않냐고 되받아친 것(the oscars are not 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they're very local) 과는 반대로 우리는 "우리 로컬"만 너무 들여다보고 있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선호하는 아이디어를 위주로 받아들이고 특정 정보 위주로 주관적으로 선택하게 만드는 선택적 사고방식(selective thinking)에 너무 익숙해져 있는 것 같다. 기생충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기생충을 시작으로 다른 상을 받은 경쟁작시대적 배경의미들을 이해하고 서로 다양한 생각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는 분위기 조성이 돼야지 앞으로 더 새롭고 창의적인 문화 그리고 경쟁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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