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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이 Jun 14. 2024

이거 아는 사람?

능청스러운 초등생

  3학년 영어 시간에도 학생들은 영어 능력 수준이 다양하다. 알파벳을 아직 끝까지 읽지 못하는 아이, 큰 소리로 정확하게 낱말과 문장을 읽는 아이, 아는 영어 문장을 활용해 마치는 시간에 꼭 굿바이 티처라고 인사하고 가는 아이 등 영어 공교육 1년 차부터 실력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알파벳을 다 외우지 못해 단어 읽기에도 어려움이 있다면 자연스레 영어 시간이 불편하고 자꾸만 목소리가 작아져 간다. 우리말로 말할 때도 쭈뼛쭈뼛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말의 내용에 대해 의심이 가지 않는가. 반면 어깨 쫙 펴고 카랑카랑한 어조로 자신 있게 말한다면 믿음이 생긴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초등 영어 교육의 목표 역시 영어 학습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추구하고 있다.


   얼마 전 영어 실력이 있어야 자신감이 있다는 영어 교사의 믿음을 깨트리는 일이 일어났다. 3학년 남자아이 둘이서 짝활동으로 대화 연습을 하고 있었다. 알파벳 26글자를 아직 외우지 못하는 아이와 영어 실력이 뛰어나지만 친구를 배려할 줄 아는 아이가 짝이 되어 서로 질문하고 답하며 문장을 읽었다.


   Is it big?

  No, it's small.


   궤간 순시를 하다가 알파벳을 못하는 아이가 제대로 읽는지 유심히 들어보았다. 자기 차례가 되었는데 선생님이 옆에서 듣고 있는 것이다. 대뜸 이 아이가 하는 질문은 무엇이었을까?


   이거 뭔지 아는 사람?


   민망해하는 기색도 없이 당당하게 얼굴 표정도 바꾸지 않고 질문을 한다. 짝으로 같이 활동하던 친구도 어느새 웃으며 한 마디 한다.


  빅.  이거 크냐고 묻는 거잖아.


  아, 그렇군. 이즈 잇 빅?


  선생님은 처음 접하는 광경이다. 짝에게 "이 낱말 어떻게 읽어?" 이렇게 묻는 대신 마치 "오늘 급식 메뉴 뭔지 아는 사람?"처럼 일상적인 질문을 하듯이 능청스럽게 물어보는 아이라니. 이틀 동안 쏟아지는 정보가 지난 2000년 동안의 정보보다 많다는 현대사회는 다양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관리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질문한 아이는 현대인으로서의 역량을 조금씩 갖춰나가고 있는 셈이다. 당황하지 않고 자신이 필요한 정보를 요청하고 그것을 적절히 활용했으니까.


  하지만 3학년 영어교과서에서 새로운 단어는 단원마다 10개 정도 나온다. 철자를 외우지 못하더라도 읽기는 반복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가랑비에 옷 젖듯 철자도 외우고 알파벳은 자연스레 깨칠 수 있다.


  다음번엔 네가 익혀서 답해 보자!

   

초등생 남자아이들 ---AI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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