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도 다 때가 있다, 나이 들면 예전 같지 않다... 이런 유치한 말들을 절감하기 시작한 지도 꽤 되었습니다. 생각이든, 판단이든, 결정이든 뭔가 예전 같지 않다는 걸 확 체감하기 시작하면서 고민이 되기도 하고, 짜증이 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체념하고, 받아들이고 있는 중입니다. 더 심해지기 전에 지금 이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얼른 뽑아내서 그렇게 할 수도 없는 나중을 대비하고 있는 중입니다. 예전 같지는 않지만 나중보다는 더 괜찮을 추진력/코딩력/상상력/기획력 등을 열심히 뽑아내고 있습니다. 이때 일회성으로만 뽑아 먹고 있는 건 아니고, 1년/10년 뒤에도 나를 위해 동작하고, 그 결과로써 나에게 실질적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들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실질적 가치에는 당연히 금전적인 수익이 포함되고, 부가적으로 정신적인 짜증과 스트레스를 대신해 주거나 줄여주는 거, 어떤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줄여 주거나 혹은 아예 시간을 할애하지 않게 해주는 것들도 포함이 됩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수단은 사람마다 모두 다를 겁니다. 제 경우에는 개발 스킬과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 사업 모델의 보유, 퇴사를 하고 내 일을 하면서 꾸준한 현금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 오래전부터 운영해 온 블로그, 클라우드 환경, 그리고 A.I 서비스들입니다. 본업으로써의 경험, 결과에 상관없이 그냥 재미있어서 오랫동안 해 온 것들, 돈에 대한 관심 등이 현 상황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동 매매
자동 매매는 투자를 하는 순간부터 생각했던 거지만 최근에서야 구축이 완료되었습니다. 정작 시작한 지 두 달도 안 되어서 실제 돈으로 투자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거래소에서 제대로 된 API를 제공하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제가 좀 더 부지런했다면 훨씬 더 빨리 자동 매매를 사용하고 있었을 겁니다.
제가 구축한 자동 매매 프로세스는 AI와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100% 코딩입니다. 뭐 시장의 흐름을 분석하고, 초 단위로 매매가 이뤄지는 그런 거 아닙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해보려고 했는데 정작 지금 가장 많은 수익을 내는 건 제한된 물타기 정도의 방식으로 돌아가는 녀석입니다. 최근 두세 달 동안 계속 고민을 하다가 2주 전에 '단순해도 일관성 있게 꾸준히 매매하면 평타는 치겠는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허탈하게 웃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주부터는 개발도 멈추고 내가 개발한 코드가 매매하는 내역만 보고 있습니다. 코인을 매매하기 때문에 코드들이 24시간 쉼 없이 체크하면서 매매를 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눈 뜰 때마다 얼마나 거래가 됐을지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SNS 관리
대학생 때부터 블로그 운영은 어렵거나 귀찮다는 생각이 든 적이 거의 없는데 SNS는 꾸준히 운영하는 게 너무너무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일찍부터 온라인을 수익의 대상으로 활용해 온 입장에서 SNS를 하지 않을 수는 없어서 계속 시도는 했었지만 한 달 이상 꾸준하게 운영했던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SNS도 그냥 포기를 하고, 어쩌다 한 번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 툭툭 올리는 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매일매일 꾸준하게 SNS에 사진과 글들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것도 A.I라고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자동 매매처럼 100% 코딩도 아닙니다. 코딩과 함께 자동화 툴, 그리고 고객들이 문의하거나 신청한 상품들의 정보를 토대로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에 자동으로 글과 사진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올라간 포스트들이 엄청난 조회수가 발생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조회수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저는 그거면 됩니다. 꾸준하게 내 계정에 콘텐츠가 올라가고, 그 콘텐츠의 조회수가 0이 아니기만 하면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그런 콘텐츠와 계정을 양적으로 늘리면 되니까요. 양적으로 늘리는 데에 사람은 필요 없고, 그렇다고 비용이 발생하는 것도 아닙니다. 한계는 있겠지만 내가 필요로 하는 정도까지는 사람과 비용 없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럴 수 있는 세상입니다.
상품 등록
상품 등록도 SNS 관리와 큰 차이는 없습니다. 코딩과 API, 그리고 판매할 수 있는 상품만 있으면 됩니다. 실제로 SNS와 상품 판매 사이트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하나의 포스트를 올릴 때 드는 수고는 상품을 올릴 때가 훨씬 더 큽니다. 하지만 그 수고는 처음 작업할 때뿐입니다. 일단 그 프로세스가 완성이 되면 신경 쓸 필요 없으니까요. SNS에 자동으로 올리는 프로세는 며칠 걸렸다면 스마트 스토어와 같은 온라인 판매 사이트에 자동으로 상품을 등록하는 프로세스는 일주일 넘게 걸렸던 거 같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지금은 SNS나 스마트 스토어나 하루에도 몇 개씩 글과 사진을 올릴 수 있습니다.
고객 응대
자동화를 함에 있어서 가장 먼저 작업을 한 게 자동 고객 응대입니다. 왜냐.... 하루에도 몇 번씩 일주일 내내 똑같은 질문과 작업이 반복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 않을 수 없는 단순 반복적인 작업이 자동화하기 가장 쉽고, 효능감 또한 엄청나게 큽니다. 내가 직접 했을 때만큼의 결과나 만족도가 나오지 않아서 어느 정도의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일단 대체를 했다는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만 되어도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사는 듯한 느낌이 바로 팍팍 옵니다. 고객 응대는 금전적인 문제 이전의 시간적/정신적인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틈틈이 개선을 하면서 지금의 매출이나 방문자 수는 직접 고객 응대를 하던 때보다 훨씬 좋아진 상태입니다. 자동화한 것들을 하나씩 생각해 보면 고객 응대만큼 만족도가 큰 게 없습니다. 가장 먼저 자동화를 한 게 고객 응대이니 이제는 둔감해질 법도 하지만 여전히 만족도가 클 정도로 고객 응대는 여러 면에서 정말 어렵고, 머리 아픈 일입니다...
고객 응대 자동화를 위해 당연히 코딩을 했지만 이건 A.I가 없었으면 아마 저는 평생 고객 응대를 직접 해야만 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 응대 자동화를 위해 비용도 지불하고 있는 겁니다. 당연한 이 비용은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오히려 치킨 시켜 먹는 비용이 훨씬 더 아깝습니다. 배달 음식 한 번 주문하려면 여러 번 고민을 하지만 A.I 서비스 비용에 대해서는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렴하다고 생각하면서 A.I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AI 업체들이 혹시라도 횡포를 부려서 더 비싸지는 시대가 올 수도 있으니 그전에 열심히 사용하자는 생각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당연히 그런 때가 제발 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