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꽃집 손님들 이야기
전 온라인베이스로 5년 꽉 채워 꽃집을 운영했습니다.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이메일을 통해 주문을 받았고 예약제로만 작업을 했었습니다. 일반 오프라인 꽃집들처럼 상시 오픈해 두는 게 아니라 다소 까다로운 브랜드였음에도 불구하고 몇 년 간 계속 찾아주시는 고객님들이 있었습니다. 폐업 후에도 이따금씩 생각나는 몇 분의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3년 넘게 거의 동일한 주문을 해주신 C고객님,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님입니다.
잘 지내고 계신가요?
당황스러웠던 첫 주문
손바닥보다 작은 사이즈의 꽃다발 2개 주문을 의뢰하셨는데 8만 원에 맞춰서 해달라고 하셨으니까요. 8만 원이 그렇게 높은 금액은 아니지만, 손바닥보다 작은 꽃다발에는 큰 금액이지요. 사이즈를 정확히 cm로 알려주시면서 요청하셨는데, 알고 보니 납골당에 붙이는 꽃이었습니다.
납골당 꽃다발은 처음이라..
그리고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의 첫 기일에 맞춰 주문해주시기도 했으니까요. 픽업하러 오셔서 짧게 이런 대화를 한 후 가셨고, 그 뒤로도 짧으면 한 달에 한번, 평균적으로 2달에 한 번은 찾아주셨습니다. 거의 비슷한 사이즈로 요청하셨고, 사이즈는 같더라도 최대한 다른 느낌으로 다른 재료들로 꾹꾹 눌러 담아 작지만 제일 풍성하게 해 드리고자 노력했던 기억이 납니다.
8만 원 말고 10만 원으로 해주세요.
언젠가부터 더 예쁘게 해달라고 하시면서 10만 원에 두 개를 요청하셨어요. 솔직히, 그냥 장사꾼이라고 한다면 손바닥만 한 꽃다발 두 개에 10만 원이라니 개꿀이네!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전 그렇지 않았습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에게, 여전히 카톡 프로필은 아내 사진으로 가득한 고객님의 주문이 가장 값지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8만 원, 10만 원 보다 더 훨씬 더 크게 해주고 싶은 그분의 마음이 느껴졌달까요? 가장 좋은 거, 예쁜 것을 해주고 싶은 거 아니까요. 그래서 주문하신 꽃다발 외에도 다른 꽃들도 선물로 더 드리곤 했죠.
폐업 전 마지막 손님이셨습니다.
카카오톡이나 이메일로만 주문을 받았던 제게, 전화번호를 아는 몇 안 되는 고객님 중 한 분이셨습니다. 종종 감사하다며 케이크 기프티콘을 보내주시기도 하셨고, 정작 계속 찾아주셔서 감사한 건 저인데 말이죠. 폐업하게 되었다고 그동안 감사했다고 따로 단골 고객님들께 메시지를 드렸었어요. 그때 전화통화 가능한지 물어보시길래 연락드렸는데, 저보다 더 아쉬워해주셨던 고객님. 그렇게 마지막 손님이 되어주셨습니다. 오프라인 픽업 장소로 쓰던 작업실을 다 정리하고, 고객님의 마지막 주문하신 꽃다발 종이가방만 덩그러니 남겨진 채(셀프 픽업 예정), 그렇게 5년간의 온라인꽃집을 마무리했습니다.
항상 매너 좋게 그냥 믿고 맡겨주셨습니다.
가장 오래된 단골 고객님이라 종종 생각납니다.
5년이 더 지난 지금도 카톡은 여전히
아내 분 사진으로 가득한 사랑꾼 고객님,
잘 지내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