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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텀벙

아귀

by 시인 화가 김낙필


지난 계절에 오천 원하던 물텅벙이가 삼만 오천 원 이란다

몸값이 무려 7배나 오른 귀한 몸값이 됐다

한 마리 살까 망설이다 침만 흘리고 돌아섰다

인천 앞바다에서 고깃배 그물에 걸리면 재수 없다고 바다에 도로 던져버리던 어물이다

물에 던져버릴 때 "텀벙"소리가 나서 '물텅벙이'가 됐다


옛날 부두 노동자들의 대폿집에서 탁주 안주로 한 그릇 공짜로 주던 얼큰한 탕이

맛이 일품이어서 귀족의 식탁까지 올라

지금은 완전히 신분 세탁한 귀하신 몸이 됐다

지리탕도 좋고 얼큰한 매운탕도 좋고 콩나물 찜도 좋은 팔방미인이다

80년대 숭의동 로터리 부근으로 물텅벙이 집이 문전성시를 이뤘었는데

지금은 좋은 먹거리들이 많아져서 장사가 시들해졌다


오천 원 할 때 많이 먹어둘 걸 그랬다 하는 생각도 든다

귀가하는 길

도깨비 시장에서 본 아귀를 값에 놀라 침만 흘리고 돌아섰다


마귀 닮은 듯

참 못도 생긴 아귀지만 맛은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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