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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울연 Dec 13. 2019

점심식사



 열두 시 이십 분. 넓은 공간에 세 명뿐이 없어 그랬는지 사무실 공기는 여유로웠다. 그녀는 평소 때보다 조금 일찍 도시락을 꺼내려하고 있었다.


 평소에 아침을 항상 챙겨 먹는 그녀의 점심은 간단히 고구마나 사과 또는 두유 따위가 전부였다. 마침 오 전임이 송 부장과 그녀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점심 같이 하시지 않을래요?

 오 전임은 이따금 점심 제안을 해오긴 했었다. 그럴 때마다 평소 점심을 가볍게 먹는 그녀는 정중히 거절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사실 오 전임은 송 부장과 그녀와는 다른 업체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 제안에 대한 책임감을 굳이 갖지 않았던 것도 정중한 거절의 이유 중 하나였으리라.

 너도 같이 가련?

 다이어트 중인 줄 알았던 송 부장이 그 제안을 받아들이려는지 그녀에게 다시 물었다.

 아.. 네.

 그 날은 아침을 미처 챙겨 먹지 못했는데, 그 사실을 어찌 알았는지. 그녀는 우면동에서의 마지막 날이기도 하니까, 생각하며 오랜만에 그들과 식사를 함께하기로 했다.


 ...

 그녀는 식판을 받아 핸드폰 카메라로 찍기부터 했다. 그와 뭘 먹는지 서로 공유하는 일상은 그녀에게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바쁜 일이 있는지 그에게서는 점심을 다 먹어갈 때까지 답이 없었다.

 오늘 본사로 복귀하신다면서요?

 오 전임이 돼지국밥에 다진 양념을 말며 송 부장에게 물었고 예상된 답이 이어졌다.

 아, 네. 머 이제 들어가 봐야죠.

 송 부장과 그녀는 꽤 오래간 우면동에 협력업체로서 외근을 나와 있던지라 본사로의 복귀는 반가운 일이었다. 거의 반년만의 복귀였다. 다음 주부터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부서 이사님의 급작스러운 지시로 둘은 점심식사 후 짐을 싸기로 했다. 본사는 그곳에서 택시로 한 시간 조금 안 되는 거리였다.

 

외근을 나와 있으면서 그녀는 경력에 도움이 되는 많은 경험을 하기도 했지만 나름의 고난도 많았다. 짭짤한 국물을 넘기며 반년 간 고생했던 일들을 회상했다.

 경력이 채 2년도 되지 않았고 첫 직장이었던지라 투입되었던 꽤 거대한 규모의 프로젝트는 그녀에겐 자못 벅찼으리라. 게다가 실제 서비스 중이었기에 그 부담은 더 가중됐다.

 

...

 그녀의 작은 실수가 나비효과로 되돌아왔음을 증명해주기라도 하듯, 그 날 우면동의 개발실 한 편에서는 안 팀장님과 부서 이사님 등 한 팀의 머리를 맡고 있는, 소히 말해 우두머리들 간에 열띤 언성이 오가고 있었다. 그녀는 뒤편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들에 내내 가시방석에 앉은 듯 불편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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