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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 Jan 26. 2023

영국에서 집 살 때 만나야 할 사람들 (1)

부동산, 모기지 브로커

이제까지 영국 집 구매의 '뷰잉' 단계에 대해 이야기했다. 본격적인 매매 절차에 대한 기록에 앞서 영국에서 집 구매를 할 때 만나야 할 사람들과 그들의 역할에 대해 남겨보려고 한다. 


히트웨이브가 기승을 부리던 2022년 여름, 뷰잉을 마치고


부동산 (Estate Agent) 

사실 뷰잉을 하려면 필연적으로 부동산 담당자를 만나야 한다. 그들이 담당하는 업무는 꽤 광범위한데 일종의 코디네이터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우선 나는 바이어(매수자)였으니 내가 원하는 매물을 잘 찾아주고, 다음 단계에 대해 안내해 주고, 연락 잘 되는 사람이 최고. 뷰잉 여러 번 하면서 내가 만났던 부동산 담당자들 중에 우리의 상황 (가족계획, 예산, 원하는 집 스타일 등)을 귀담아듣고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해 주는 사람도 있었다. (반대로 정말 성의 없는 경우도 있었음) 


참, 렌트와 마찬가지로 매매도 Rightmove나 Zoopla에 물건이 올라오는데 거기 올리기 전에 부동산 담당자가 잠재 고객에게 먼저 연락해 주는 경우도 있다. 지금은 아니겠지만 예전처럼 부동산 매매 수요가 많았을 때는 먼저 전화받고 뷰잉 하는 게 엄청난 메리트였다는 점. 우리가 집 볼 때만 해도 슬슬 부동산 매매 시장이 한풀 꺾이기 시작할 때라 오히려 부동산 직원들이 열심히 전화하고 업데이트해 주는 케이스가 많았다. 


그리고 뷰잉 후 집이 마음에 들면 내가 원하는 가격에 '오퍼'를 넣게 되는데 이 과정도 부동산 담당자를 통하게 된다. 우리는 뷰잉 하자마자 사무실로 가서 오퍼 넣겠다고 했었는데 이 과정이 처음이라 조언을 구했더니 Asking Price에 바로 넣지 말고 일단은 만 파운드 깎아서 넣어보라고. 그 후에 다른 오퍼가 있으면 알려줄 테니 그때 올려도 늦지 않다고 했다. 물론 부동산 담당자는 다른 사람들의 오퍼 가격을 공개할 수는 없다. 


셀러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오퍼가 수락되면 우리에게 알려주고, 그다음 절차를 안내하는데 그 세 가지가 다음 이해관계자들과 연결된다. 


대출 - 모기지 브로커

서베이 - 서베이 업체 

매매 과정 진행 전반 - 솔리시터 


우리는 이 세 업체 모두를 부동산에서 추천받았다. 물론 따로 알아보기도 했지만 결국은 부동산 추천 패키지(?)로 가게 된 게 나의 부동산 담당자가 각 업체와 이미 알고 있어서 우리의 진행상황을 매우 빠르게 팔로업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당연히 이들의 추천 리스트는 꼭 따를 필요는 없고 참고만 하면 된다. 일종의 협력업체니까... 우리처럼 영국에 아는 사람이 없고( = 업체를 추천받을 수 없는) 부동산 매매가 처음이라면 부동산 가이드를 따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 후 부동산에서는 Memorandum of Sales라는 문서를 보내주는데 이게 부동산 거래에 잠정 합의된 내용이고, 이 과정에서 돈이 오가지는 않는다. 이 문서에 있는 정보는 다음과 같다. 우리는 오퍼 수락 후 2-3일 안에 바로 이 서류를 받았다. 


매수자/매도자 정보

매수자/매도자의 솔리시터

오퍼 수락된 가격

부동산 매매 방법 (모기지 받을 거면 디파짓이 얼마인지)

아주 대략적인 매매 완료 시점

매수자 실거주 여부

매수자/매도자 체인 있는지 여부 (* 매수자는 팔고 와야 하는 집이 있는지, 매도자는 이 집 팔고 바로 들어가야 할 집이 있는지) 

테뉴어 (Leasehold or Freehold) 


모기지 브로커 (Mortage Advisor) 

이건 필수로 만나야 할 사람은 아니다. 왜냐하면 주거래 은행에서 바로 대출 상담을 받아도 되고, 대출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경우도 있으니. (... 부럽다 올캐쉬) 하지만 영국에 거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비자 홀더 (= 영주권자나 시민권자가 아닌 경우)라면 모기지 브로커를 통해야 그나마 괜찮은 모기지 상품들을 찾을 수 있다. 왜냐하면 은행에 바로 대출 상담하면 '영국에 거주한 지 3년이 안 됐네' 혹은 '비자가 얼마 안 남았네' 하면서 단칼에 거절당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은 은행 직원이 아니고 다양한 은행 대출 상품을 소개해 주고 대출이 실행되면 수수료를 받는 사람들이라고 보면 된다. 한국에서도 이렇게 금융 상품을 판매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 역할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됨. 흔히 하이스트릿 은행 (* High Street Bank: 영국 하이스트릿에 있는 주요 은행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금융기관에서 모기지 상품을 내놓기 때문에 나의 조건을 보고 그에 맞는 상품을 추천해 준다. 


