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사
10월 넷째 주에는 눈 닿는 곳마다 단풍이 절정을 이루곤 했다. 오늘은 길었던 뜨거운 여름날씨 탓에 단풍이 제대로 들지 못했다. 대구에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청도 운문사의 단풍도 마치 초가을처럼 아직은 초록잎이 많이 보였다. 이상기후가 주는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덕분에 다양한 색의 조합을 느끼며 운문사를 산책할 수 있었다.
운문사는 역사적 의미가 깊은 절이다. 신라시대에는 원광국사가 화랑도에게 세속오계를 내려줬고 고려시대에는 일연선사가 주지스님으로 머물면서 삼국유사를 집필하였다. 현재는 비구니 스님들이 근무하면서 새벽예불을 드린다. 그때 치는 종소리가 멀리 아름답게 퍼진다고 하니 한 번쯤은 운문사에 일찍 도착해 해 뜨는 모습을 바라보며 예불에 참여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대구에서 멀지 않고 근처 산책코스도 조성되어 있어서 사계절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국도를 따라 경산에서 운문댐을 지나 절까지 오는 드라이브길에서는 계절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청도 화양 쪽에는 대형독립서점 오마이북이 있다. 오마이쿡, 오마이북스테이와 함께 운영되는 곳으로 부부가 함께 운영한다. 대략 1만 권의 책이 있고 감성 가득한 인테리어와 창 너머로 보이는 자연 풍경에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이다. 중고책도 판매하고 있어서 5000원의 저렴한 금액으로 맘에 드는 책을 구매할 수도 있다. 중고책을 판매하는 <오 나의 아지트> 건물에 들어서니 사방이 나무로 장식되어 있고 은은한 간접조명으로 마치 순간이동을 한 듯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그냥 지나칠 수 없기에 신중히 책을 고르기 시작했다.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을 들으며 책 제목을 살피다 보니 <끌리는 말투에는 비밀이 있다> <달콤한 나의 도시> 이 두 책이 눈에 띄었다.
<끌리는 말투에는...> 책은 중국 소통전문가가 쓴 상대와 소통하며 대화하는 법에 대한 내용이었고 <달콤한 나의 도시>는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던 작품으로 30대 청년들의 삶과 사랑,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소설이다.
산이 보이는 2층 카페 자리에 앉아서 읽으니 마치 휴가를 온 듯 맘이 느긋해졌다. 서문만 읽으면 다음 내용이 더 궁금해지는 법. 대구로 돌아와야 하는데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올해가 가기 전에 다 읽고 신년에 와서 청도의 겨울을 즐기며 다음 독서 여행을 함께 떠날 책을 골라봐야겠다. 그때는 북스테이를 하며 오마이북의 밤풍경을 즐겨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