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성취감
내 브랜드는 아니지만,
내 브랜드인 것처럼 마냥 기쁘고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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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8월 말 사업자를 내고 처음 몇 달 의뢰 하나 없이, 홈페이지 만들고 포트폴리오 작업하며 인스타그램이랑 크몽 등 사이트에 등록을 하던 중이었다. 11월 말, 첫 의뢰가 들어왔고 크몽에 올려뒀던 상품 중 가장 높은 가격대의 패키지 상품으로 결제를 해주셨다. 12월부터 1월까지 진행된 나의 첫 브랜딩, 좀 더 포커스를 두자면, 정확히는 브랜드디자인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브랜드는,
오픈 1달 만에
신세계백화점 측으로부터 팝업 제안을 받았고
대구 신세계백화점 메인자리에서
어제부터 팝업을 오픈했다.
난 내 디자인이 사랑받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그 브랜드가 잘 될 때 더 성취감을 느낀다.
행복보다는 성취감이라는 표현이 더 직접적이고
그 성취감이 내 일상을 많이 채울수록
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이 많으면 더 행복한 것 같기도 하다.
성취감을 느낄 상황이 많아지는 것이니까.
20대 중반의 두 청년 대표님이 운영하는 베이커리카페의 토털 브랜딩을 맡았고, 네이밍을 생각해 오신 대표님들과 의논하며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강점을 설정해 갔다. 그렇게 코어 밸류를 잡고 상권 분석을 거쳐 추구하는 방향성에 맞게 브랜드디자인을 해나갔다. 카카오톡으로 소통이 잘 되었던 클라이언트여서 나도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했고, 나 혼자만의 생각이겠지만, 속으로는 나도 이 브랜드의 첫 오픈멤버라고 생각하며 하나의 팀원으로서, 팀이라 생각하고 정말 열심히 했다.
왜냐?
이 브랜드가 잘 되어야 나도 행복하니까.
이 브랜드가 대중에게 사랑받아야
나의 디자인이 빛을 보는 거고 인정받는 거 같으니까.
그렇게 이 브랜드를 대중과 모 기업에서도 알아본 건지
아직 네이버리뷰 50개도 없는 신생 카페브랜드이지만
신세계측에서 직접 컨택이 왔을 정도라고 하니
열심히 한 보람이 있구나. 팝업에는 어떻게 해드려야 할까..
더 이 브랜드를 잘 되게 하고 싶은 고민이 커져갔다.
그렇게
팝업 관련된 디자인도 모두 전적으로 맡겨졌다. 감사한 마음으로 모든 것, 필요한 것들을 구상해 작업했다. 열정 가득한 두 청년 대표님 덕에 나도 해보고 싶던 디자인을 다 할 수 있었다. 사실 예산에 얽매여서 어설프게 디자인 세팅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텐데, 그 열정을 다 표현해 낼 수 있도록 '디자이너님이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해달라고 부탁하셨고, 이렇게 전적으로 맡겨주시는 클라이언트 덕분에 나는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내가 브랜딩 한 첫 번째 업체의
신세계백화점 팝업 현장에 내일 방문한다.
정확히 말하면, 내 사업체가 아니니 내 새끼는 아니겠지만, 마음으로 낳은 새끼 같은 느낌이랄까. 내가 노트북으로만 디자인한 것들이 실제로 인쇄물로, 포맥스 매대로, 패키지로, 봉투, 홍보물로 나와있을 걸 직접 본다 생각하니 뿌듯하고 뭔가 기분이 몽글몽글해진다.
어제는 팝업 첫날이었는데, 대표님들의 카톡이 끊이질 않았다. 오전부터 300개 판매, 5시에 700개 판매 등.. 첫날부터 너무나 순항 중이었다. 팝업 디자인에 거의 일주일밖에 시간이 없어서 새벽까지 고생했는데, 더 큰 보람이 되어 돌아왔다. 제일 웨이팅도 많고 신세계측 관련 담당자들도 와서 촬영해 가고 그랬다는 후문도 있었다. 그게 물론 내 디자인 때문이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내가 디자이너로 참여한 브랜드가 잘 되어가는 모습에 나도 뿌듯하고 보람을 느낀다는 것.
내가 어떨 때 삶의 의미를 느끼게 되는지,
이번 기회에 하나 더 배워간다.
그리고 내일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