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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 Feb 03. 2023

영국에서 집 살 때 만나야 할 사람들 (2)

서베이어, 솔리시터

지난번에 쓴 영국에서 집 살 때 만나야 할 사람들 (1) - 부동산, 모기지 브로커 에 이어서 2부는 서베이어와 솔리시터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는 모기지 브로커, 서베이어, 솔리시터 모두를 부동산에서 추천받았다. 당연히 개별적으로 알아보거나 지인에게 추천을 받아서 진행해도 된다. 


서베이어 (Surveyor) 

영국에서 집을 구매한다면 당연하게 property survey를 하도록 되어있다. 법적으로 100% 강제하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영국에 워낙 오래된 집들이 많기 때문에 그냥 들어갔다가 낭패를 보는 것보다는 최대한 꼼꼼히 확인하고 매매 과정을 진행하는 게 좋다. (심지어 서베이를 하고 들어가도 내가 모르는 일들이 터질 수 있음...) 


중요한 포인트, 서베이를 진행하고 만약 중대한 하자가 있다면 집값을 협상할 수 있다. 


앞서 이야기 한 Memorandaum of Sales는 계약서가 아니고 이제까지 합의된 내용을 명시하는 데에 가깝기 때문에 계약서를 쓰기 전까지는 매수자와 매도자가 법적으로 묶이는 게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돈이 오가지도 않았으니....! 그래서 중간에 매수자나 매도자가 발을 빼면 이 계약이 그냥 엎어지는 것. 물론 각자의 시간을 날리고 일부 비용이 발생하겠지만... (가계약, 계약금 개념이 없음) 



이 서베이는 크게 3가지 레벨로 나눠져 있는데 우리처럼 평범한 플랏을 구매하려는 사람은 Level 2 정도면 충분하다고 한다. Level 3는 빌딩 전체를 보는 거라 오래된 하우스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이 한다고. 물론 원한다면 돈을 더 들여서 Level 3 해도 됨. 서베이도 업체마다 가격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직접 알아봐도 되지만 우리는 부동산에서 추천해 준 두 곳 중에 비교해서 적당한 곳으로 했다. 


서베이어를 정하면 날짜를 정해서 우리가 사려는 집에 방문한다. 당연히 부동산 통해서 셀러에게 서베이어 언제 갈 거라고 이야기를 해야 하고, 일정 조율 필수. 그러면 대략 10일쯤 지나서 리포트를 받게 되는데 이 리포트가 어마어마하게 길고 이게 크리티컬 했는지 아닌지 판단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점. 게다가 영어로 쓰여있는 용어들도 익숙하지 않아서 당최 무슨 말인지.... 



대신 리포트를 보면 '계약서 사인하기 전 매수자가 체크해야 할 부분'이라고 요약해서 알려주고, 각 항목마다 번호가 매겨져 있는데 대략 이걸 보고 어느 정도로 심각하고 시급하게 고쳐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우리는 무려 52페이지의 리포트를 받았고 3번 항목을 받은 건 하나 있었다. 이건 서베이 할 당시에 서베이어가 셀러에게 살짝 귀띔을 했는지 셀러가 부랴부랴 매니지먼트에 이야기해서 고쳤다고. 만약 3번 항목이 많거나 너무 치명적인 결함이라면 셀러에게 이야기해서 집 가격을 네고할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포인트, 집의 구조적인 결함 외에 붙박이장이나 화장실 변기 같은 자잘한 소모품들은 우리가 보기에 완벽하지 않아도 3번까지 가지 않는다. 여기에서 렌트와 매매의 차이가 좀 있는데, 렌트인 경우에는 비치된 가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화장실 물이 잘 안 내려가 거나하면 전부 집주인이나 관리해 주는 부동산에 리포트해서 고치면 된다. 그게 집주인의 의무이기도 하고. 대신 매매인 경우는 집 내부의 빌트인 가구나 가전, 교체 가능한 모든 건 입주 후에 매수자가 알아서 할 부분이고 집값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엄청난 프리미엄 인테리어가 아닌 이상에야...) 


집 자체 외에도 주변 환경에 대한 것도 리포트에 포함돼 있다. 홍수 위험이라든지, 주변에 위험한 건 없는지 등. 사실 이 집 뷰잉 자체는 기껏해야 30분 남짓이라서 그 사이 이 집에 대해 모든 걸 파악할 수는 없다. 그래서 서베이어의 도움을 받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 영국에서는 중간에 매도자나 주변 이웃들을 만나서 이 집이나 주변 환경에 대해 질문하는 경우도 많다고. 


