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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노 Art Nomad Nov 18. 2024

#06 바할라 나 6화 _ 실종된 아이들

신의 뜻대로

「수지! 와서 이것 좀 봐! 어디 있는 거야? 아빠가 부르잖니!」     


민수는 어릴 때부터 세상이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당하지 않는다고. 안젤라는 어린 수지에게 토막 살인 뉴스마저 보여주려는 민수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그런 행복이면 족하다고 생각했던 안젤라는 그날, 민수 곁으로 가려는 딸을 필사적으로 막았다. 


안젤라는 생각에 잠긴 민수를 데리고 케이시의 집으로 갔다. 에이미의 말대로 케이시는 울고 있었다.   

   

비키니만 입고 일하는 그녀는 없는 살림에도 몸매를 관리하고 얼굴이나 머리매무새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러나 지금 안젤라의 눈앞에 있는 케이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사나흘을 내리 울기만 했는지 퉁퉁 부은 눈에 엉망으로 엉킨 머리를 한 채로 어딘가에서 주워 온 다 터진 소파에 기대 있었다. 눈은 멍했다. 멍한 눈에서는 아직도 눈물이 새고 있었다.      


첫째는 대학 기숙사에 살고 둘째, 셋째는 도시에 돈을 벌러 나가고 소식이 끊겼다. 넷째부터 여덟째까지 함께 살고 있었는데 넷째와 다섯째가 사라진 것이다. 여섯째, 일곱째는 허기져 기운이 없는지 바닥에 누워있었고 막내는 나오지도 않는 마른 울음을 짜내고 있었다.      


케이시는 안젤라와 민수를 보고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안젤라가 다가가 곁에 앉자 케이시의 눈에선 점점 더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디에도 없어. 누구도 보지 못했대. 어쩌지?」

「일단, 너부터. 너와 여기 애들부터 뭐라도 먹어둬야 어떻게든 해보지.」

「죽었을 거야. 벌써 죽었을 거라고. 굶어 죽든, 차에 치여 죽든. 어쩌면 뭐라도 훔치려다가 총에 맞았을지도 모르지.」 

「아니야, 그렇지 않을 거야. 우리가 어디에라도 물어볼게.」     

 

이럴 때 뭐라도 거들어야 하는데 말도 안 통하고….      

형님, 누님하고 사근사근할 때의 주변머리는 어디로 갔는지 민수도 자신이 답답했다.     


「바할라 나Bahala Na.」

「응, 바할라 나Bahala Na.」      


서남쪽 제3 구역에 살지만, 번영회의 봉사가 있는 날이면 제일 먼저 제1 구역까지 마중을 나오던 파올라의 상태는 더욱 심각했다.      


그녀는 이 극빈가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낮에는 식당에서 청소, 설거지, 서빙을 했고 밤이면 클럽 주방에서 일했다. 그런 그녀가 계속해서 돈을 모을 수 없는 이유는 마약과 카지노에 빠진 남편 때문이었다.  

    

파올라의 집도 첫째만 기숙학교에 갈 수 있었다. 학교에 가지 못하고 함께 사는 나머지 자녀 넷 중에 셋이나 사라졌다. 아이들이 실종되자 파올라는 한계에 달했다. 참아왔던 분노가 터져 그녀는 말 그대로 통제 불능이었다.      


「저 새끼 때문이야, 모두! 저 새끼가 약 처먹으려고 애들을 팔아치운 거야!」     


그녀는 얼마 없는 세간살이를 다 집어던지며 악을 썼다.      


「진정해, 파올라. 이러다 다 부시겠어!」

「빌어먹을 새끼, 지옥에 떨어질 새끼! 당장이라도 지옥에 가서 내 애들 찾아와!」    

  

파올라가 던진 이가 나간 사발에 하마터면 막내가 맞을 뻔 하자, 민수가 파올라를 제지했다.      


「컴, 컴, 컴 다운Calm down. 진정해요, 파올라.」      


민수가 파올라의 양팔을 잡아 삐그덕 대는 안락의자에 앉히는 동안 파올라의 남편은 시멘트 바닥에 누워 배시시 웃었다. 그는 이미 약기운으로 정신이 멀어져 가고 있었다. 그는 다 말라비틀어진 검은 입술 새로 이렇게 웅얼거렸다.      


「바할라 나Bahala Na.」      


민수는 케이시의 집 밖으로 나오며 빌어먹을 '바할라 나 Bahala Na.'에 대해 생각했다. 신의 뜻대로 모든 것이 잘될 거라는 건지, 될 대로 되라는 건지. 들어도 들어도 적응이 안 되는 이 말 앞에서 그는 어떤 감정을 가져야 할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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