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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ymond Jung Dec 03. 2016

담론 'Discoursive Formation'*

Who is the de-sign-er for episteme now?


이곳은 제가 지금 대화하고 있는 것을 열어 둔 공간입니다. 아마도 나의 대화에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을 초대하고 싶은 마음이겠지요. 바쁜 삶의 방식에 시간이 가난한 사람이지만, 조금이라도 당신과 대화하고 싶은 몸짓입니다. 홀로 읽고 사유하는 방식이 익숙하고 소중하게 생각하지만 '아직은 완전히 잊혀지고 싶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요즘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책을 보며 어떤 이들과 대화하는지 궁금해하는 제 동료와 지인들을 이 대화에 초대하려는 마음도 큽니다. 아울러 김현과 장정일의 독서 일기들을 읽으며 페이지가 줄어드는 것을 아쉬워했던 희열을 기억합니다. 비록 지금은 학교를 떠나고 그 어떤 미련도 없지만,  공부하면서 훈련한 대가들의 목소리를 치열하게 다시 읽는 review  '다시 봄'의 습관을 잊지 않으려는 소박한 바람도 있습니다. 내가 대화하면서 느꼈던 짜릿한 '순간의 순간'이 당신에게도 있기를 한 껏 바랍니다. 


2016. 11.  

조수용 인터뷰를 읽으며. 


조수용은 내가 시대의 결을 공유하는 동료 디자이너 creator 이다. 그를 아직 만나본적은 없지만 동료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 번째 그는 경계를 가로지르는 것에 익숙하다. '경계를 가로지른다'는 것은 매우 섹시해서 이미 여러 사람들이 입바르게 외쳤지만 디자이너는 오직 작품으로 증명된다. 조수용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로지르고 사람의 몸을 지탱하게 하는 근본적인 오브제인 식당을 운영하고 인간이라는 종의 차별성을 느끼게 하는 지적 유희의 매개체인 매거진 B를 만든다. 요컨대 그는 몸과 뇌를 가로지르는 일을 한다. 내가 생각하는 오늘, '새로운 중세, '를 움직이는 디자이너들의 특징인 산만성. 즉 학문 간, 문화 간 경계를 가로지르는 interdisciplinary 것을 그는 시도하고 있다. 


두 번째, 그는 핵심을 파악하고 과감하게 버려서 단순화하는 "less is more" 작업을 성공적으로 보여주는 디자이너이다. 처음 경험한 매거진 B는 내겐 충격이었는데 브랜드의  핵심을 지적하는 명료성과 잡지의 전통적 존재 방법(read: business model)을 부정하는 방법의 제시, 즉 모든 광고의 제거를 선보였다. 악마는 프라다에서 자세하게 표현되었지만 전통적으로 (미국에서는 앤디 워홀로부터 강조된) 잡지라는 컨텐츠 판매 방식은 어떤 섹시한 컨텐츠를 만들고 그 사이사이 스스로를 알리고 싶은 이들에게 돈을 받는 즉 광고를 받는 방식이었다. 특히 최근은 광고 자체에 선명성과 차별성이 도드라져서 오히려 광고가 잡지의 격과 지향점을 명확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조수용은 이러한 전통을 해체하고 재창조했다. 광고 없이도 정말 쿨한 잡지. 브랜드 대상 자체를 깊게 탐구하여 잡지 스스로의 컨텐츠 가치로만 소비자의 물적 교환가치가 되는 실험을 성공시킨 것이다. 


그가 만든 삼성카드 숫자 시리즈 역시 당시 카드업계의 복잡한 이름과 혜택들이 일관된 스토리를 제시 못하는 상황에서 매우 명료하고 단순하게 소비자에게 핵심을 전달하고 소비자의 욕구를 자극하는 방식이었다. 현대카드의 Zero 시리즈는 인상적인 시도임에도 불구하고 한계가 명확히 보였다. 줄여 말하면,  단순화의 효과는 있었는데 문제는 Zero와 다른 카드들 (M & Colors)의 연관성,  즉 왜 많이 써서 프리미엄 (zero 혹은 M에서 레드, 퍼플, 블랙) 이 되어야 하지 즉 같은 카드 안에서의 연회비가 더 높은 프리미엄 멤버쉽으로 올라가려 하는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조수용의 삼성카드 숫자 시리즈는 혜택과 이름이 연관되지 못한 시장의 문제를 명확하게 해결하는 동시에 삼성이라는 브랜드 전략과 너무 어울리기도 하는 멤버쉽 상승효과까지 만들어 낸 좋은 케이스다. 무엇보다도 숫자가 주는 명료성 나아가서 프리미엄 카드 O카드 (0을 연상)와도 좋은 울림이 가져올 수 있다. 


시대의 디자이너로 내가 대화하고 있는 조수용을 소개한다. 카카오의 진정한 문제는 카카오가 말하는 명료하고 쿨한 스토리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임명된 대표는 젊고 참신이라는 이미지 전환은 가능하나 새로운 지평으로 나아갈 집중력에 대한 의문이 든다. 나를 비롯한 투자자 출신 혹은 컨설팅 출신자들이 경영을 할 때의 문제는 포트폴리오 전략에 능한 반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카카오/다움의 문제는 명확한다. 무엇을 해서 스스로의 벽을 깰지 명확한 스토리가 없다. 인구가 빠르게 줄고 있는 시장에서 검색/메신저 1위라는 것은 바꾸어 말해 이제 하산하여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현재 추진하는 O2O는 정체되고 인터넷 뱅크 사업은 정책 리스크에 멈춰있다. 게임만 보아도 최근 1년간 모바일 게임 순위의 고착성이 명확하여 시장 자체가 정체되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조수용이 이 상황에서 카카오에 합류한다. 거는 기대가 사뭇 크다. 물론 허니문이 끝날 시점은 반드시 오고, 그가 싸우고 급하게 관계를 정리할지 몰라 아직 주식을 사지는 않았다:) :) :) 그가 국내의 카카오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거나 아니면 해외 사업을 도울지 아직 모른다. 난 과감히 그가 한국은 버리고 최근 카카오가 인수한 인도네시아 리딩 소셜 모바일 회사인 Path 사업을 도와 동남아를 공략하기를 바란다. 그것이 카카오도 살리고 한국도 살리는 길이 길이라고 믿는다.   


이제 조수용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드디어 직접 대화할 시간이다. 


조수용

https://ko.wikipedia.org/wiki/%EC%A1%B0%EC%88%98%EC%9A%A9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0/29/2016102900406.html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1111605127


나음보다 다름, 홍성태. 조수용 지음, 2015* 

(내가 생각하는 올해의 책중 하나이다. 사내 워크샵에서 발표할 책이고 12월 안에 북리뷰를 올리려고 한다.)  


* Discoursive Formation은 미셜 푸코의 개념이다. 담론 형성체가 아닌 담론이라는 단어로 쓴 것은 모든 개념과 존재는 형성되는 것이라고 생각에 근거한다. 내가 이해하는 푸코의 discoursive formation은 텍스트는 다른 텍스트와 연결되어 있고 연결된 텍스트들에 의해서 형성되어진다는 개념이다. 좀 더 단순하게 풀어 말한다면 "나는 나와 연결된 그대에 의해서 형성된다. 그대가 나를 꽃이라 부를 때 꽃이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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