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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ymond Jung Jan 22. 2017

O. 방향 (상)

...... Que Sommes Nous/Où Allons Nous.



어둠이 온 천지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아폴론의 전차가 멈춘 세상 마지막 날 모습이 이럴까. 하늘과 바다와 밤이 구분 안될 정도로 칠흑 같이 깜깜하다. 쉴세 없이 몰아치는 거센 바람과 파도에 배가 세차게 흔들린다. 덜컹거리는 갑판은 토사물과 비명 소리에 끙끙 앓는 소리를 낸다. 어디로 가야 할까. 사방 천지에 빛이 없다. 빛이 없으면 눈이 있어도 그 무엇도 볼 수가 없다. 이리도 깊은 어둠이 자리 잡고 있는데 방향을 찾을 수 있을까. 그래도 배는 멈추지 않고 이를 악물고 노를 저으며 스스로의 빛을 등대 삼아 어둠을 삼키며 야금야금 나아간다. 그때 바람을 타고 한 이방인 뱃사람의 거친 목소리가 내 귀를 힘차게 두드린다: 


오! 오! 일어나라. 오 테리! 

그대의 머리를 취하고 

그대의 뼈들을 모으고 

그대의 팔다리들이 한데 모여 

그대의 육체로 땅을 흔들어라! 

썩지 않는 빵을 먹고 

쓰지 않은 맥주를 마시고 

보통 사람들은 출입이 금지된 문에 서라! 

문지기가 그대를 마중나와 

그대의 손을 잡고 그대를 하늘로. 

아버지인 대지의 신에게로 인도하라. 

그는 그대를 반겨 맞으며 

그대의 손을 잡고 

그대에게 키스하고, 그대를 애무하며, 그대의 영혼의 세게로, 불멸의 별들에게 데려다주리.*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Quo Vadis"  


무엇이든 시작할 때 깊게 고민해야 하는 것은 방향이다. 방향이 구체적일수록 모든 것이 분명해진다. 어려움도 적어지고 힘도 덜 든다. 그런데 세상만사가 그렇듯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명확하게 아는 사람들은 적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도 많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아도 어느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 모른다. 요컨대 무엇을 시작할 때는 어느 방향을 선택할지 어디로 가고 싶은 것인지를 스스로 물어야 한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것은 스스로 질문에 답을 하면서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다. 사실 이런 질문을 이용하는 방법(questionnaire construction), 문답을 통해서 답을 찾아가는 방식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 (socratic)으로부터 현대의 비즈니스 컨설팅의 인터뷰 방식까지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다. 질문에 답을 하면서 답을 찾기도 하고 질문 그 자체에서 답을 찾기도 한다. 내가 원하는 것, 가고 싶은 방향이 좀 더 명확해진다. 그리고 자신이 만들고 싶은 드라마와 스토리가 보다 확실하게 그려진다. 본인이 원하는 스토리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기도도 할 수 있고 '우주도 나서서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스타트업에서는 이런 큰 스토리를 10년 나래티브와 3년 나래티브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왜 10년일까? 만약 목적지가 기업공개(IPO)일 경우 평균 7-10년이 걸린다. 아울러 미국 벤처 캐피털의 펀드는 보통 7년이 생명이고 3년을 연장할 수 있어서 10년은 스타트업에게 매우 상징적인 숫자이기 때문이다. 그럼 3년은? 보통 어떤 아이템을 하면 3년 정도를 집중하면 본인이 풀려는 문제가 소비자도 풀고 싶은지 아닌지가 평가되는 기간으로 본다. 다시 말해 3년을 포기하지 않고 했는데도 마켓에서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소비자가 돈을 주거나 시간을 쓰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포기하거나 다른 것으로 전환하기를 권한다. 개인적으로 이것은 꼭 스타트업에만 적용되지는 않는 것 같다. 즉 자신이 하고 직업이나 분야를 3년 정도를 집중해 보면 본인이 정말 잘하거나 본인만의 "다름"을 보여 줄 수 있는지를 냉철하게 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양에서 대학 전공 교육과 전문 교육 기관이 실습 포함 3-4년이 이유와 맥을 같이 한다). 


그럼 스타트업을 기준으로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살펴보자. 


10년 / 3년 스토리 질문  10 Year and 3 Year Narrative Questions:


*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가? 

* 이 문제는 왜 해결해야 하는가? 

*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가 (시장 크기-Maket Size) 

* 이 문제를 해결하면 누가 도움을 받는가 - 누가 고객인가? 

* 우리는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가? (다른 솔루션과 어떻게 다른가? - 10 배 낫거나 아니라 확실히 다른가?)

* 우리는 얼마나 소비자/시장에서 큰 교환 가치를 얻을 수 있는가 (얼마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얻을 수 있는가?) 

*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동료가 필요한가? 앞으로 몇몇의 동료가 있어야 하는가? 

* 우리는 이러한 동료를 위해서 어느 정도의 크기 혹은 몇개의 사무실이 있어야 하는가? 

* 우리의 사무실은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시장이 어디인가? 왜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언제 다른 사무실을 만들어 나갈 것인가?) 

*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가? (직접 문제 해결을 해주며 돈을 받는가? 문제 해결로 사람이 많아져서 돈을 버는가? 문제를 해결해주면 부가된 다른 것을 팔아 돈을 버는가?) 

* 이러한 문제 해결과 비즈니스 모델은 혼자 가능한가? 혹은 파트너 (벨류 체인)가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어떤 벨류 체인을 언제까지 만들어 나갈 것인가? 

* 이런 문제 해결을 하면서 어떤 존재로 기억되고 싶은가? (어떤 브랜드를 만들어 나갈 것인가?) 


이런 질문에 답을 해 나가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큰 그림을 그림의 얼개를 만들어 나갈 수 있고 중간중간의 기착지를 목표로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만들어 나아갈 수 있다. 


그런데 내 경우에는 이런 질문으로 나만의 여행을 떠났지만 (rewarding journey) 보다 좀 더 근원적인 질문들이 거세게 솟아나던 것을 경험했다. 아마 눈치 빠르고 나보다 영민한 당신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어디로 가야 하는가의 질문을 답해서 여행을 떠나보면 내가 궁극적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혹은 나 만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묻는 보다 근본적인 "왜"의 질문, 즉 다름의 가치를 묻는 질문과 연결되었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런 궁극적 방향을 넘어서면 어디로 가야 하는 질문은 방향이 표시된 지도를 읽을 수 있는 눈과 어떤 지도를 이용할 것인지의 질문 즉 어떻게 가야 하는가의 질문과 연결된 것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와 연결된 보다 깊은 가치의 질문 " 나만이 할 수 있는 것과 나는 나를 어떻게 다르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방향의 질문과 엮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방향의 좀 더 구체적인 행동의 담론인  "지도를 읽는 능력과 어떤 지도를 이용할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물론 그때는 당신만의 10년과 3년 스토리가 꼼꼼히 담긴 이야기도 준비되어 있으면 좋겠다. 온기 어린 시선으로 당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반짝이는 눈빛으로 '한발 더' 나아가 방향에 관해 말해보려고 한다. 



* 주문 373: 파라오 테티의 피라미드에서- 최영미 [내가 사랑하는 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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