서베이 리포트 52장.... 실화입니까


여하튼 리포트받고 2주 만에야 힘겹게 50장이 넘는 리포트를 꼼꼼히 리뷰하고, 서베이어에게 물어보고, 부동산에게도 공유해서 도움을 좀 받고, 아주 치명적인 결함은 없다는 걸 확인했다. (셀러에게는 공유할 필요 없음) 


솔리시터 (Solicitor) 


대망의 솔리시터. 매매 계약서 작성을 책임지는 변호사라고 보면 된다. 모기지 어드바이저나 서베이어는 모기지 승인 나거나 서베이 끝나면 연락할 일이 없는데 솔리시터는 매매 과정 끝나고 입주했는데도 연락할 일이 있다. (지금 우리는 입주한 지 두 달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해결 안 된 게 있음) 그래서 이 부동산 매매 과정에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는데... 영국에서 이 매매 프로세스를 해 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솔리시터가 연락을 제때 안 해줘서 스트레스받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우리도 포함이고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매매하면서 사리 나올 지경에 이른다. 심지어 우리 예전 집 이웃 할머니는 집 매매 과정에서 솔리시터 멱살 잡을 뻔했다고...


처음 이 솔리시터를 알게 된 건 부동산에서 알려준 Conveyancing (= 부동산 소유권 이전) 전문 회사를 통해 견적을 받은 건데 솔리시터는 컨베이언싱 회사가 아니라 법무사라고 해야 하나 로펌이라고 해야 하나 여하튼 법적인 문제를 담당하는 회사의 소속이다. 대략 주소와 플랏인지 하우스인지, 테뉴어 (Leasehold인지 Freehold인지) 정보와 매매 가격을 알려주면 견적서를 보내주는데 견적서에 포함된 항목은 다음과 같다. 견적서를 보고 OK를 하면 그다음 담당 솔리시터에게서 연락이 오고 또 신분 확인을 위해 신분증과 Proof of Address를 한 무더기 보내고... 그 이후에야 본격적인 매매 절차를 위한 작업이 시작된다. 


<영국 집 매매: 솔리시터 비용> 

- 변호사 비용: 상담 비용, 각종 문서 작성 관련, 신분확인 절차 관련 비용 등

- 추가 비용: Stamp Duty Land Tax, Land Registry 등록 비용 등 


솔리시터마다 견적은 천차만별이고 우스갯소리로 Legal fee 많이 쓰면 솔리시터랑 바로 연결된다고... 그도 그럴 것이 우리 담당 솔리시터는 클라이언트를 동시에 4-5개 이상 하고 있었다. 그러니 당연히 답변이 늦을 수밖에. 심지어 런던 버스에 전면 래핑 광고를 할 정도로 큰 회사 소속이었는데도 그랬다. (한숨)


사실 내가 이제까지 생각한 부동산 매매 계약서는 뭔가 표준 양식이 있고 거기에 특이사항만 적으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돌이켜보면 솔리시터가 하는 일이 광범위했다. 우리가 사려는 부동산에 대한 검증 (* 서베이와 일부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조금 더 법적인 영역에 가까움), 계약서에 법적인 이슈가 없는지 확인, 자금 출처 확인, 최종 자금 송금 및 계약 마무리까지. 계약서 쓰고 돈 주고받으면 끝나는 거 아닌가 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여기서 사인해야 할 문서와 참고용 문서를 찾아보시오


솔리시터에게서 첫 자료를 받은 건 솔리시터 배정받고 한 달 뒤쯤. 우리가 부동산 매매도 처음인데 그것도 영국에서 하려니 용어나 절차도 익숙하지 않아서 처음에 정말 힘들었다. 게다가 이 솔리시터의 화법이 효율적이지 않아서 정말 고생. 문서를 열몇 개를 보내는 데 그중에 우리가 뭘 봐야 하고 어디에 사인해야 하고 어떤 문서는 보고 반드시 피드백을 해야하고 그런 말을 아예 안 해줘서 몇 주의 시간을 그냥 허비한 적도 있다. 우리가 답변 없으면 절대 먼저 연락하지 않음.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거였나?


여하튼 이 솔리시터도 대면할 일은 없고 대부분의 커뮤니케이션은 이메일 아니면 전화로 진행된다.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면 되는데 솔리시터가 아주 강력하게 의견을 제시하거나 가이드를 권고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불리한 조항이 있으면 알려주는 정도고, 판단은 전적으로 우리의 몫. 물론 그 조항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 계약을 엎거나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거나 (그러면 돈이 또 든다)... 


그간 정말 많은 에피소드가 있어서 돌이켜 생각하니 또 한숨만 나오지만 차근차근 기록을 남겨보기로. 

그 다음은 한국에 있는 자금 출처 증빙, 송금에 대해서 써보려고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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