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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ymond Jung Feb 25. 2017

지적자본론: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는 미래   

'디자이너만이 살아 남는다.' 


"오직 디자이너만이 살아 남는다."


존재하는 대상을 설명하려는 것은 지성사의 오랜 전통이었다. 예컨대 플라톤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모든 존재의 본질적인 의미를 찾았고 그는 이것을 이데아라고 불렀다.* 한편 아리스토텔레스는 존재를 규정하는 성질을 "형상"이라고 부르고 형상의 소재는 "질료"라고 불렀다. 사실 지루한 성리학의 이기론(理氣論) 논쟁도  존재하는 대상을 설명하려는 노력의 흔적이라 부를 수 있다. 

  

마스다 무네아키 역시 상품에 대한 본질적인 통찰력을 가지고 책을 시작한다. 즉 모든 상품은 기능디자인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정의한다. 시간의 변화에도 소비자가 필요하는 기능은 변치 않을 수 있지만 그 기능을 전달하는 방식은 변화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그는 이러한 변화를 제안할 수 있는 능력을 기획이라고 부르고 바야흐로 자본이 상품을 규정하고 만드는 시대를 넘어 새로운 변화를 제안하고 기획하는 디자이너의 시대가 왔다고 전한다. 즉, 기능의 경험을 극대화하고 자본을 불러들일 수 있는 디자이너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왔다가 주장하는 것이다. 그럼 회사는 무엇일까? 회사는 상품을 통해서 스스로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주체이고 그 메시지는 본인들이 "보고 싶었던 것을 만드는 것"-혁신-에 존재의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내가 회사 동료나 투자한 회사 지인들에게 나누어 줄 정도로 강력하게 추천하는 책이며 2015년 읽은 최고의 책이라고 주저 없이 꼽는 책이다. 우선 책 내용의 절절한 공감에 이유가 있다. 잉여가 지배하는 세상. 돈을 어디나 구할 수 있고 돈을 팔려고 하는 세상. 이런 세상에서 전통적 강단의 경제학 논리들은 낙후되어 보인다. 즉 경제학자들이 설명하는 세상은 나의 삶의 자리 (Sitz-im-leben)에서 공허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실리콘밸리를 전전하며 내가 배운 것은 나에게 그들을 감동시킬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다면 돈을 구하는 것이 제일 쉬운 것이라는 것이었다. 바꾸어 말하면 자본이 혁신을 창조하고 상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과 그것의 실현/액션)이 가치를 만든다는 것이었다. 즉 디자인이 상품을 만들면 자본은 그것을 확장하고 퍼트리는 역할이라는 것을 관찰하고 경험했다. 그래서 체험적으로 나는 이 "지적자본론"의 주장에 강력하게 동의한다. 


아울러 나는  CCC가 만드는 상품을 정말 좋아한다. 문구 편집샵이었던 Loft도 좋아했고 T site는 정말 '내가 살고 있는 동네로 퍼 나르고' 싶었다. 새벽 2시까지 (술을 마시며) 책을 보거나 일 할 수 있는 공간. 애플, 발뮤다, 게오르그 젠센, 이케아, 마리메꼬, 이딸라, 루메네 등등의 상품이 내게는 감동이었지만 공간 자체가 상품으로 다가온 것은 T site가 처음이었다 (사실 난 애플스토어도 뭐 그닥 밋밋했고 이케아는 곳곳이 아쉬웠고 디즈니는 과대 포장되었고 유니버셜 스튜디오 정도가 그럭저럭 신선했었다). T site를 통해 경험과 시간 (life style)을 공간으로 만들어 상품으로 팔 수 있다는 사실에 열광했다. 


이 책을 통해 무네아키와 대하화며 얻은 몇 가지 깨달음이 있다. 각각의 이야기가 천일 밤을 하얗게 지새울 수 있는 소재이지만 시간의 한계를 절감하고 간단하게 공안(koan)처럼 던져보려고 한다. 각각의 짦은 질문이 더 큰 대화의 시발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업종을 불문하고 상품을 팔려고 하지 않고 상품을 무료로 주고 다른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것이 가능하고 이제는 전 업종에 핵심이라고 생각. 스타트업은 '같은 방향을 바라볼' 사람들과 함께 가는 여행. 다른 곳을 바라보는 사람과는 빠르게 이별하는 훈련도 중요. '편안함' (read starbucks/cafe)이 체험 공간의 핵심. 즉시성과 동시성이 현대 유통의 핵심이라면 체험만이 가상공간에 대항할 유일한 경쟁력. 마스다 무네아키의 가장 결정적 기여는 공적 교육의 핵심 공간이었던 도서관을 상업적 공간으로 확장시켰고 그 혁신을 기반으로 다시 공적 공간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있다는 것에 방점. 개인적으로 이러한 공간의 재구성이 도서관과 기차역을 넘어 병원으로 확장되어 살림(rejuvenate) 공간의 재창조가 일어나기 진정 바람. 





* 학술 논문이 아니기에 구체적인 1차 자료 인용을 생략한다. 기억하고 있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개념은 구글과 위키피디아를 통해 다시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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