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기 공간 임대업
1일 1 카페를 가는 이유
난 커피를 좋아하고, 카페도 좋아한다. 실제로도 거의 1일 1 카페를 가고 있다. 나뿐만 아니라 가보면 혼자 온 사람도 꽤 많이 볼 수 있다.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차를 마시기도 한다. 그에 대한 값을 지불한다.
그렇다면 카페는 무엇일까?
1. 커피를 마시는 공간일까?
2. 공간을 이용하는 대가로 커피값을 지불하는 것일까?
난 공간을 이용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커피 맛은 기억이 안 나도 그 공간은 기억나는 것처럼. 그 공간에 있는 나 자신을 보는 것 아닐까? 그 공간 속에서 잠시나마 하나의 테이블과 의자를 초단기로 빌려 쓰는, 일종의 초단기 공간 임대업이다.
나도 그래서 여러 카페를 찾아다니는 것 같다.
내가 잠시 나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공간을 찾아서. 5천 원~1만 원 수준으로, 어쩌면 가장 가볍게 자신이 있고 싶은 공간을 소유할 수 있는 걸 제공하는 게 카페 아닐까? 그리고 매일 다른 카페를 갈 수 있으니 그렇게 자신의 위치를 바꿔보는 걸 카페를 통해 할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정말 커피, 음료 맛을 찾아서 가는 미식가 분들은 예외겠지만 말이다.
카페를 소개하는 건 메뉴보다 분위기다.
그 카페에서 뭘 판매하느냐보다 분위기, 공간을 보고 그 카페를 갈지 말지를 결정한다. 인스타그램에 카페를 검색해 보면 메뉴 사진보다 인테리어나 분위기가 담긴 콘텐츠가 더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공간을 누리고 싶은 욕구가 맛보고 싶은 욕구보다 큰 것 아닐까? 그리고 인스타그래머블이라는 트렌드처럼,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사진을 찍기 위해. 본인이 이 공간에 있었다는 걸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이런 사람의 욕구를 받아들이고 그에 따라 변화되야 하는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카페 현실일 것 같다.
아무리 맛있어도 공간이 별로면 가지 않는다.
아주 역사 깊고 대단한 메뉴가 아니라면 모를까. 분위기가 좋지 않다면 굳이 그곳을 갈까 싶다. 일반적인 대중을 상대로 하는 카페라면, 처음 시작은 메뉴보다 공간을 제대로 잡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사실 커피 맛이나 퀄리티는 대한민국이 커피 소비국 세계 top 3 안에 드는 만큼, 이미 상향평준화되었다. 그 가운데서는 어딜 가도 어느 정도 맛이 보장되기 때문에, 기대할 건 결국 브랜딩이다.
차별화할 포인트는 무엇일까?
결국은 공간, 인테리어, 분위기, 디자인이 모두 포한된 브랜딩일 뿐이다. 특히 메뉴들은 트렌드를 따라서 자주 바뀔 수 있지만, 브랜딩이나 공간은 한번 구성하면 쉽게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더 초반에 신경 써서 세팅해야 한다. 그 카페 어때?라고 누가 물어본다면 '어 분위기 좋아'하고 대답하지 않는가? 정말 그곳의 메뉴가 어땠는지, 맛이 어땠는지 디테일하게 기억이 나는가? 초반 첫인상이 주는 카페의 임팩트가 중요한데 그 첫 번째는 당연히 공간일 것이다.
어떻게 공간을 기획해야 할까?
답은, 브랜딩이다.
브랜딩으로 그 카페의 아이덴티티와 인테리어, 분위기, 콘셉트, 메뉴 구성, 타깃설정, 비전 등을 구성할 수 있다. 아쉽게도 카페를 창업할 때는 많은 분들이 부동산 계약부터 하고, 임대로 나가기 전에 얼른 인테리어 하고, 그다음에 디자인이나 브랜딩을 알아보곤 한다. 사실 순서가 조금 바뀐 것 같아 아쉽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니까 어쨌든 나는 브랜딩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가고 싶게 해라.
카페 창업을 앞둔 분들이, 커피를 배우고 메뉴 구상하는 것 물론 중요하고 필수로 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그에 너무 치중하지 않으셨으면 한다. 고객이 처음 그 카페를 방문했을 때 크게 임팩트받는 것은 공간과 분위기라는 것을 아셨으면 좋겠다. 가고 싶은 공간이어야 고객이 찾아오고, 공들인 메뉴든 단순 아메리카노든 뭐든 마셔보지 않겠는가.