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출산 덕에 주변에 육아 동지들이 없다. 보통의 친구들은 이미 다 키워 초딩의 학부형이 되었거나 곧 학부형이 된다. 간혹 내가 잘하고 있나 생각도 들고, 요맘때 아기들에게 필요한 게 뭔지도 알아봄 겸 인스타그램에 우리 아기 또래의 엄마들을 팔로우 하기 시작했다.
팔로워 수가 상당한 인싸들이라 애기도 항상 예쁜 옷을 입고 엄마도 풀 세팅된 상태의 사진들이 올라온다. 애기들도 어쩜 그렇게 귀엽고 엄마들도 나랑은 다른 방법으로 애를 낳은 것인지 붓기 하나 없이 예쁘다. 그러나 나의 현실은 그들의 인스타그램과는 사뭇 다르다.
똑같은 홈웨어 두벌을 깔 별로 사서 번갈아가며 입고 있다. 가끔 저 큰 옷장 속 가득 찬 철마다 사모은 바지며 스커트는 왜 필요한가 생각하게 된다.
누워서는 자지 않는 귀하신 아드님 덕분에 아기띠로 안아 하루 종일 있노라면 더운 여름날 에어컨을 아무리 틀어도 온 몸이 끈적끈적 촉촉한 모이스처 상태를 유지하는 덕에 무엇이든 몸에 가져다 붙일 수 있는 초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십 년 가까이 단발머리를 매일 아침 곱게 드라이해서 출근했었는데, 요즘은 묶이지 않는 단발머리가 너무 거추장스럽고 목에 휘감기는 게 싫어 바짝 길러서 앞머리까지 싹 다 걷어 추노처럼 묶은 채로 하루 종일을 산다.
밥도 많이 먹지 않는데 배는 아직도 5개월 상태에서 멈춰있고 신랑은 우리 둘째 꽃님이가 아빠 없이 자동 생성되어 엄마 뱃속에 자리 잡고 있노라며 놀려댄다.
코로나로 집에서만 생활하는 우리 아들도 멋 부림과는 거리가 멀다. 스파 브랜드에서 묶음으로 산 깔 별 바디슈트를 돌려 입는 중이며, 모든 아이템은 기능에 초점이 맞춰있지 디자인에 중점을 두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가인 덕에 어지간하면 귀요미다.
나와 우리 아들의 투샷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가끔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뽀얀 아가와 세상 아줌마 하나가 서 있는 몰골을 보니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신랑은 우리의 투샷을 보고 사극에 자주 등장하는 스토리를 떠올렸다. 반란 시국에 중전의 요청으로 왕자 아기씨를 몰래 맡아 키우는 무수리 같다고 했다.
평생 날씬하게 살 줄 알았던 나도 출산 전 삶은 점점 전생으로 멀어져 가는 중이다. 애 둘을 낳아도 젓가락처럼 말라있는 연예인들은 아마도 출산의 고통만큼이나 다이어트라는 인고의 시간을 보냈음이 분명하다고 생각된다.
이 세상 남편들에게 고하노니, 출산 후 부은 아내들은 결단코 게으르고 나태해서 퍼지는 게 아니라 그대들의 자녀들을 왕자 공주 아기씨처럼 귀하게 키우느라 제 몸은 돌볼 여유조차 없어 그런 것이니, 조금 더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하여 아내들이 전생의 삶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