참, 본격 상담에 들어가기 전에 우리의 인적 상황을 매우 상세하게 털어가는(?)데 거의 30년 넘는 거액의 대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첫 미팅은 최소 30분 이상, 거의 1시간 가까이 대화했던 걸로 기억. 


대출 상담 전 중요한 정보들은 다음과 같다.


영국 내 소득 (직장, 근속연수, 연 소득 금액) 

영국 내 거주 기간 

대출 신청자(* 보통 부부/파트너가 같이 이름을 올려서 대출받는 경우가 많으니)들의 정보 (외국인이라면 어떤 비자로 있고 비자 만료일은 언제까지인지) 


대략 이 정도만 가지고 상담을 시작하면 Affordability (= 대략적인 대출 가능 금액, 상환 기간)를 알려주고 그다음 본격적인 대출 신청 절차에 들어간다. 


우리가 제출한 서류는...


여권

비자

Proof of address (영국 내 거주 기록, Council tax bill 선호) 

최근 3개월 급여명세서

최근 P60 (= 소득세 명세서) 

디파짓 (대출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 증명 (* 최근 6개월 간 은행 거래내역서)

최근 3개월 간 은행 거래내역서 


이 정도였고 이후 대출 상품을 추천해 준다. 우리는 디파짓 대부분이 한국 계좌에 있었기 때문에 그걸 증명해야 했는데 이 단계에서는 주거래은행 영문 거래내역서 정도만 있으면 됐다. 다만 원화로 표기되어 있기 때문에 파운드로 환산해서 대략적인 금액은 알려줘야 함. 


추천받는 대출 상품 종류에 영향을 주는 건 크게 다음과 같다.


* 영국 내 소득 금액 (* Affordability check에서 대략 알게 됨)

* 영국 내 거주 기간 및 비자 만료 기간

    거주 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 빌릴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고 금리도 높음

    거주 기간이 3년 이상인 경우 대출 가능한 곳이 많이 늘어남 

    대신 비자 만료 기간이 1년 이내인 경우 대출 거절 가능성이 높아짐 

* 디파짓 금액

    보통 외국인들은 20-25%의 디파짓을 마련하는 이유가 그 미만으로 가지고 있으면 금리가 꽤 비싸짐

    영국인들은 5%의 디파짓만 가지고도 대출받는 경우가 있음 


앞에 금리는 지금 상황과 맞지 않아서 모자이크 처리, 옵션을 대략 이렇게 줌

 

그리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상환 기간과 금리 고정 기간, product fee와 survey fee 포함 여부이다. 보통 상환 기간은 가장 길게 설정하는 경우가 많고, 금리 고정은 2년 또는 5년을 제안받았는데 우리가 대출 신청할 당시에는 기준 금리가 슬슬 올라가던 시점이라 5년 고정으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서류 준비하고 이것저것 제출하려던 사이 기준 금리 인상이 예상돼 있어서 지금 당장 대출신청서 제출하지 않으면 금리 올라간다고 전화 와서 주말에 부랴부랴 대출신청서 마무리했던 기억이 있다. 참고로 AIP (Agreement in Principle)라고 대출 내주는 기관에서 '이 사람은 이 정도 조건으로 대출받을 자격이 된다'는 서류가 나오는 게 그게 보통 유효기간이 6개월이다. 우리는 그 덕에 그나마 지금보다는 낮은 금리로 서류를 받을 수 있었고 대출 실행까지 6개월 이내에 끝낼 수 있었다. (휴우...) 


이렇게 대출신청서를 제출하면 대출을 해 주는 기관에서도 서베이를 하는데 말 그대로 집이 담보이기 때문에 우리가 사려는 가격이 적정한지 검증하는 절차라고 보면 된다. 만약 우리가 오퍼 넣은 가격보다 서베이 결과 집 금액이 낮게 나오면 대출 가능 금액도 같이 줄어들기 때문에 그다음 셀러와 집 가격을 네고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점... 이 과정에서 매매 과정이 엎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들었다. 다행히 우리는 우리가 오퍼 넣은 가격과 동일하게 결과가 나와서 신청한 금액만큼 대출받는 데에 지장은 없었다. 


뷰잉 이후 타임라인

8월 중순: 뷰잉, 오퍼 수락, Memorandum of Sales 서류 받음, 모기지 브로커와 첫 미팅

8월 말: 모기지 브로커에게 1차 서류 전달 

9월 초: 대출 상품 리스트 전달받고 결정, AIP 받음, 서베이 진행 

9월 중순: 모기지 오퍼 최종 수락 


(계속)



Proof of address는 부동산, 모기지 브로커, 솔리시터 등등 만나는 사람마다 요구하기 때문에 영국 거주 이후 council tax bill이나 utility bill은 잘 챙겨두는 것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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