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시인 화가 김낙필
Nov 09. 2024
햇볕이 오후 3시쯤 돼야 거실로 들어온다
서쪽 방향 아파트다 보니 아침에는 북쪽 베란다 쪽으로 해가 온다
오늘이 立冬인가, 아니다 어제였구나
초겨울 햇살이 봄처럼 따듯하다
그래서 小春이라 했는가
이 계절에 내가 세상에 왔다
겨울로 들어서는 문턱이다
옛날 같으면 추운 계절인데 기후 온난화로 겨울추위는 아직 이른 듯하다
그래서인지 오후 햇살이 온화하고 포근하다
커피 한 잔 내려야겠다
커피는 마실 때보다 내릴 때
향기가 너무 좋다
해 기우는 오후에는 한 잔의 커피가 제격이다
나른한 오후를 안온하게 즐긴다
화초들이 비로소 오후 햇살을 받아 빛이 난다
그림자가 점점 서쪽으로 기울면
하루도 기울어 간다
곁에 둔 화분들을 보면 즐겁다
푸르게 푸르게 살아가는 화초들이 가족 같다
35년 된 우리 아파트는 빛과 바람이 자유롭게 드나든다
놓칠 수 없는 순간들을 즐기면서
한가롭게 커피를 마신다
삶이 빛이 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